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폭군의 칼로 평화를 이룬다고?

1. 악법도 법이라고요?

재판법 제5조 제5항 “제3조 제3항, 제15항에 해당하는 이는 출교에 처한다.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 감리회의 수치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악법입니다. 이 법은 감리회 사회신경의 고백에 반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벌은 일으킨 범죄에 비례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입법의회 회원이 장정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입법의회 회원 3분의 1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제32회 총회 입법의회 재적회원 3분의 1은 167명이기 때문에 이 장정개정안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167명이 발의안에 찬성 연서명이 필요했지만 실제 발의안에 찬성한 회원은 159명으로 발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법의회에 상정조차 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법은 살아있을 지라도 시행돼서는 안 되는 악법입니다. 그리고 이 법이 공포된 지 1년 가까이 되지만 이 법을 어긴 사람 둥 실제로 출교를 당한 단 한 사람은 없습니다. 합당하고 좋은 법이라면 이 법이 시행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법은 살아있으나 시실제로는 죽은 법이었습니다. 또 실제로 살아있어서도 안 되는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총회특별재판위원회(위원장 최재화)는 지난 3월 28일 이 법의 무효를 구하는 ’입법의회 무효(총회2017총특행01)’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2. 폭군의 칼로 의인을 처단하자고?

그런데 이 조항이 드디어 시행될 모양입니다. <기독교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 13일 전직 장로회전국연합회 회장과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등 일곱 명의 장로들이 성모 목사가 행한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서울중앙지법 2016가합38554)의 청구포기는 재판법 제5조 제5항 “제3조 제3항, 제15항에 해당하는 이는 출교에 처한다.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는 규정 중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성모 목사를 출교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행정기획실에 제출했습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본래 이 법 개정을 주도한 이들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이 나자마자 법원에 감독회장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모 목사를 출교시켜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분들이 전직 장로연합회와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분들이라 하니 아마도 이 주장에 함께했던 분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성모 목사가 청구를 포기하자 그것은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라며 출교시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소송을 제기할 때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문제 삼더니, 이미 승소한 소송을 청구포기를 통해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더니 이제는 패소라고 문제를 삼는 것입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습니다. 이들이 무어라고 하든 감리회 재판법으로 성모 목사를 처벌하거나 출교시킬 수 없습니다. 문제의 재판법 제5조 제5항은 “제3조 제3항, 제15항에 해당하는 이는 출교에 처한다.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판법 제3조 제3항은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교인 간 법정소송을 제기하거나, 교인의 처벌을 목적으로 국가기관에 진정, 민원 등을 제기하였을 때.”를 말합니다. 또 제15항 “감독·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를 가리킵니다. 이 법에 따라 출교에 처하는 경우는 첫째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국가의 법원에 소송 제기하거나 국가기관에 진정이나 민원을 제기한 경우, 둘째 감독·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셋째 교회재판을 받은 후에 사회법정에 제소했을지라도 패소한 경우 입니다. 하지만 성모 목사는 교회재판을 거친 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승소한 후 청구포기를 했기 때문에 이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명히 말하지만 감리회가 이번 일로 성모 목사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3. 정작 범법자는 따로 있다.

성모 목사를 출교시키자는 주장보다 더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감리회에는 정작 이들이 말하는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명백하게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위반한 범법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목사, 김○○ 목사, 이○ 목사는 이들이 말하는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세 사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 목사는 지난 6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선거무효확인 소송(2018가합538317)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은 교회재판을 거치지 않은 채 법원에 접수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말하는 재판법 제5조 제5항 중 재판법 제3조 제3항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교인 간 법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와 제15항 ‘감독·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로 김○○ 목사입니다. 당당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7월 23일 김○○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선거무효(2018가합549423)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 목사의 소송 역시 재판법 제5조 제5항 중 재판법 제3조 제3항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교인 간 법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와 제15항 ‘감독·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지 않기는 이○○ 목사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이○ 목사입니다. 당당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 목사는 지난 10일 김○○ 목사가 제기한 선거무효(2018가합549423)소송에 대한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14일에는 이○○ 목사가 제기한 당선무효소송(2017가합39714)과 선거무효소송(2018가합538317)에 대한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청구의 인낙(請求의 認諾)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음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소송에서 다투어 보지도 않고 스스로 패소를 자처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재판법 제5조 제5항은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는 앞의 세 가지 소송에서 다투어 보지도 않고 스스로 패소를 자처하는 청구인낙을 한 것입니다. 원고의 모든 청구를 받아들였으니 명백히 패소한 것입니다. 하지난 이를 문제 삼는 이들은 없습니다.

4. 폭군의 칼로 평화를 이룩하자.

소위 <출교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재판법 제5조 제5항은 시행되어서는 안 되는 폭군의 칼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전직 장로회전국연합회 회장과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등 평신도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 칼을 이용해 한 사람을 처단하겠다고 합니다. 감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을 바로잡고자 했고, 1심 판결을 통해서 그의 주장이 옳았음이 반쯤은 입증된 성모 목사의 목을 치고자 합니다. 그들이 감리회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정의감에서 하는 일이라면 지금 법원에 불법 선거의 증거로 제출되어 있는 금품 수수자 명단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처단하자고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그에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참으로 어이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들이 정 그렇다면 못할 일도 없습니다. 악법도 법이고 그 법이 버젓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 법을 시행하자고 하면 안 할 이유도 없습니다. 대신 공정하게 그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함께 처리하는 것입니다. 고발자들이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성모 목사를 비롯해 이 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이○○ 목사와 김○○ 목사, 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 목사 등 모두를 대상으로 그들의 행위가 재판법 제5조 제5항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하여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지금 감리회는 말 그대로 난장판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들이 하는 주장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기왕에 살아있는 법이고, 다음 입법의회에서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이를 시행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를 대상으로 시행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이치를 전제로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위반한 사람을 한꺼번에 처리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왕에 전직 장로회전국연합회 회장과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등이 성모 목사를 고발했다니, 여기에 더해 이○○ 목사, 김○○ 목사, 이○ 목사를 추가하여 고발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 재판법 제5조 제5항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출교를 시킨다면 감리회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괜찮은 생각입니다.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