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해직 사태와 관련, 감신대 교수협의회가 9월6일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오호, 애재라!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철이 막을 내리고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전혀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준우 교수가 탈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생활 여건 속에서도 감신동산에서 열과 성을 다해서 신학영어를 가르쳐 온 그가, 참된 스승으로서 학구적이자 참여적인 학자로서 우리 교회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길을 일구어 온 그가 대학으로부터 내쳐졌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인해 김교수와 그의 가정이 겪게 된 고통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으려니와, 이제 환갑을 코앞에 두고서도 비정년계열 계약직 교수라는 불안정한 교직을 이렇다 할 불평도 없이 감당해 온 이 사람을 대관절 무슨 의도와 무슨 용기로 내버렸다는 말인가? 금번 인사는 지난 몇 학기에 걸쳐 제기되었던 바와 같이 우리 대학의 교수임용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중대 사건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학교당국에 대하여 다음처럼 엄중히 묻고자 한다.

   1. 최초 비정년계열 계약직 초빙교수 제도를 도입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볼 때, “신학영어”는(단순한 영어 혹은 교양영어가 아니라) 신학대학에서 설치해야 할 불가결한 과정으로 설치되었던 과목으로, 영어 원서 독파능력을 기본적 단계에서 배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금번 모집 요강에는 신학영어가 단순히 영어 과목으로 바뀌어 공고되었고, 또 임용과정은 그러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러한 설치과목 변경에 관한 사안은 <인사위원회> 소관이 아니라 적어도 <학무위원회>나 <교과과정개편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거늘, 그러한 절차가 무시되었다.

   2. 정관에 의하면 신임 교원은 인사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되어있다.(51조 2항) 확인한 바에 의하면 6명 위원이 표결하여 두 차례나 3 : 3의 결과가 나온 까닭에 이를 총장에게 최종 결정하도록 위임하였다는 것이다. 인사위원회가 자체 기구에 귀속된 인사심의 선발권을 총장에게 위임하는 결정을 한 것은 명백히 절차적 불법 내지 인사원인무효에 해당할 수 있는 흠결 사항이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인사위원회의 결정 사안을 총장이 최종 승인하는 역할만을 해 왔기 때문이다. 부연하건대 이런 식의 교수임용은 지금까지 결코 한 번도 없었음을 밝힌다.

   3. 종래의 인사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학기 초 인사위원 1명이 사표를 내어 그 구성원이 6명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은 인사위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총장은 교원 인사위원을 긴급히 충원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를 모호한 상태로 운영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김준우 교수의 임용탈락 사건은 이런 정도의 법적 문제를 가지고 운운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유학시 최상급의 토플 점수를 획득했으며, 우리나라 신학서적 번역 영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경력을 쌓아 그 실력이 널리 검증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법정 통역 일을 맡아 다년간 훌륭한 과제를 수행해 냈고 집중 세미나 시간 미국 신학자들의 난해한 강연을 탁월하게 통역하여 목회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게끔 했던 이 사람이, 또한 귀국 후 역사적 예수 연구에 관한 서적들과 영성 신학적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있어 또한 우리 감리교회와 감리교신학대학교의 건강한 앞날을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이 훌륭한 학자가, 15년 이상 혹독한 삶의 정황 속에서 자신의 과제를 꾿꾿이 수행해 왔고 정년이 채 9년 밖에 남지 않은 이 사람이 이처럼 무자비하게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는 것이다. 가슴을 치며 비통해 마지 않을 일이다.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너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2006년 9월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