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날이 제법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집 뒤 처마에 말벌이 큰 집을 지어서 지난 토요일에 119 대원들이 와서 말벌 집을 제거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집을 비우고 없을 때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말벌의 사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머리 위에 말벌 집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안히 살던 행복이도 작업을 하는 동안 멀찍이 나무 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후로도 집을 잃은 말벌들이 왔다 갔다 날아다녔습니다. 그렇게 큰 말벌 집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난 주일에 남편이 군부대 교회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갔는데 검문소에서 교회 열쇠를 받으려고 하니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혹시나 교회 문이 열려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교회 문은 열려있고 예배당 제일 앞줄의 장의자에 한 군인이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고 있는 군인을 깨워서 언제부터 교회에서 잠을 잤는지 물어보니 지난 저녁부터라고 했답니다.

   평소에 교회 공간은 부대 행사나 동아리 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잠이 들었던 군인도 전날 저녁 교회에서 활동을 한 후 뒷정리를 하다가 피곤해서 잠시 눈만 붙인다고 한 것이 아침이 되도록 계속 잠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군인은 간부였기 때문에 내무반이 아닌 숙소가 따로 있었고 교회에서 잠이 든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습니다. 지난주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피곤했을 것이고 주일 전날 저녁에 교회에서 동아리 활동을 한 후였으니 자다가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지경이었나 봅니다. 요즘 야간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추웠을 터인데 말입니다.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많이 애를 씁니다. 부대마다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이곳의 군인들은 나고 자란 고장과의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부담도 큰 것 같습니다. 자나 깨나 전역할 날만을 기다리며 사고 없이 군 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그렇게 이제 다음 주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군인 3명이 제대를 합니다. 그 중 한명은 분교에서 재능기부로 첼로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희 큰아이의 스승입니다.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려 하면 제대를 하니 이곳도 만남과 이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곳입니다. 제대 후 간혹 전화가 오거나 지나는 길에 들리는 청년들도 있지만 전역 후 삶이 바쁜 그들에게 진부령은 추억의 시간과 공간으로 기억 언저리에 저장될 것입니다.

   하루는 남편이 군인들에게 헌금봉투에 헌금을 넣지 말고 기도제목만 써서 내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100여명의 군인들이 기도제목을 써서 헌금함에 넣었다는데 기도제목 중 가장 많은 것이 ‘가족의 건강’ 이었고 그 다음이 ‘연인과의 관계 문제’였으며 마지막이 ‘전역할 때까지 무사고’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기도제목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비자발적으로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전역하기까지 온 가족이 건강하게 잘 지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또 친밀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청년기의 과업을 잘 수행해야 하기에 연인과의 관계가 잘 유지되는가의 여부는 심리적으로 가장 큰 지지 혹은 타격 요인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고 없이 전역하는 것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전 국민의 기도제목이기도 합니다.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쉬워 보이는 것도 막상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어야 하면 더 힘겹고 절실해집니다. 지난 주 내내 훈련이 있어 ‘펑’ ‘펑’ 하는 자주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던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열심을 다하는 노력의 소리입니다.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처한 현실에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는 노력만이 존재합니다. 그런 청년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배를 드리러 옵니다. 졸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으르다거나 편안하게만 살아서 어려움을 모른다고 질책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합니다. 그들은 모두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겼고, 나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때 누군가 함께 기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군인들의 기도제목을 나눕니다.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군인들은 절박하게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와 교우들도 함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그 날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성실한 청년들에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