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박주가리와 친해진 것은 순전히 가까이에 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작은 오솔길 바로 옆에 있어 숲속을 헤매지 않아도 되지요. 가는 길에 만나는 여러 가지 들꽃은 보너스입니다. 꽃이 그리 많지 않은 조금 한가한 여름에 꽃이 피니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되기도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박주가리와 꽃이 아주 작고 보기 드문 왜박주가리도 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축축한 습지에 자리 잡았네요. 이름 앞에 ‘덩굴’이 붙어 있는 것은 분명 강조의 의미일 터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구별이 안됩니다. 오히려 덩굴의 길이로만 따지자면 박주가리가 훨씬 덩굴성인데 말이지요. 박주가리에 비해 꽃이 선명하고 똑똑해 보이기는 합니다. 녹화(綠化)되어 연두빛인 꽃도 나란히 피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어요. 기특한 것은 6월말에서 7~8월을 거쳐 늦게는 9월초까지 개화기간이 길어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더 여유를 부리면 별나게 생긴 씨앗이 두팔 벌여 맞이하니 그것도 좋습니다.

성가시게 뜨거운 여름입니다. 계속되는 폭염에 맞설 생각일랑 아예 접으시고 더위와 사이좋게 지내십시오.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도 잠시일 것입니다. 올해는 늦게 한번 더 가 덩굴박주가리의 날씬한 열매집에서 날아오르는 씨앗을 담아봐야겠습니다. 훌륭히 할 일을 마치고 떠나는 그 가뿐함과 날아오르는 씨앗을 품는 푸른 가을하늘!! 생각만으로도 이 열기가 조금 가라앉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