> 칼럼
어이없는 분노
김달성  |  kdalsung@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8년 09월 12일 (수) 11:05:28
최종편집 : 2018년 09월 13일 (목) 01:07:02 [조회수 : 104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어이없는 분노
 

.
공장에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건 법이 보장하는 거다.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산재보험으로 치료를 받고 휴업급여도 받고 장해보상도 받는 게 노동자는 물론 기업주에게도 좋다. 그래서 산재보험제도를 만들어 놓은 거다.

...

.
이주노동자들은 한국말도 잘 못하고 한국사회의 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재사고가 나면 회사나 산재지정병원이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신청을 도와주곤 한다.

.
민뚜(21세)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자다. 취업비자를 갖고 입국해 공장에 들어간 지 3개월만에 산재사고를 당했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은 적 없고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계 앞에서 일하다 그만 왼손을 크게 다쳤다. 그런데 사고 난 지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가까워지도록 회사는 산재보험에 대해 한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산재보험을 기피하려는 조심을 보였다. 노동자가 산재보험신청을 해 달라고 회사에 이미 부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
우리 상담센터와 상담을 한 민뚜는 산재보험 신청을 원했다. 그는 회사와 상관없이 산재보험을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정도 결심하기에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고용주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고용허가제’에 묶인 이주노동자들은 기업주에게 밉보여 불이익을 당할까봐 회사 측의 눈치를 많이 본다. 둘 사이는 극단적인 갑을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측이 산재보험 신청을 기피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
산재 지정병원에 입원한 민뚜는 지난주 산재보험을 신청하고자 병원 원무과에 갔다. 산재지정병원에서는 산재보험신청 업무를 대행한다. 우리 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민뚜가 산재신청을 하려고 하자 원무과의 연락을 받은 회사 직원이 늑달 같이 전화를 했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민뚜 대신 내가 전화를 받았다. 분노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
‘당신은 누구냐’
‘우리 회사가 알아서 할텐데 왜 그러느냐’
‘민뚜가 신청을 진짜 원하느냐‘ 등
화가 잔뜩 나 있는 목소리로 시비를 걸었다.

.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고가 난 지 두 주가 되도록 산재보험에 대해 아무 말도 없고 보험신청을 기피하기에 노동자가 법에 따라 신청하는 거다. 노동자 본인이 하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본래 산재보험 신청은 노동자가 하는 거다.‘

.
그러자 그 직원은 몹시 당황하며 병원으로 당장 오겠다는 말을 했다. 병원으로 와서 산재보험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나는 그걸 믿고 기다렸다. 민뚜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날 그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3일 뒤 민뚜를 찾아와 겁을 주고 협박을 했다. 불이익을 당할 걸 두려워한 민뚜는 결국 산재보험 신청을 포기하고 말았다. 노동자 본인이 겁을 먹고 포기하니 우리 센터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재보험신청은 사고 이후 3년 이내에 언제라도 할 수 있기에 앞으로 언젠가는 민뚜로 하여금 산재보험을 신청하도록 도울 것이다.

.
오로지 이윤ㅡ착취의 극대화만을 노리는 자본가들은 노동자가 깨어나는 걸 몹시 싫어한다. 노동자의 주체적인 행동에 대해 분노한다. 참 어이없는 분노다.

.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에서 돈주들은 노동자가 노예로 살기를 열망한다. 노예근성을 갖고 노예교육을 받아 노예도덕으로까지 무장한 노동자가 노예같이 굴종하며 살기를 갈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노한다. 분노하다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기업국가에서는 공권력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다. 쌍용차 노조 파괴사건은 전형적인 사례다. 국가(행정,입법,사법부 등 )가 나서서 노조를 무참히 짓밟고 30명을 죽인 그 폭력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예수는 누구인가?
노예로 살기를 거부하다 죽임을 당한 사람.
자유인으로 살다 죽임을 당한 사람.
그래서 야훼 하나님과 하나가 된 사람.
히브리노예들의 해방을 견인하신 야훼와.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평안교회 부설)

대표 김달성 목사

 

 

김달성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9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