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서는 고정관념의 문제점을 다룬 글이다. 요나는 하나님이 은혜의 하나님이고 자비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는 선민인 유대인만을 위한 것이지 이방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심지어 니느웨의 이방인들을 구하시려고 자신을 보낼 때 요나는 이방인들을 구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할 뿐 아니라 화를 내고 항거한다.

요나서의 메시지를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요나서에는 하나님의 사랑의 폭을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요나서의 주인공이 요나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하나님의 사랑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주인공 요나의 언행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요나의 고정관념에 주목해야 한다.

고정관념은 심리학 용어로, 누군가 어떤 사람을 설득하거나 상황이 바뀌어도 당사자가 그 생각을 수정하지 않는 고착된 관념을 가리킨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적 구성원들의 전형적 신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화를 통해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 신념체계를 습득하게 되고 이러한 사회화 과정 속에서 고정관념이 형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사회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사회 관념은 고정 불변하며 당연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처럼 강요된다. 그러나 그 사회의 문화가 변하면, 이미 획득된 고정관념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옛 고정관념을 고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문화에 따라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것인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데 사회가 변하면 이전 사회에서 습득된 고정관념은 변한 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 고정관념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고정관념을 버릴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은 과학에서의 패러다임과 비슷한 면을 지니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한 후에도 옛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사회가 변해도 옛 고정관념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요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왜 요나는 이방인의 땅으로 가서 그들을 회개시키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외면하는가? 바벨론 유배 이후에 유대를 재건하고 유대교를 개혁하려고 한 에스라, 느헤미야 같은 선지자들은 선민의식을 강조하면서 이방민족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인과 결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아내가 된 이방여인들조차 내쫓았다. 이사야 49장 6절에 이방인의 구원이 언급되어 있지만, 그런 단편적인 기록은 전반적인 이방인 혐오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 유대인들은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이 예언한 이방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될 것으로 믿고 그 심판을 기다렸다. 이렇게 당시에 만연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서 여호와는 유대민족만을 사랑하시는 분으로, 이방인을 미워하시고 심판하실 분으로 믿은 요나는 이방인의 땅으로 가라는 여호와의 말씀을 따를 수 없었다.

여기서 요나를 이방인의 땅으로 보내시는 여호와는 이방인 혐오를 선포하라고 선지자들에게 말씀하신 여호와와는 동일한 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요나는 이방인에게 심판을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여호와가 실상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욘 4:2)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민의식에 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그런 여호와의 은혜는 유대인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이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태풍으로 인해서 그가 탄 배가 침몰할 위험에 처했을 때 그 태풍이 니느웨로 가서 이방인들을 구하라는 여호와의 말씀을 어기고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탄 자신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고래 배 속에서 나온 후 여호와의 부탁대로 니느웨로 가서 여호와의 말씀을 선포하고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자 하나님이 그들에 대한 진노를 거두시는 것을 목격한다. 여기서 요나는 하나님이 유대인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요나는 선민의식에 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니느웨 사람들이 하나님의 진노를 벗어난 것을 “매우 싫어하고 성내며”(4:1) 하나님에게 항거한다. 마지막까지 요나는 이방인들을 아끼는 여호와에게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항변한다.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으니이다”(4:9) 이러한 요나의 태도를 통해서 저자는 유대인의 선민의식이 그리고 이방인 혐오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드러낸다.

그 말을 듣고 하나님이 니느웨 사람들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당신은 그들조차 사랑하신다고 말하지만, 요나는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다. 욥기의 주인공과 달리 요나서의 주인공은 하나님의 말씀조차 거부하면서 그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 욥기의 주인공은 자기의 신앙이 올바르다는 고집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요나서의 주인공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비를 알고 있고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지 않으려고 한다. 한 마디로 요나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여성차별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오랫동안 남성들이 지니고 있었던 고정관념이었다. 19세기 말 서구에서 시작된 여성해방운동으로 인해서 지금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유교적 윤리가 강한 한국에서도 여성평등의 관념이 일반화해 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성차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 여성호주제 문제가 나왔을 때 유림에서는 그것을 한사코 반대했었다.

그런데 남녀평등이 일반화한 지금 남녀 차별에 관한 고정관념을 고집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사회의식이 바뀌면 이전 사회에서 습득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사회가 바뀌었는데도 옛 관념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에 대한 부적응에 다름 아니다. 이 부적응은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문제로 떠오른 자유한국당의 딜레마에서도 우리는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구동성으로 한국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정치적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달리 말하면, 달라진 한국의 정치적 여건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문제는 보수성이 강한 한국의 기독교계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의 기독교계에는 근본주의적 신학이 아직도 세력을 떨치고 있고 여기저기서 창조과학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축자영감설, 이중예정론, 교리적 성경읽기를 아직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신학적 혹은 교리적 고정관념은 현대인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그런 보수적 신앙관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이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은 믿음의 영역이라고 강변하면서 그들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 쉬운 예로, 한때 부흥강사들은 흔히 TV를 사탄 박스라고 하면서 TV를 박살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을 듣고 TV를 없애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사 TV를 없앤다 하더라도 며칠 후에 더 좋은 것을 사지 않을까? 현대의 문화 혹은 현대인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는 신앙관이나 신학은 결국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신학은 성경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한 이론이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화에 따라 달리지기 때문에 사회가 달라지면 신학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시대마다 독특한 철학이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신학 혹은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다. 이사야나 바울이 말한 대로, 하나님의 지혜는 인간의 머리로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고 깊고 넓다. 따라서 인간의 한정된 지적 능력으로 정립된 신학이나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신학적 이론이나 교리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 향상되면 이전 사회에서 습득된 고정관념은 설 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그들이 내세운 신학은 그들이 살았던 사회의 한계성으로 인해서 절대적인 것일 수 없다. 본회퍼는 ‘성인된 인간’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우리의 의식이 옛날과는 달리 많이 성숙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본회퍼는 그 말을 통해서 지적 능력이 달라진 사회에서는 하나님의 지혜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요나는 욥과 달리 자기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그는 지적으로 그리고 체험적으로 하나님의 자비가 자신의 선민의식에 관한 고정관념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집스럽게 선민의식에 집착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하나님 보시기에 그의 고집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일까?

요나서의 저자는 ‘성인된 인간’이 옛 시대에 형성된 신앙적 고정관념을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