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목사가 28일 전명구 감독회장과의 합의서를 전격 공개했다. ‘감리회 개혁과 정상화를 위한 성모 목사와 전명구 목사의 <합의서> ’라는 제목으로 지난 20일자에 작성된 이 합의서는 성모 목사가 감리회를 상대로 제기한 감독회장선거무효 항소심 및 직무정지가처분을 모두 취하하는 대신 전명구 감독회장은 직무에 복귀하여 △감리회본부 인사개혁 △감리회본부개혁 △감리회 제도개혁 △화해와 일치노력 등 4개항을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양자간 의무와 책임도 합의서에 명시했다. 성모 목사는 △법원에 소취하서를 제출하되 △이후 어떠한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며 △‘성모측 이행소위원회’를 3~5인으로 구성하여 의사결정과 집행을 맡기기로 했다. 이 ‘이행소위원회’는 전명구 감독회장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지를 검증하는 사실상의 감시기구로 위원 전체를 성모 목사가 추천하기로 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사표’를 이행담보로 제시했다. 오는 12월에 검증을 실시하여 합의이행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전명구 감독회장이 2018. 12. 31. 총실위에 지체없이 사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전명구 감독회장의 사표는 성모 목사가 가지고 있다가 합의이행 평가에 따라 제출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명구 감독회장, 개혁담보로 사표 건네

감독회장이 ‘사표’를 이행담보로 제시하면서 까지 수행해야 할 개혁과제는 △감리회본부 인사개혁 △감리회본부개혁 △감리회 제도개혁 △화해와 일치노력 등 모두 4가지 분야다.

△감리회본부 인사개혁

먼저 전명구 감독회장은 복귀 90일 이내에 본부 인사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무, 원장, 실장,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되 위원 11명 중 성모 목사가 5인을 추천하고 위원장을 합의로 추대하기로 했다.

실장 원장 임명 등의 권한을 위원회에 이양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본부의 각국 총무 등 임원의 임기가 오는 10월로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여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본부직원 신규채용규정, 이사관련규정, 교회연합기관 이사 및 위원 파송에 관한 규정 등을 제정하기로 하고 ‘공개모집’이라는 용어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임원채용에 공정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이며 소위 ‘자리 나눠먹기’ ‘야합’ 등의 비난을 피하려는 속내도 묻어나고 있다. 물론 이것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내규 개정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리회본부개혁

동시에 감독회장은 본부조직개편을 위한 TF팀을 꾸려야 한다. TF팀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지만 이 TF팀이 감리회구성원 사이에서 불합리로 지목되어 온 인사, 예산, 재정 분야에 대해 ‘본부개혁’의 칼을 빼어들 것으로 보인다.

△감리회 제도개혁

전명구 감독회장은 제도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양측은 제도개혁의 시기를 내년으로 예정된 입법의회로 정하는 한편 의회법, 재판법, 선거법 등 개혁의 대상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먼저 <입법의회 위원과 장정개정위원의 의회법4조3항에 따른 선출>을 명시해 이들 위원구성에 있어 여성과 50대미만의 참여를 장정대로 준수할 것을 약속했다.

또 지난 ‘제32회 총회 입법의회에서 회원 3분의 1 이상의 명의로 발의된 ’의회법 개정안, 선거법 개정안, 재판법 개정안’을 내년 입법총회에 발의할 것을 명시했다. 이는 지난 해 입법총회에서 현장발의되었다가 폐기된바 있는 ‘개혁법안’을 감독회장이 다시 발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감독회장은 또<감리회 재판제도 개혁 TF>를 가동하며, 선거권의 전 연회원 확대와 금권선거방지 방안 등도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제도개혁을 위해 감독회장은 감독회장 지명 몫인 장정개정위원 2명 추천권한을 성모 목사가 행사하도록 하는 이행방안 합의도 했다. 성모 목사가 추천하는 인사를 감독회장이 장개위에 추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해와 일치노력

마지막으로 전명구 감독회장은 화해와 일치를 추진해야 한다. 합의서에는 ‘감독회장선거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 구제 및 이로 인한 갈등 과정에서 권리를 제한 받은 목회자들의 자격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행사항으로 언급했으나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소취하장이 감독회장 복귀의 보증수표?

합의서가 공개된 28일 오후 성모 목사는 ‘합의서를 발표하며’라는 제목의 개인성명에서 “감리교 개혁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였고, 전명구 감독회장의 개혁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공개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공개이유를 밝혔다. 소취하 합의를 두고 조성되는 부정적인 여론을 개혁명분으로 잠재우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합의서의 공개시기를 두고서는 전명구 감독회장측과 조율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원칙에 대해서는 동의가 되었지만 ‘소송이 유지됐고 이철 직무대행이 부동의의 이유로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합의서가 논의과정 없이 공개된데 대해 전명구 감독회장측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성모 목사측은 자신의 소취하가 비록 이철 직대에 의해 부동의 되었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반면 감독회장측은 “소취하장이 무력화 되며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보고 있다.

얼마전 윤동현 목사가 감독회장을 상대로 당선무효소송을 냈다가 소취하를 했지만 감독회장이 소취하부동의서를 제출하여 판결까지 갔고 결국 원고가 패했던 전례에서 소취하부동의의 위력을 경험한 감독회장이다.

감독회장측은 성모 목사의 감독회장직무정지가처분이 소취하로 인해 ‘해제’되어 있는 현재, 이성현 목사가 낸 직무정지가처분에서도 소취하의 효과를 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현 목사가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의 주요 이유가 선거무효1심판결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항소심 결과에 따라, 혹은 당선무효 본안 결과에 따라 가처분의 결과도 달라질 가능성을 기대했던 것이다.

만일 이 두 가지 가능성 중에 한 가지라도 실현된다면 감독회장은 일단 업무에 복귀한 상태에서 소송을 대응해 갈 수 있다. 그러나 당선무효 재판부가 판결을 예고했다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변론재개를 진행해 항소심판결 이전에 가처분이 해제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소취하부동의로 인해 판결까지 가봐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처럼 소취하 합의의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봄에도 합의서 공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이유에 대해 감독회장측은 “성모 목사의 소취하 결단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감독회장 직을 걸 만큼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왕 합의서가 공개되었으므로 개혁불가피론과 정상화 논리로 항소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선거무효 항소심 결심이 7월 19일로 미뤄졌고 판결은 8월 중순 이후로 점쳐지며 재선거 일정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고는 사라지고 하필이면 경선에서 1, 2위를 한 두 피고끼리 싸우는 희안한 재판을 지켜보는 감리회는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 체제냐 전명구 감독회장의 복귀냐 하는 선택만 가능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이 상황을 이철 직무대행이 의도한 것이었을까 하는 것에 있다. 성모 목사는 직대가 보여준 여러 행보를 종합해 직무대행에게서 재선거 의지가 없음을 확신하고 “재선거 못할 바에야 개혁”을 선택해 소취하라는 강수를 두었고, 직대는 “소를 정리하지 않으면 혼란 계속된다”는 이유로 소취하부동의로 응대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 이익이 감독회장의 잔여임기까지 직무대행 연장이라는 점에서 작지 않고 선거무효가 확정될 경우 등록금도 반환받을 수 있어서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게임을 하는 중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고의 소를 청구인락하는 카드도 그의 손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