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사이월드에 개설된 클럽 [김준우교수를 사랑하는
감신인 http://club.cyworld.com/kimjoonwoo/ ]에 실린
글입니다. 미처 필자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게시를 원치 않을 경우 즉시 삭제합니다. (leewaon3@chol.com 011-9147-7449) 원문의 한자가 소스부족으로 표현이
되지 않네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우리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신학함은 근본적으로 생명(살림)을 위한 투쟁의 한 방법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신학을 하는 우리는, 생명(살림)을 위한 역사적 투쟁들의
신학적 중요성을 밝히고, 죽음의 체제를 고발함과 동시에 모든 피조물들이 생명의 충일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해방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 Joon-Woo Kim, The Idols of Death and and the Theology
of Life in Korea(A Dissertation submitted to the Graduate School of Drew
University, 1992), p.14-15.
위의 글은 김준우 교수님께서 미국 드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실 때 쓰신 논문에서 제시한 "신학함의 정의와 방향성"입니다. 학교에서
여러 수업과 개인적 친분으로 교수님의 정신에 감화를 받을 기회가 있어서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밝혀진 당신의 입장을 읽고
나니 그가 관심해 온 그간의 행적들이 서 말 옥구슬을 꿰고 있는 금실마냥 일이관지( �~��로 꿰집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느끼고 있는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를 기억하는 드류의 교수들이 한결같이 그를 “뜨거운 열정과 올곧은 정직함 그리고 인간미를 겸비한
정말 보기 드문(rare) 학생이자 학자”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한분은 제가 그분의 논문을 읽지 않으면 이건 제자된 자로서
죄(sin 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단어밖에 적합한 단어가 없다면서 쓰시더군요)를 짓는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 이유는 그 주제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의 영어 구사능력이 본토인(native) 못지않게 탁월하거니와 정말 명문 중의 명문이기 때문이라는군요. 자신도 이 소중한
논문을 너무 아끼기 때문에 연구실에 놓지 않고 집에다 고이 보관한다면서 제발 소중히 다뤄서 읽기를 이런 농담까지 하면서 당부를
합디다.
“혹 싱글 기숙사에 불이라도 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 논문만은 꼭 가지고 나와 주길 바래.”
그런데 얼마 전 지인들을 통해 김준우 교수님께서 비정년 트랙(돈이 걸린 문제는 늘 이리 복잡한 수식이 붙는 모양입니다.)
교수선임 과정에서 탈락되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신학영어가 아닌 영어 과목에 적합한 학위를 가진 젊은 인재를 뽑는다는
것인데, 저는 이 부분에서 몇 가지 모순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첫째,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일반 영어를 가르치는 것과 신학영어를 가르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습니다.
종로나 강남 혹은 신촌만 나가더라도 소위 영어 좀 한다는 학원 강사들이 널렸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미국 와보니 미국 거지들도 영어 정말
잘합디다. 과연 우리가 말을 배워야 합니까 아니면 정신을 배워야 합니까. 영문학 박사 학위는 영문학을 전공해서 그걸로 밥 벌어 먹을 사람들에게
쓰여야지요. 어렵게 딴 학위를 영문학에 관심도 없는 신학도들에게 가르쳐서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둘째, 감리교 신학대학을 여러 곡절로 인해 아주 오래 기웃거리며 졸업을 한 저로서는 감리교
신학대학이 정말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무슨 애를 얼마나 썼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드류대학이 입학조건에 6주간의 어학연수 코스를 필수로 해놨기 때문에 뉴저지의 센터네리 컬리지라는 곳에서 6주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서 느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한국 학생들이 저희 말고도 7-80명 가량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들에서 돈을 대주면서 보낸 학생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학교들에는 협성대학교와 호서대, 용인대, 덕성여대, 이화여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학교가 감신과도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신학계를 이끌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인 감신에서 보낸 그
많은 학기들 동안 왜 이런 기회가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는지 의아합니다. 이런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도대체
왜! 잘 가르치고 계신 실력 검증된 분을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내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담을 말하자면, 본인의
사정으로 8년 만에 새로 공부를 했던 저로서는 영어가 가장 부담되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준우 교수님의 도움으로 독해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고, 결국 토플에서 리딩 30점 만점에 29점을 받았습니다.(한 문제 틀려서 죄송합니다 교수님...)
셋째, 젊은 인재가 필요합니까? 그렇다면 후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들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젊은 30-40대 학자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는 젊은 선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깊이 있는 삶의 스승의 역할까지 겸비할 수 있는 참스승을 원합니다. 늙은 생강이 더 맵다는 말이 왜 있을까요. 그렇다고 김준우
교수님께서 늙으셨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이립( �#)은 과(|)하고 불혹(�?)은 불급(�r)한 나이에 있습니다만, 지금껏 김준우
교수님보다 더 젊은 열정을 가진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더니, “나한테 올 시간 있거든 그 시간에
영어 작문 연습 한 번 더 해라.”고 하시더군요.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촌음(�`)을 아껴서 후학과 한국교회를 위한 번역작업을 하시랴,
미국에서 그의 정신을 사모하는 사람들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강의 준비를 하시랴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 듯하여, 섭섭한 마음 가득했지만
못내 아쉬움만 잔뜩 안고 돌아왔지요.
저는 신학함은 “살아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독일이데올로기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하기만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신학은 어떻습니까? 2000년도에 감신에 다시 공부하러 왔을 때, 한
교수님으로부터 신학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화할 대상이 저 멀리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혹은 북한의
소외받는 민중들뿐입니까? 말로만 떠들어대는 사람을 우리는 허풍쟁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 신학은 “허풍신학”입니까?
논어에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는 말이 있지요. 자기 기득권을 위해 파당을 지어서 남을 이용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며,
소외시키는 일은 선생님들께서 늘 말씀하시던 “예수정신”에도 위배되는 일이 아닌가요?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치셨다면 언젠가는 서로 또 적이
되시겠군요. 안타깝습니다. 또 절차상의 문제가 없음을 무척 강조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은 역으로 절차에 문제가 없게 하기위해 공을
많이 들이셨다는 말로 밖에 안들립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뭘 얻으실 수 있습니까? 이상하게도 역사에는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어집니다. 과거에 있었던
훌륭한 절차에 의해 우리와 지금의 선생님들인 당신들도 스승으로 불러마지 않던 두 분의 교수님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셨지요. 그리고 지금은 또
한 분의, 당신들이 자랑스러워해도 모자랄 훌륭한 동역자요, 벗이며, 어쩌면 존경까지 해도 모자랄 양심과 열정을 지닌 우리의 스승을 적법하다고
여기시는 절차를 통해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시는데 거의 성공하신 듯 싶습니다. 그때는 종교다원주의라는, 조금 거창한 하지만 시대의 부산물일
뿐인, 공공의 적이 있었군요. 그러면 이번은 어떻습니까? 온 몸과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해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촌음을
아껴가며 헌신한 한 사람의 예수쟁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겁니까? 심장을 불태워가며 “올곧게 살아내기 위해” 각지각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우리 후학들의 미래도 지금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 같아 씁쓸합니다.
과거의 어떤 역사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이
수용되지 못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하는 이런 노력도 그냥 무시하면 유야무야 사라질까요? 그런 전략이라면 조금은 수용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학교의 모든 정책을 주관하시고 주인으로 계시는 교수님들의 입지는 그 아래 바닥에서 그 뜻이 정말 옳다 믿으며 복종해 온 학생들이
있었기에 탄탄한 대로를 걸으실 수 있지 않았습니까. 이제 학생들이 당신들이 내린 결정의 부당함을 자각했습니다. 변증법적 역전이 일어날
시점인거지요. 자기의식이 각성된 제자들이 선생님들께 묻습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담론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중요한 것은 신학을
하고! 또 삶을 올곧게,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살아내는! 일이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가 하려는 대화는 신학함에 포함이 되지
않는 걸까요? 그저 가만히 살아져서 사는 건 돼지나 소나 개나 다 합니다. 너무 흔히들 입에 담는 “예수정신”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다들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십니까? 진정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을, 세상을 위해 촌음을 아끼면서 동분서주하고 계십니까? 아름답고
경건한 소품들과 음악에 의해 잔잔해진 분위기에서 눈감고 묵상하며 아멘을 읊조리거나, 열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매몰되어 정신없이 할렐루야를
외치고 하나님을 부르며, 고양된 감정 속에서 엑스터시를 느끼는 것만이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영성의 모습입니까? 우리는 신학도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삶의 다양한 문제를 예수정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재해석하고 그 비전을 향해 우리를 투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하지 않습니까?
존경하는 선생님들! 당신들이 아끼는 제자들이 그냥 “살아가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살아내길” 바라십니까? 그리고 사랑하고 그리운 후배들!
당신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숨 한 숨을 그저 먹고 마시며 경건의 영성이라는 말로 포장되어진 감정의 쾌락을 쫓아 살아가시렵니까? 아니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올곧게 “살아내시렵니까?” 우리의 인생은 “출생유순이나 사망무순)”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일생을
주관하시지요. 그 분 앞에서 “후회 없이 아름답게 살았다” 고백할 수 있는 삶을 사시길 독려해 마지않습니다.
Ernst Bloch라는 독일 철학자가 희망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지요. “아직은 안 왔지만 오긴 올 것.”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가만히 있어서 와지는 것이 아니지요. 몸부림치며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살짝 실루엣을 드러내는 도도하고 거만한, 하지만
실상은 정다운 이름이 희망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희망을 주시기 위해, 제자들은 희망을 성취하기위해 서로 앞 다투어 노력하는 배움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준우 교수님을 생각하며
드류에서 홍성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