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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엄마아빠들과 함께한 11일 여행(3) "기억"3번 째 이야기 - 기억
박인환  |  gojum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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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07월 01일 (일) 14:11:23
최종편집 : 2018년 07월 06일 (금) 01:06:02 [조회수 :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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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엄마아빠들과 함께한 11일 여행

3번 째 이야기 - 기억

 

   
 

5월 8일, 뉴욕에서의 둘 쨋 날, 911메모리얼 뮤지엄을 관람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 일찍, 하장로님 댁에서 숙박을 한 세월호 엄마.아빠들과 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두 목사가 후러싱제일교회 세미나실로 모이니 UMC뉴욕한인연합회장 김순덕님과 UMC전국연합회총무 김명례님 등 몇 분이 와 있었고, 그들이 가져온 종이 박스 모양의 커다란 던킨 커피 통으로부터 나오는 구수한 커피향기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또 우리 일행의 점심식사를 위해 마련해 온 12개의 봉지 안에는 김밥과 과일과 음료수가 정성껏 담겨 있었다. 911메모리얼 뮤지엄 근처에 식당이 없다며 준비해 온 것이다. 세월호엄마.아빠들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던 그들의 얼굴에서, 잠깐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서 표현되는 그들의 말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고통당하는 유족들을 기억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참 애석하다. 먼 이국 땅에서도 이렇게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사로 인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은 안산에서 집값 떨어진다며 “세월호납골당반대”를 외치는 이웃들, 그들의 표를 얻기 위해 역시 “세월호납골당반대”를 선거켐페인 구호로 내걸고 핏발을 세우는 안산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선거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그 구호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과연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인간은 좋지 않은 일이나 자기의 잘못 같은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그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노력할 줄 아는 존재다.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할 줄 아는 존재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 특히 적지 않은 안산시민들이 세월호와 세월호가족들에게 보여 준 태도에서는 사람다움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히 6월 13일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안산시 단원구민들의 ‘납골당반대’ 운운하는 모습은 사람으로서는 하여서는 안 되는 기괴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억할 줄 모르는 금수의 모습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그라운드 제로(테러 당하여 무너진 쌍둥이빌딩 자리)에는 커다란 풀이 두 개 있다. 무너진 두 건물의 면적을 그대로 살려 풀을 만들었는데 위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이 다시 한 층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버리는 블랙홀 같다는 느낌을 주는 듯 하였다. 난간에는 2001년 9월 11일에 희생된 3021명 희생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주변에는 이러저러한 구조물이 없어 마치 넓은 광장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가이드가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 나무는 Survivor Tree였다. 2001년 9월 11일, 이 나무도 테러의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쌍둥이 빌딩과 그 빌딩들이 서 있던 광장은 모두 초토화 되었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몇 년 동안 건강을 회복시킨 뒤에 다시 제자리에 심어주었다고 한다.

 

   
 

 

   
 

광장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른 점심을 먹는데 한 백인청년의 배낭에 우리의 눈이 멎었다.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시찬이 아빠가 그에게 다가가 얘기를 나눈다. 몇 년 전 서울 광화문을 방문하였다가 세월호 서명지기들한테 받은 리본인데 자기도 잊지 않으려고 달고 다닌다고 하더란다.

쌍둥이빌딩 지하층을 그대로 살려 건축한 911메모리얼 뮤지엄은 그 규모나 세세함 등이 상상 이상이었다. 전시품 중에 주인 잃은 도끼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소방관이 들고 들어갔을 도끼는 나무로 된 자루가 마치 플라스틱이 녹은 것 같은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도끼를 가지고 있던 소방관은 누구였을까? 3천 여 명이나 희생된 쌍둥이건물 잔해에서는 뼛조각 하나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형항공기의 연료가 다 그 안에서 폭발하고 불이 났고 고열로 거의 모든 쇠기둥과 유리창이 녹아내릴 정도였으니...

지하에 내려가서 처음 본 것은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구였다. 3천 명이 넘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고 그 중에는 한국인 희생자도 83명이 있었다.

 

   
 
   
 
   
 

 

미국을 좋아한다거나 친미적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들은 기억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것이든 아니면 부끄러운 것이든 기억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해 놓는다는 것이다. 영광스러운 과거는 회상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기 위하여, 부끄러운 과거나 불행한 과거는 또 다시 그런 부끄러움과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서가 아닐까?

꽃 같은 단원고 아이들 250명이 희생되었다. 슬픔과 원통함을 가진 유족들이 그토록 원하는 세월호 안전공원 하나 만드는 데도 논란을 일삼는 안산의 일부 시민들, 그것도 집값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며 아우성을 치는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심히 착잡하다. 집값 떨어진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들 눈치나 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모리배들과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이들로 인해 안전공원은 앞으로 첩첩산중을 넘어야 할 것 같아 민망하다.

새삼 예루살렘 홀로코스트박물관 야드바셈의 출구에 새겨진 문구가 생각난다. “망각은 우리를 노예로 이끌고 기억은 우리를 구원에로 이끈다”
기억하자. 기억하는 자가 진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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