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실행부위원회가 선거권자 선출을 위임받을 수 없다

박찬명 감리사(시흥남지방, 중부연회실행부위원)

감리교회는 매년 연회 마지막에 회의의 달인이 “미진한 사안은 연회실행부위원회에 넘기를 동의한다(위임한다)”고 바람을 잡으면 다른 누군가가 ‘재청한다’고 하면 모든 회원들은 ‘예’하고 의장은 기분 좋게 폐회를 선언하는 것이 통례다.

중부연회 실행부위원회(감독 윤보환)가 8월 10일 소집되어 “미진한 사안은 실행부위원회에 넘긴다”라는 연회 본회의 결의에 근거하여 연회 본회의에서 감독 선거권자 선출 절차 하자를 치유하려고 1,364명 명단을 각 지방별로 호명하며 행한 선거권자 선출을 추인했다. 그리고 이런 절차가 적법한지를 총회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하고, 만일 적법하다는 답변이 없으면 8월 20에 임시연회를 소집한다고 결의하였다다. 그러나 이런 결의는 적법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1. 연회 본회의에서 행한 선거권자 선출은 ‘미진한 사안’이 아니다.

‘미진한 사안’이란 결의가 안 된 의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의된 안건에 부수되는 사안을 말한다. 법률에 부수되는 시행규칙 정도로 이해된다. 그리고 미진한 사안은 포괄적인 사안이 아니다. 특히 명시된 회의규정을 넘어설 수 없다. 따라서 명시된 규정을 넘어서지 않는 범주에서 위임된 특정된 사안이어여 한다.

2. 선거권자 선출은 명시된 장정 의회규정이고 특정된 위임 사안이 될 수 없다.

연회의 직무에 보면, “연회는 감독, 감독회장 선거법에 따라 감독, 감독회장 선거권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권자는 정회원 11년급 이상 교역자와 지방별 그와 동수의 평신도 대표로 구성한다... 평신도 선거권자는 연회에 출석한 장로를 임명된 연수 순으로, 장로가 없을 시는 권사를 임직년수에 따라 선출하며, ... 당연직 외에는 30%까지는 여성 장로로 임명된 연수에 상관없이 여성장로로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달리 위임 규정이 없다. 따라서 연회실행부위원회가 선거권자 명단을 가지고 지방별로 한명씩 검토하여 선거권자를 선출한다는 것은 연회의 직무와 선거법의 규정을 충족할 수 없으므로 적법하지 아니하다.

3. 연회실행부위원회는 선거권자 선출을 위임받을 수 없다.

선거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래서 직접, 보통, 평등, 비밀을 중요시 한다. 선거권의 위임, 선거권 행사의 방해는 선거무효 이유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중부연회 실행부위원회가 선거권자 선출을 대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경솔할 뿐 아니라 무지의 소치이다. 어떻게 연회 출석 여부를 가리지 않고 단지 명단만을 가지고 50명의 실행부위원들이 모여 1,364명의 선거권자를 선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4. 의사정족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하여도 위법을 행할 수 없다.

한국감리교회는 감독 교권만 득세하고 의회주의는 생명력을 상실하였다. 그래서 감독 교권에 종속된 기형적인 의회 잔재만 남아 있다. 그러니 장정에 명시된 의회 규정마저 감독의 교권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책임은 실행부위원 모두에게 있다. 그냥 앉아서 편하게 거수기 노릇만 하자보니 의회주의가 무너진 것이다. 실행부위원들은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의회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5. 총회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임시연회 선거권자 선출 가이드라인 위배

제32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기복)가 7월 31자 공문을 각 연회에 보내고 임시연회에서 선거권자 선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1) 의장의 재석확인 요청(여기서 재석 확인은 등록수 아닌 재석 수 확인을 말한다).

2) 의장이 지방회 별로 선거권자 명단 작성 요청(여기서 지방별로 선거권자 명단 작성은 연회에 출석한 지방회 연회대표를 대상으로 선거권자 명단을 작성하라는 뜻이다).

3) 지방회 별로 작성된 선거권자 명단 제출

4)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 실시(이것은 의결 정족수를 준수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문은 서울연회 임시연회에서 선거권자 선출이 의결정족수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각 연회에 발송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부연회가 연회실행부위원회에서 선거권자를 선출을 감행하는 편법을 쓰고 나서 다시 총회선관위에 적법성 여부를 질의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누가 이런 제안을 하더라도 실행부위원들이 제대로 검토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선거권자 선출이 치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덧난 형국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선거권자들은 앞으로 선무당이나 돌팔이 같은 사람을 지도자로 뽑으면 안 된다. 감독 잘 뽑고, 감리사 잘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