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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09일 (토) 00:00:00 [조회수 : 3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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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주팔자
올 여름방학에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어느 친구를 만났다.
몸에 좋은 먹거리나 약재 등 관심사가 수시로 변하는
그 친구는 도사가 되기 일보 직전 같아 보였다.
백로가 이따금 비상하고 물풀을 헤치고 뱃머리를 드미는
잔잔한 호수 앞, 비는 아니 내렸어도 마치 비 오는 듯한
선경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명리학이란 말이 생소하여 무엇인가 하였더니
사주학을 다르게 일컫는 말, 사람이 태어난 生年月時 사주를 풀이하여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철학이란다.
미신으로 생각하여 거들떠 본 적 없었지만
내 일신사를 한눈에 보는 듯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말은 재미로 보는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사람들이 혹할만하다 싶었다.
혈육의 탄생에 근거해 그 운명을 점치고 싶어하는 철학이니
땅과 육에 속한 학문이다.
영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권능을 맛본 사람들이 일찌기
호기심을 돋우는 따위의 예술과 철학의 책들을 모아 불사르지 않았던가?
그 친구에게 예의상 맞장구를 쳐 주니 마치 도사가 다 된 듯했다.
오늘 조간신문에 조용헌의 컬럼에 명리학이란 말이 나와
그 철리(哲理)가 궁금해서 더 관심있게 읽어 보았다.
그는 돈과 여자 문제는 명리학(命理學)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화두라 한다.
돈이 많으면 여자도 많고, 돈이 없으면 여자도 없다고 본다는 것.
문제는 남자들에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들이닥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여자를 먼저 받아 버리면 나중에 오는 돈을 놓친다고 한다.
돈과 여자에 대한 가치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돈이 있으면 여자가 따른다는 것쯤은 상식이 아닐까 싶다.
한편, 여자에게는 남자와 벼슬이 같은 항목에 해당한다고 한다.
남자든 벼슬이든 여자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의 기능을 하지만,
둘다 여자를 통제하는 작용도 하므로
둘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이 필요하다는 글이었다.
오히려 권력에 대한 욕구가 남자에게 강할 것 같은데
그 학문에서 여성에게 권력지향적 속성이 있다고 보았다면,
그게 무엇보다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여성의 심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일까?
나? 난 돈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응당 여자도 없다는 그 논리가
과히 틀리진 않는 말 같다.
그 친구는 내 사주에 '숨겨놓은 여자는 없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그러니 내게는 숨은 재물 역시 없을 게 아닌가?
이런 솔깃한 말을 들으니 여타 속물들처럼 나도 돈이 좀 있고
벼슬도 있었으면 싶은데
하나님은 내겐 닭의 벼슬도 돈 money도 안 주시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진다.
그게 내 사주팔자이기 때문인가?
2006-09-08
이일배
밤늦게 들어와 웃통을 벗고
이 글을 다듬는 중
바람의 날 끝이 너무 서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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