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부단히 변화하고 발전해 오고 있다. 고대를 거쳐 인류역사는 변화해 오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을 이루는 가치 중에서 중요한 것으로 자유,평등,박애를 들 수 있다.

고대 노예사회는 그리스의 높은 예술과 철학 수준에도 불구하고 사회 밑바닥을 이루는 많은 노예들의 힘든 노동과 생산이 기초적으로 사회시스템을 받쳐주고 있었다. 많고 오랜 투쟁의 시간을 거쳐 노예상태의 인간은 외면적으로는 사라져 갔다. 물론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의 불평등의 상태는 도처에 존재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를 이어 노예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현존하기 힘들다. 근세에 만연하던 흑백의 차별과 우리 조선시대에 엄존하던 반상의 차별과 사농공상의 직업의 구분 등 오랜 차별의 시대가 있었다. 아직도 인도에는 카스트를 기본으로 하는 계급사회가 온존하고 있고, 현대사회에도 다양한 형태의 남녀차별이 존재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운전이 이제야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우리사회에도 존해하던 많은 규제와 법적 제약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해 왔다. 여성의 참정권의 인정도 오래지 않으며, 몇십년 전 까지도 동성동본의 혼인 금지가 광범위하게 유지되었고, 호주제에 근거한 남녀차별과 상속 등 재산권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

아직까지 비록 소수들이었지만 우리 사회에 남아있던 오랜 갈등과 차별의 문제 중의 하나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였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루며 오랜 분단의 우리 나라에서 병역은 신성하고 중요한 의무였다. 이를 기피하거나 거부한 사람이나 그 자녀들은 사회에서 지지 받지 못하고 지도적 위치에 오를 수 없었다. 여기에 종교적 신념과 살생과 무기를 반대하는 개인의 신념에 근거한 병역 기피까지도 매몰차게 우리는 비판하고 사회에서 격리,타도해야만 되었다. 이는 인간의 양심의 자유와 생각과 신념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었지만 국가안위란 어쩌면 더 큰 가치에 의해 거부되어 왔다.

이런 투쟁의 70년의 역사위에 어제 우리나라 헌번재판소에서 병역기피는 위법한 것이지만 동시에 종교와 양심에 근거하여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하기 위해 병역에 대체되는 활동이나 국가,사회를 위한 복무를 정해야 함을 판결한 것이다.

1950년부터 약 70년에 걸쳐 2만여명이 처벌받아 감옥에 가는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거친 끝에 대체복무제 길이 열린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이 진행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헌재 안팎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이 날의 결정을 기다렸다.

아직도 남은 일들이 있다. 국회가 관련 입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대체 입법을 통해 병역을 필하거나 향후에도 군대에 가려는 사람들도 이해하는 수준의 대체 복무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계류 중인 병역기피 사범들에 대하여 전향적인 판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가능한 범위에서 동 헌법불합치 규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제도의 불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성숙하며 조화로운 사회로 나가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방향과 길을 열었던 많은 사람들의 힘든 길을 보게 된다. “길이 없던 들판에서 길을 만들며 갔던 사람들, 그리고 같이 걸어간 사람이 오늘 결정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란 말에서처럼 한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 나가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닫지 않고 경청하는 것은 역사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다른 한편의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에는 지금도 새로운 소수의 주장과 거기 반대하는 다수의 소리가 부딪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수의 편에 서는 것이 대체로 안전하고 쉽고 손해보지 않는 길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창조적 소수의 외로운 주장과 지금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주장들도 머지 않아 사회의 큰 흐름이 되고 제도화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게 된다.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Day,1929-1968)목사의 외침과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던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도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고 일반화된 가치가 되고 제도화 됨을 보고 있지 않는가? 우리 주변의 소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우리 사회를 더 성숙하며 선진화된 나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며 활동이다. 더구나 그 소수의 생각이 인간 본연의 자유와 존엄 그리고 정의와 평등을 지향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