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이 맞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남들은 그러지 않는데 내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오해이면 좋겠다. 아니 혼자만의 오해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느낌을 적을 순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느낌을 적어 본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임지를 지금의 교회로 옮기고 나서인듯하기도 하다. 오롯이 ‘소외’라는 단어가 내게도 쳐들어온 듯하다. 어? 내가 소외되는 것 아냐, 하고 문득 느낀다. 반복하지만 내 스스로의 오해이길 바란다.

아무리 신앙심이 좋아도, 아무리 달관한 사람이라도 그런 느낌을 알아챌 때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왜 그럴까 하고 그 원인을 찾아보려 애쓰기도 한다. 이전의 목회지에서나 지금의 목회지에서나 나는 나다.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전 임지들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감정을 느낄 때가 많으니. 나이가 먹으면 괜히 서운해진다는 데 내가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 아! 하고 무릎을 칠만한 이야기 한 도막을 만났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고을의 원님이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신분을 감춰 낡은 옷을 입고 마을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는 중 원님은 너무도 목이 말라 마을에서 가장 부잣집으로 보이는 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은 원님의 허름한 옷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물 한 사발 청하는 원님의 얼굴에 물을 확 뿌리고는 호통을 쳤다.

"너 같은 거지는 물을 주면 밥을 달라고 할 것이며, 밥을 주면 나중에는 술을 달라고 할 게 분명하니 일찌감치 쫓아내는 것이 상책이지."

면박을 당한 원님은 다음날 좋은 옷을 입고 아전들과 함께 그 부잣집을 찾아갔다. 부자는 원님이 어제 그 사람인 줄은 모르고 크게 술상을 차려 원님을 대접했다. 그런데 원님은 받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자신이 입고 온 옷에 천천히 뿌리는 것이었다. 놀라 부자가 물었다.

"아니 왜 좋은 옷에 술을 부어 더럽히십니까? 옷이 너무도 아깝습니다."

그러자 원님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낡은 옷을 입고 왔을 때는 물벼락을 맞았는데 오늘 좋은 옷을 입고 오니 술상을 내주는구려. 그러면 이 술상은 내가 아니라 이 옷이 받아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지금 옷에 술 한 잔 드리는 중이오."

그런 거였구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옷, 목회 연륜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교회... 내가 받은 느낌이 틀리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게 정답인가 보다. 이제 한결 마음이 좋아진다. 그거라면... 세상과 같은 이치인 것이니 그리 염려될 게 없다.

그게 교회라는 울타리여도 분명히 세상은 세상인 것이니 그렇게 다루는 세상의 솜씨의 일부려니 여기면 된다. 기회에 나를 뒤돌아본다. 혹 내가 그럴만한 위치에 있을 때 교회 크기로 동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교회의 사이즈나 교회 재정의 많고 적음으로 동료를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주여! 용서하소서.

▲ 김학현 목사(정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