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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08일 (금) 00:00:00 [조회수 : 3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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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추의 사나이가 왔습니다.”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커다란 빨간 고추’를 높이 든 분이 단상에서 인사를 하자 부산 라합교회 성도들은 함성을 지르며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은 38세의 안상민 목사는 고신대학원을 다니면서 3년 동안 부산라합에서 교육전도사로 봉사를 한 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고추와 마늘 팔러 왔냐구요? 당연하죠. 그러나 라합뉴스가 생긴 이후로 주문이 넘치고 넘쳐 미리 예약을 받기 위해 왔습니다.”
예약을 받는다는 말에 폭소가 터지는 것은 결혼식 전에 고신병원의 간호사였던 여성도의 배를 불룩하게 하여 말썽이 일어날 뻔했으나 이미 혼인신고가 되어 있었기에 위기를 넘긴 대신 예약목사라는 별명이 붙게 된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실로에 매년 여호아의 절기가 있도다 하고 베냐민 자손에게 명하여 가로되 포도원에 숨어 보다가 실로의
여자들이 무도하러 나오거든 너희는 포도원에 나와서 실로의 딸 중에서 각각 아내를 붙들어 가지고 베냐민 땅으로 돌아가라>
(삿21:19~21)
“목사가 단상에 섰으니 일단 성경 한 구절을 읽고 두메산골 교회 식으로 일단 성경은 덮어 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키워주신 제 아내 마늘 사모는 밀양에서도 30킬로나 떨어진 두메산골 출신입니다. 저는 송도 해수욕장 출신이라 농촌에 대해 전연 알지를 못했는데 배가 더 불러 오기 전에 시골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허락을 받자는 말에 처음으로 두메산골로 가 보았습니다.
장인 될 아버님은 엄하셨기에 반칙을 한 저를 심히 나무랐으나 장모 될 어머님은 너무나 다정하게 잘 대해주셨습니다. 훈계와 대접 속에서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마당에 말리려고 펼쳐진 빨간 고추가 너무 때깔이 고왔으며 처마에 주렁주렁 달린 마늘은 제 주먹만 하더군요.”
부산라합은 집장촌 주위에 있기에 ‘때깔이 고운 고추와 주먹만한 마늘’이란 안 목사의 말을 금방 알아듣고 킥킥거리며 웃었는데, 단상의 발표자와 듣는 성도들이 호흡이 척척 맞다는 것도 성령님이 원하는 바이기도 한 것이다.
“올 봄에 한철수 목사님께서 은퇴하실 때 라합두메산골 교회는 13개였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몇 개나 되죠?”
“31개!”
자신의 교회 밖에 모르던 라합성도들이 라합뉴스가 탄생한 이후로는 형제교회 밥그릇 숫자까지 알게 되었기에 유치부 학생처럼 자랑스럽게 대답을 한다.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이 임함으로 ‘내가 너희와 함께 하리라’는 인(in)의 증명이었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은 인터(inter)시대의 출발입니다. 이는 믿음으로 무장된 자는 당연히 행함을 한다는 이치입니다. 8년 전에 여러분의 성원과 나함재단의 후원 속에 고추 달린 갓난 애기를 업은 아내와 정식 목사가 된 저는, 50 가구 중에 유일하게 장모님만 예수를 믿는 처가동네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인터하였습니다.
시골에도 젊은이가 드문데 두메산골은 아예 젊은이가 없었는데 대학원까지 다녔다는 사위가 농촌에 살겠다고 신고하였더니 장인 어른은 돌아 앉더군요. 저는 장인의 엉덩이에 절을 하며 ‘저희 가족이 먹고 살 것은 주님이 주시므로 내일부터 동네 종놈이 되어 열심히 봉사를 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1981년 대구 자갈마당 라합교회 개척 때부터 같이 시작한 농어촌 두메산골 개척교회는 나함재단에선 한마디로 즐거운 적자와 봉사를 예상한 것이었다. 이는 장사꾼으로 소문난 전병춘 이사장이 신도시에 교회만 세워도 많은 성도들을 모을 수가 있으나 목사도 가기 싫어하는 두메산골을 고집한 것은 카톨릭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다.
“저는 아내를 알기 전에 다른 교회를 다녔는데 아내를 꼬시려고 라합교회에 처음 온 날, 엄청나게 실망을 한 것은 일층에 대형 슈퍼마켓을 직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제 눈에는 복음을 빙자한 장사꾼 집단으로 보이더군요. 그러나 제가 성질이 급했다는 사실을 점차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멘!”
성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의를 하는 것은 부산 라합뿐만 아니라 라합교회가 처음 들어선 곳에서는 주위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라합은 두메산골 교회나 도시 라합교회나 목사들의 초봉은 똑 같으며 단지 근무 연한에 따라 월급이 차이 날 뿐입니다. 그래도 목사들은 시골에는 가지 않으려고 눈치만 살피는 것은 장래문제, 자식들 교육문제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애가 깊어짐에 따라 목사는 ‘모든 동네사람 주님의 백성 만들기’가 아니라 ‘모든 동네 사람의 종’이란 구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니 체육학과 출신이 여자에 반해 선택한 신학대학원이라 믿음도 적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두메산골 교회로 파송 되었다는 고백이 더 솔직하겠군요.
라합교회는 목사들은 도시에선 2년마다 교회를 옮기고 농어촌에서 4년을 근무하면 도시 교회로 옮길 수가 있는 엄격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4년 동안 목사가 아니라 종이 되어 열심히 봉사를 하였습니다. 저는 마을 운전수이며 아내는 돌팔이 의사 역할이었습니다. 장인이나 마을 노인들도 체면이 있기에 공짜 종이 운영하는 교회에 차츰 나오기 시작을 했으며 일이 적은 겨울에는 교회 온돌 방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찬송하며 성경 공부하는 자연적 부흥회 기간이었습니다.”
부산라합성도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라합뉴스에서 밀양교회 소식은 빠지지 않고 보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얼굴과 자라는 고추나 마늘의 모습은 사진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종이를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명작을 남긴 이중섭 화백이 하나님의 품으로 가신지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입니다. 평안도 부잣집 아들 이중섭이 1950년 12월 월남해 처음 몸을 의탁한 곳이 서귀포였는데 네 식구가 몸을 포개야 하는 단칸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가족을 먹이기 위해 바다에 나가 게와 물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었으며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했던 서귀포 시절은 그나마 행복했기에 ‘황소’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 환상’ 같은 걸작을 그려낼 수가 있었습니다.
6·25가 끝나갈 무렵 시인 구상(具常)이 폐결핵으로 쓰러졌는데 원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이중섭이 한참 지나서야 병문안 와서 큰 복숭아 속에 아이가 청개구리와 노는 모습을 그린 종이 도화지를 불쑥 내밀며 ‘무슨 병이든 먹으면 낫는다는 천도복숭아 있잖아! 그걸 상(常)이 먹고 얼른 나으라고.’라고 말한 과일 사 올 푼돈마저 없는 가난한 이중섭이었습니다.”
고추 예약을 받으러 왔다는 안 목사가 조용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하자 나이 드신 분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으며 그림에 관심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도 숙연한 모습으로 경청하였다.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김춘수·내가 만난 이중섭).
피란지 부산에서 이중섭은 물감과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부두 막노동으로 연명했는데, 그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 처가에 보내놓고 그리움과 미안함이 담긴 편지를 수없이 띄웠다고 합니다.
1955년 일본 처갓집에서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이중섭 화백은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성황을 이루었으나 중간 화상들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그림값 마저 떼어먹었기에 빚만 지게 되었습니다. 낙담한 이 화백은 ‘내 그림은 모두 가짜야.’라며 작품 뭉텅이를 불살라버리라고 후배 김광림 시인에게 주었고 다음해 죽게 됩니다. 그 후에 시인 김광림은 그림을 고이 간수하여 남은 가족들에게 돌려주었는데 돈에 환장한 화상들이 만들어 낸 가짜 작품으로 작년에 대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덧없는 속세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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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창녀
구원론>을 읽어 주셨고 이어지는 <배꼽 없는 여자>도 읽어 주시는 당당뉴스의 단골독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 하루였습니다. 너무 긴 이야기가 되어 나 자신이 혼돈 될 지경입니다. 그러나 무엇을 생각하던 무엇을 읽던 정신은 작품에 있어야 연결이 되며 감동을 줄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음달이 대보름이라 그런지 사할린 달도 멋집니다. 두 시간 전에 앞 집 이층지붕에 걸려있던 달님이 이제는 주인집 지붕으로 왔군요. 잠이 깬 노부부는 달밤에 문에 페인트 칠을 하는 재미난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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