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학기에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회에 대해 실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역을 담당하는 교회의 목회자들과 현장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많은 도전과 은혜를 받았고, 목회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담임목사님의 배려와 교회의 지원으로 올해 6월 25일부터 ~ 7월 7일까지 진행된 제 3회 미국 동부지역 대안공동체 탐방(인솔 협성대 유성준교수)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에 첫 번째로 방문한 펜실베니아주 랑카스터의 아미쉬 공동체와 메노나이트 공동체에 대해 보고 깨달은 점들을 나누고자 한다.

▲ 전형적인 아미쉬 마을

메노나이트는 16~17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당시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고 영유아세례를 반대하던 집단이다. 메노나이트는 16세기 개신교로 개종한 네덜란드 신부 메노 시몬즈의 이름을 따서 메노나이트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메노나이트는 미국에서 교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선교와 사회봉사 그리고 단순한 삶을 강조하는 건강한 교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랑카스터에 있는 메노나이트 안내센터에서 그들의 역사와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스위스 메노나이트의 지도자였던 야곱 암만은 메노나이트가 성경을 너무 자유롭게 해석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성경을 매우 엄격하게 문자 그래도 해석해야 한다고 믿었고 결국 1699년 메노나이트를 떠나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의 추종자들이 지도자의 성을 따서 자신들을 아미쉬라고 불렀다. 아미쉬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재세레파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믿음은 당시 정부와 교회에 대립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극심한 박해를 받게 된다. 많은 아미쉬가 투옥되고 일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스위스에서의 종교적 박해 때문에 독일의 라인강 계곡으로 이주했지만, 거기서도 박해를 받게 된다.

1700년대 초 미국의 윌리암 펜이 이러한 상황을 듣고 아미쉬, 메노파 그리고 종교적 핍박을 받던 퀘이커 등 기타 공동체를 자신의 새로운 식민지 펜실베니아에 정착하도록 초대했다. 아미쉬는 1720년 필라델피아에 도착했고 1740년대 초에 랭카스터 카운티로 이주했다. 유럽에서 아미쉬는 박해 때문에 예배를 비밀리에 드려야 했다. 이로 인해 아미쉬는 유럽에서는 교회를 짓지 않았고 이것이 전통이 되어 오늘날에도 공개적인 교회 건물을 짓는 대신 각자의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유럽의 경우 1937년에 아미쉬가 해체되어 사라진 반면, 미국 내 아미쉬는 점점 늘어나서 미국 30개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에 걸쳐 약 35만명이 여전히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최초의 이민자들이 정착한 펜실베니아 주 랭카스터가 가장 많은 아미쉬 공동체가 있고 인디애나 주와 오하이오 주에도 많은 아미쉬 공동체가 있다. 랭카스터의 교외 농촌지역에만 3만명 이상의 아미쉬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20~30개의 아미쉬 가족으로 구성된 모임을 교구라고 한다. 랭카스터에는 약 200개의 교구가 있다. 이들의 숫자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미쉬공동체는 각 교구(district)마다 감독1명, 목사2명, 집사1명이 섬기게 된다. 교구의 감독, 설교자와 집사는 성경의 사도행전에 묘사된 것처럼 제비뽑기로 선정된다. 새로운 교회 지도자가 필요하면 교구 회원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행실이 우수한 기혼 남자를 추천한다. 모든 표를 집계하고 3표 이상을 받은 남자를 후보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후보자 수와 같은 수의 책을 탁자 위에 놓는다. 각 후보자가 책을 한 권씩 선택하여 종이가 포함된 책을 선택한 사람을 다음 교회 지도자(감독, 목사 또는 집사)로 세운다. 세워진 이들은 하나님이 선출 또는 선택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교직에 대해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은 없으며 교직에 대해 급여를 받지 않으며 교직은 평생 유지된다.

▲ 예배장소로도 사용하는 주택내부

아미쉬는 매주가 아니라 격주 일요일로 예배를 드린다. 교구 내 각 가족은 한 집씩 차례로 돌아가며 집에서 예배 모임을 가진다. 대개 가족은 1년에 한 번 예배를 주관한다. 예배에 약 150~250명이 참석하기 때문에 집을 크게 짓고 가구들을 치워 많은 사람들이 예배할 수 있도록 한다. 성인 남성들과 소년들이 방 한쪽에 앉고 다른 한쪽에 성인 여성들과 소녀들이 앉는다. 찬송가 합창과 성경낭송은 독일어로 한다.

아미쉬는 신약과 구약을 모두 독일어로 읽고 쓴다. 설교는 펜실베니아 독일방언으로 선포되는데 종종 펜실베니아 네덜란드어 또는 펜실베니아 독일어로 불린다. 이 방언은 아미쉬와 함께 미국에서 발전한 독일어이다. 예배는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하여 정오에 끝나게 되고 예배를 마치면 참가자 전원에게 미리 준비한 점심이 제공된다.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남아 담소를 나눈다. 성찬식은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진행하고, 이 의식이 있을 때만 자발적인 헌금을 받는다. 모금된 헌금은 은행에 보관되어 금전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쓰인다.

아미쉬는 국가에 대한 세금 등 모든 의무를 감당하지만 일체의 정부지원이나 혜택을 의도적으로 받지 않는 자급자족 가족공동체이다. 아미쉬는 외부 세계와 물리적인 연결을 거부한다. 그래서 외부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전선의 물리적 연결을 피하고자 아미쉬는 발전기, 압축공기, 배터리 또는 심지어 태양 패널을 사용하여 가전 기구에 전력을 제공한다. 종종 프로판 램프를 사용하여 집을 밝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석탄 또는 땔감을 이용하는 스토브를 주로 사용하여 난방을 한다. 일부 아미쉬의 집은 꽤 현대적이다. 많은 가구와 냉장고 및 믹서 같은 현대식 가전기구가 있다. 이들은 음식에 대해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때로 현지 식당에서 외식을 하기도 하고 식료품점에서 식품을 사기도 한다. 직접 재배하거나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하지만, 주로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키우고 그것을 캔에 담아 얼려 겨울을 준비한다.

▲ 아미쉬 가게

▲ 아미쉬 전통의상

아미쉬는 소박하고 단정한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공동체 생활전반에 대해 세세한 원칙을 정해두었다. 화려한 장식이나 벽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화려한 색깔의 옷도 입지 않는다. 주로 검은 색과 어두운 색 옷을 입는다. 옷의 단추를 장신구로 여겨 사용하지 않고 침핀을 이용하여 옷을 고정한다. 신발도 높은 힐이 없는 실용적인 신발을 신는다. 색깔은 일반적으로 검정, 파랑, 갈색 등 어두운 색을 신고 정장 신발은 언제나 검정이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은 운동화, 샌들, “크록스” 및 기타 현대식 신발을 많이 신기도 하는데 맨발로도 많이 다닌다. 결혼한 사람은 턱수염은 기를 수 있으나 콧수염은 기르지 못한다. 교통수단은 말이 끄는 마차를 이용하고 마차의 색깔까지 정해져 있다. 작은 거울은 있으나 전신거울은 사용하지 않는다. 전신거울은 겸손함을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에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없으며 전화도 없다. 이것으로 인해 가족 간의 대화를 방해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십대 가운데는 핸드폰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서는 철저하게 사용을 금한다고 한다. 물론 일에 필요하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쓰는 공동체 공중전화가 있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현대 산업문명의 최첨단 사회에서 과학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농사와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재산을 소유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공유하고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다.

아미쉬의 아이들은 공동체 안에 한 칸 학교라 불리는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받는다. 숙제는 거의 없고 1~8학년까지 공부한다. 아미쉬는 고등학교 교육이나 대학교육을 받지 않는다. 8학년이상 교육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파괴하고 너무 많은 세속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랭카스터 카운티에 운영 중인 1교실 학교는 200개가 넘는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읽기, 쓰기 그리그 셈하기를 배우고 농업, 건강, 역사 및 지리를 배우지만, 학교에서 종교는 가르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영어 말하기와 읽기도 배운다. 교사 1명이 8학년을 모두 담당하고 이러한 교사는 일반적으로 젊은 아미쉬 미혼여성이 맡는다. 동료 교사로부터 일부 훈련과 코칭을 받지만 주 자격증은 없다. 아미쉬 어린이는 일반 학교와 같은 일수로 학교에 가지만, 불필요한 방학이나 휴식은 없다. 학기는 일반적으로 5월 중순에 끝나기 때문에 아이들은 농장에서 부모님의 농사 일을 돕는다.

▲ 1학년-8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한칸교실

아미쉬 청소년들은 영화를 보러 가거나 댄스파티에 참가하기도 한다. 아미쉬 젊은이들은 사륜마차에 라디오를 설치하거나 운전 면허증을 따고 차를 운전하기도 한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거나 공식적으로 아미쉬 교회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럼스프링가라고 한다. 부모는 종종 자녀의 활동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 가르치면 자녀가 세속적인 활동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례를 받으면 아미쉬 생활에 맞지 않는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징계를 받게 된다.

아미쉬 청소년의 거의 95%가 자발적으로 아미쉬 교회에 가입한다.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교회에 가입하지 않기로 하면 모두가 그 결정을 수용한다. 하지만, 아미쉬 청소년이 교회에 가입한 후 믿음을 버리거나 아미쉬 생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 또는 배척을 받는다. 배척도 성경 구절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교회 회원이 중요한 종교 또는 생활 규칙을 어기면 교회와 아미쉬 공동체로부터 파문 및 또는 배척을 당한다. 감독만이 배척을 결정할 수 있으며 배척 정도는 가족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배척당한 개인에게는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아미쉬의 10대 소녀는 결혼 준비로 혼수상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접시나 유리그릇을 선물로 받기도 하고, 오랫동안 직접 킬트나 기타 뜨개질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품목은 결혼 후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된다. 결혼식은 일반적으로 10월 중순부터 12월 중순 사이에 열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결혼식을 하며 일반적으로 신부의 집에서 열린다. 반지, 꽃, 특별한 결혼 드레스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하객은 소문을 듣고 참석하지만, 때로는 공식 초대장을 보내기도 한다. 대부분 결혼식에는 250~400명이 하객으로 참석하며 신부의 가족은 하객에게 식사를 두 번 제공한다. 친구와 이웃이 결혼 준비를 돕고 결혼식은 약 3시간 동안 진행한다. 아미쉬에서 이혼은 절대 금지이다. 단, 배우자가 사망 후에는 재혼할 수 있다. 결혼한 부부를 위해 공동체 전체가 나서서 집을 지어주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 성막이 있는 메노나이트 안내센터

▲ 메노나이드 사명선언문

메노나이트 안내센터와 아미쉬 민속촌을 방문하고 그들의 공동체를 방문하며 많은 도전을 받았다.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모델은 초대교회의 예루살렘공동체(행2:42-47)이다. 예루살렘 공동체의 삶은 이후 모든 기독교 공동체의 모델이 되었다. 그러므로 공동체란 교회의 본질이며 산상수훈의 철저한 제자도를 구현하는 삶의 실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미쉬와 메노나이트 공동체를 방문하며 깨달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체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공동체에서 서로를 돕고 삶을 나누는 것을 기독교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비교하지 않고 다투지 않기 위해 공동체의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서로가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 교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개교회주의, 개인주의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이때에 공동체를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겸손하게 살기 위해 규칙을 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내어 놓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현대 교회에 큰 도전을 준다.

둘째, 가정에서 신앙교육이 이루어진다. 아미쉬는 학교에서 신앙교육을 하지 않는다. 신앙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프로그램화된 성경공부나 제자훈련도 없지만, 이들은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성경을 배우고 신앙을 배운다. 부모를 통해 교회에서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노동을 통해 하나님을 배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신앙은 교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회에 위임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하지만, 신명기 6장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신앙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아미쉬는 그 말씀을 그대로 순종하고 있다.

셋째,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미쉬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세례를 받고 교회에 입교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자녀들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을 올바로 가정에서 가르쳤다고 당연히 옳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청소년, 청년 부모들은 너무 신앙을 강요했다. 그 부작용으로 성인이 되면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상당히 많다. 신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던 존 웨스터호프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사는 철저하게 섬기는 사람이다. 아미쉬 교회에서 목사는 특권계층이 아니다. 특별한 교육을 받거나 특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목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비뽑기로 되고 자신이 하신 일 이외에 자비량으로 종신토록 교회를 섬긴다. 한국교회에서 목사는 특별한 계층으로 여겨지고 대접받고 섬김을 받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나 아미쉬에서 목사와 감독의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희생과 헌신이 요구된다. 이들은 다른 이들과 똑같이 많은 노동을 한다. 거기에 목사와 감독의 일들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배워야 할 꼭 필요한 마음이라고 생각이 된다. 예수님은 이 땅에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고 마가복음 10장 45절에 말씀하셨는데 많은 목사들이 섬김을 받으려 하고 대접을 받으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부터도 섬김을 받고 대접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을 느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아미쉬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한국교회 상황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들의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소박함, 단순한 삶, 가정의 중요성, 성경을 있는 그대로 받고 순종하고자 하는 순수함은 꼭 나의 삶과 사역에 적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현성관목사(북수원교회 부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