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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일목사(전 아르메니아 선교사)
2018년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의 미주동부대안공동체 탐방기간 중 알바니 근처에 있는 뉴욕 부르더호프공동체를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24살에 주님을 만나 27살에 영적 실재로서의 말씀의 의미를 깨닫고,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주로 보수신학을 공부하고 복음전도자로서 한 선교단체에서 젊음을 불태우다 30대 후반에 바울선교회에 허입되어 필리핀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고 조국을 떠났다. 그 후 동방정교회 국가인 아르메니아, 가톨릭국가인 브라질, 개신교 국가인 미국 등을 약 20년 동안 두루 다니며 선교하고 공부하고, 삶과 사역에서 주로 실패를 거듭하는 영적 여정 중 작년 9월 조국에 빈 배를 안고 다시 돌아온 우울한 선교사다. 이렇다 할 업적도 없고, 가슴에 안고 사는 영적질문에 이렇다 할 답도 얻지 못한 너무나도 평범한 허허로운 가슴을 가진 한 사람의 성도이기도 하다. 이런 한 개인의 삶의 여정에서 일어났던 1박2일 동안의 짧은 브루더호프공동체 방문기가 조국교회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지 의구심이 앞서지만, 조국 교회를 사랑하시는 유성준 교수님의 뜻과,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의 역사를 의지하여 감히 몇 마디를 나누고 한다.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방문하게 된 마음의 동기가 있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개체성과 공동체성을 건강하게 통합할 수 있는 영적 단초는 무엇인가 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의 한국교회는 영혼구원과 개인구원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건강한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보여 지기 때문이었다. 건강한 공동체성은 어떻게 세워지는 것일까? 그것이 시급한 교회의 문제라는 생각에 갈급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방문하는 동안 내내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었고 이번 탐방기도 이러한 나의 질문을 뼈대로 진행하고자 한다.
유성준 교수님이 이끄시는 우리 탐방팀이 방문한 브루더호프공동체는 뉴욕에 있는 약 300명이 동거하는 공동체였다.(전 세계적으로 약 3500명) 우리를 안내해 주신 분은 그곳에서 12년 동안 함께 살고 계시는 박성호형제님 부부였는데 이들의 친절한 안내와 체험담은 특별히 나에게 아주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뉴욕 부르더호프는 약 120에이커의 넓을 땅에 스위스풍의 아름다운 경관과 건물들이 펼쳐진 환경에 눈과 마음이 사로잡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단순하고 경건해 보이는 차림의 부르더호프 사람들은 아름다운 미소와 손짓으로 환영의 인사를 보내왔고, 우리는 낯설고 새로운 땅과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있다는 평화로운 감동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도행전 2장과 산상수훈의 제자도를 영적 지표로 삼고 있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아미쉬 공동체와 같이 재세례파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나 다소 배타적인 아미쉬와는 다르게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것은 공동체와 합류하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들어야 하고 그 소명에 따라 개인소유와 폭력을 포기하기로 언약하는 것이다. "소명과 헌신"이 핵심인 부르더호프 생활공동체를 이해하는 키워드였다. 이것은 그들이 매일 지키고 있는 생활규칙보다 더 중요한 영적인 실재였다.
그래서 누구든지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이 공동체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지구상의 모든 군사시스템과 모든 종류의 폭력행사를 반대해야하며, 개인적인 부채를 해결하고 모든 소유를 공동체에 반납하고 권리를 포기해야한다. 아마도 이들은 사도행전적인 초대교회의 본받고, 기독교적 정의구현을 위해 이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특히 뒷 담화를 공동체를 파괴하는 폭력으로 규정하고 "아름답게 정면에서 말하기"를 중요한 실천덕목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한 사람의 리더 아래 모든 공동체의 공동회의에서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의 삶의 리듬은, 공동체적 노동과 예배와 회의와 교육이고, 그리고 독립적인 가정생활과 개인 생활이 있다. 그러니까 가정과 직장과 신앙생활이 하나의 터전에서 모두 가능한 시스템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전인적 생활구조가 세워졌다고 보아도 좋을 듯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하루 6시간 공동노동은 이 공동체의 경제적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노동의 핵심은 어린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친환경적인 가구를 생산하는 것인데, 90세가 넘은 노인들도 노동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노동의 합리화를 성취한 생산시설이 현대화 자동화되어 있었다. 또한 이들의 가구는 아주 비싼 값에 전량 판매되고 있어서 경제적인 부족함이 없지만, 하루에 공식적인 식사를 두 끼로 정하고, 가능한 한 에어컨디션을 켜지 않는 등, 검소한 삶이 몸에 배어 있었다.
우리 그룹도 그들의 안내를 받아 두 시간 정도의 노동을 공장에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때 함께 일하던 노인들은 자신들은 죽을 때까지 은퇴는 없다고 말하면서 지체들과 함께해서 외롭지 않으며, 힘이 닿는 만큼 단순한 노동을 할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이 아니라 공동체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젊은 세대들도 자식들의 교육이나 부모를 돌보는 일에 부담이 전혀 없어서 3대 혹은 4대를 이루며 살면서도 서로를 부양해야 하는 경제적 의무 관계에서 나오는 갈등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모든 지체들을 다양한 세대를 묶어 가족적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일반 사회에서 발생하는 노인 고독사 문제, 노인 노동문제, 고용문제, 인구절감문제, 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든 세대가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경제력은 자본주의와 경쟁주의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일반 일들이 부러워할만한 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이런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생활 공동체의 순수한 노력 때문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였다고 말했다. 그것은 40년 전에 어느 비종교적 유력한 가구사업단체가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가치관에 감동하여 합류하면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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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푸르더호프 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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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르더호프 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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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에게 도전이 되었던 것은, 과연 개인적인 소유를 포기한 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하는 것이었다.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의 것"이 없이 "우리의 것"에 의지하여 나의 삶을 구현하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도전적 의문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것은 방문과 관찰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혈육을 나눈 형제와 부모관계에서도 "나의 것"이 없으면 자신의 삶을 구현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개인 소유를 포기해야 하는 브루더호프와 같은 구조의 생활공동체는 소유가 아니라 오직 존재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도전이 밀려들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들은 소유냐 존재냐의 근본적인 갈등의 해답을 이렇게 풀어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찾아온 생각은 개인 소유를 포기함이 소유에 대한 존재의 욕망의 다스림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주님이 오실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이들 생활공동체 안에서도 욕망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특히 음식을 배분하는 과정이나, 자동차와 같은 공동시설을 사용하는 문제 등 이다.
그러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욕망은 개인 소유를 가진 사람들, 또는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님이 부자(가진 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말씀하신 것은 소유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욕망이 문제임을 지적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무소유는 오히려 존재의 욕망을 더욱 생생하게 직면하게 하면서도 전혀 존재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불행한 영적 실재를 드러낼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 세대가 경제적 염려 없이 함께 살 수 있는 브루더호프의 삶의 구조만큼은 존재론적 차원에서는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 할지라도 실존적인 차원에서는 최선의 구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부러웠다. 이런 모습만 보면 이곳에 합류하여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평소에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상식수준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들의 개인적 건강함이 어떠한지에 궁금증이 발동하였다. 그것은 사생활의 보호, 개인의 자유, 개인적인 꿈에 관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을 통한 자기의 권리와 책임, 그리고 개성에 대한 인식과 건강한 자존감의 여부가 건강한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이라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다. 아마도 사실상 나에게는 브루더호프와 같은 생활공동체에서는 그런 것들이 약할 것이라는 어떤 선입감들이 있었고 또 이런 선입감들을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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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호형제님 부부와 함께 |
첫날 저녁, 30대 부부, 세 가정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공동노동을 제외하면 사생활이 자유롭고 보장이 된다고 한다. 물론 가정마다 독립 가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적인 제약이 있겠지만, 나름 서구적인 사고가 작동하고 있어서 사생활 보장이 잘 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개인의 자유는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공동체회의에서 한 사람이라도 찬성하지 않으면, 결정을 유보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생활 공동체이지만 다수결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따라야 하는 책임도 잘 적용이 된다고 하였다. 나의 선입감은 선입감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외의 일에서도 개인적인 차원의 의견이 다를 때도 많은데 그럴 때는 서로의 주장을 높여 논쟁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 이들은 어느 가정과 가깝게 살 것인가는 결정할 수 없고, 지도부에서 결정해 주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또한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에서 특정인이나 가정을 필요로 하여 지도부에서 명령하여 옮길 것을 명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선 자유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개인의 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세 가정 모두가 머뭇거렸다. 왜냐하면, 재세례파의 전통대로 18살에 개인적인 신앙고백으로 세례를 받고 2년간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있는 자유 시간을 가진 뒤 공동체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결정해야하는데, 이 때 만일 떠나기로 한다면, 공동체는 기본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하지만, 만일 공동체에 남기로 한다면, 개인적인 모든 꿈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정이 모두 같은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이들이 가장 포기하기 힘들었던 공통적인 꿈은 세상을 마음대로 여행하고 싶은 꿈과 자유였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들은 그 때 이후, 공동체를 향한 꿈은 있지만 개인적인 꿈은 없다고 하였다. 있다면,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에 선교사로 파송 받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그 가능성은 자신들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사실상 개인의 소유가 없는 이들에게 여행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일에 해당했다. 우리를 안내했던 박형제 부부의 경우도, 처형이 사망하셨을 때 공동체의 허락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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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농장 |
이상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나의 선입감이 단지 선입감만은 아닌 걸로 증명되었다는 일종의 자만이 일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서는 "이들은 왜 이렇게 살고 있고, 나는 왜 이렇게 살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건강한 개체성과 건강한 공동체성을 통합하는 일은 어려워 보였다. 마음은 무겁고 실망이 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박형제 부부와 교제하는 시간 동안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내가 지난 밤에 세 가정과의 대화 속에서 느낀 실망스런 마음을 이야기 하자, 박형제가 자신의 체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서 작은 출판사의 출판 일을 하며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출판 하였는데, 책의 내용이 자신에게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아내와 함께 그 책들의 내용의 진실의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가 너무나 매료되어 12년 동안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간증의 골자는 개인적인 모든 소유(아주 적은 것을)를 버렸더니, 공동체의 모든 부요함을 누리면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모든 개인의 꿈을 포기하였더니 가장 자기다운 자기로 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나눔은 나의 영혼을 화급하게 깨웠고 놀래 켰다. 왜냐하면 그의 간증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역설이 케리그마의 형식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모든 것을 얻는 길이며,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버림이 자기를 자기답게 완성하는 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예수처럼). 만일 이것을 어느 영성가의 책에서 읽었다면, 나를 그렇게까지 놀라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이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한 형제의 입에서 모국어로, 체험적인 언어로 듣고 있었다.
물론 한 사람의 체험을 일반화하는 위험을 의식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다시 생각을 해야 했다. "자기답다는 것의 인식" 곧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곧 "자아상"인데 진실을 따지고 본다면, 이 자아개념은 모두 어떤 가족이나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곧 타인의 거울에 비쳐진 나의 모습이 나의 자아상이다. 모든 인간은 어떤 공동체에서 출생하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공동체에서 건강한 자아상이 만들어질 수 없고 결국, 건강하지 못한 공동체에 속한 개인들이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며, 왜곡된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의 회복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 나의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런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삶의 기쁨을 선물 할 수 있는 공동체라면, 그 공동체는 나의 자아상(self image)을 수정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론적 자존감(self esteem)까지 높여 주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긍정하는 "존재의 용기"(폴 틸리히)의 산실이 되는 성숙한 이상적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는 상식은 개인주의가 낳은 연역적 환상이며 실존적으로는 순서가 뒤집힌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은 공동체의 실존이 개인의 실존에 앞서 있다는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공동체에 앞서서 실존하는 상황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개인과 공동체는 상호보완적인(complementary) 영향력을 주는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인격적 건강함"(virtue)을 수립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고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 이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은 건강하지 못한 공동체를 새롭게 하는 일보다 건강한 개인이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새창조를 통해 옛것을 심판하신 영적 원리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브루더호프 생활공동체의 방문은 나의 환상을 깨뜨려준 계기가 되었다. 즉, 건강한 공동체에 대한 어떤 원리를 발견해서 기존 공동체에 알려주면 그 공동체가 건강해 질 거라는 환상 말이다. 건강한 개인 또는 건강한 공동체는 어떤 원리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박형제가 간증하듯이 내가 나의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즐겁게 살아가며 하나님 안에서 나와 이웃의 존재를 향유하는 역동으로 세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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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탁 수확한 블루베리/레스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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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식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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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브루더 호프 생활 공동체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인가? 아니면 개인소유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동체성의 원리인가? 과연 이 공동체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박형제와 똑같은 간증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질문 앞에 서야 했다. 만일 첫 아담을 제외하고 인간이 한 공동체를 앞서서 출생할 수 없다면, 모든 개인이 어떤 공동체 안에서 출생하는 운명을 가진다면, 그리고 그 공동체가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었다면, 그러면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가장 건강한 나의 나다운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의 답은 나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돌아왔는데, 그것은 이 공동체를 이해하는 키워드 였던 "소명과 헌신" 이었다.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그 소명대로 살기로 헌신한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의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하나님의 소명이 어떤 "미션(mission)"을 통해 또는 함께 주어지는 것이라면, 박형제의 소명은 두 가지 차원의 완성을 요구하고 또 약속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첫째는 실존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부르더호프 공동체를 이루는데 주어진 역할의 완성을 요구하시고 약속하시며, 그리고 하나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 완성이 그것이다.
결국, 브루더호프 생활공동체의 방문은 나를 다시 하나님의 소명 앞에 서게 했고, 나의 나됨, 나의 참 자아를 거기서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을 때 눈이 맑아져서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게 되었고, 한국교회와는 아주 많이 다른 브로더호프 공동체의 영적 지향성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그것은 세이비어 교회에서 발견한 영적 지향성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곧, 실존과 분리된 영혼구원이 아니라 실존을 포함한 전인구원이며, 내세적 개인구원이 아니라 현세적 공동체구원이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아직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 찾아오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는 그리스도가 중심이 아니고, 실존을 잃어버린 교회중심의 역사관에서 일어난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이미’ 구원만 붙들고 ‘아직’구원을 잃어버린 귀결이다. 본질만 붙들고 실존을 버린 귀결이다. 우리는 이제 다시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 내세적 개인구원 일변도를 버리고 현세적 공동체 구원으로 나가야한다. 거기에 내가(개인) 있다. 우리는 자기를 버리고 자기의 가장 자기다움을 찾아야한다. 실존을 무시한 영혼구원 일변도를 버리고 실존으로 찾아오는 현세적 전인구원을 되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침노하는 자에게 찾아오시기 때문이다. 구원 이미 끝났을 뿐만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의 핵심사역인 한국서번트리더십학교 2018년 가을학기 과정이 9월10일(월)협성대학교, 9월3일(월)익산영생교회, 8월28일(화수원서부장로교회, 8월26일(주일)시흥도창교회에서 진행되며 부르더호프공동체를 포함한 ‘한국교회 미래목회의 대안모델’을 주제로 모이는 서번트리더십컨퍼런스가 10월15일(월) 협성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ｗｗｗ． ｋｓｌｉ．ｃｏ．ｋｒ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 아래 사진은 브루더호프 홈페이지(www.bruderhof.com)에서 가져왔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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