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특히 목회는 성도들의 삶의 자리와 함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도들의 성품과 기질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충청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이 다 그 특성이 다르다.

경기도(인천) 출신인 나로서는 서울 목회보다 충청도 목회가 어렵다. 물론 서울 경기 사람들이 드세고 약고 곁을 주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내 태생이 그쪽이다 보니 그렇게 힘들게 다가오는 기질은 아니다. 그의 언행을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에 다른 게 없다.

차라리 나로선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이 파악하기 훨씬 힘들다. 웬만해서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 각지지도 않았다. 둥글둥글하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 그 기질을 모르고 어떤 일을 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일이 터지고 나면 수습하기는 이미 글러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목사님의 조언이 생각난다. 세 번은 권해야 한다는 것이다. 밥상 앞에 앉았을 때 성도가 오면, 세 번을 권하여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단다. “식사 같이 하시죠.” 그러면 으레 이리 대답한단다. “먹었어유.” 그래도 다시 권하여, “그래도 조금만 잡숴보세요.” 그땐 이렇게 대답한단다. “됐시유.” 그래도 세 번째, “그래도 한 술이라도 떠 보세요.” 그러면 마지못해 이런다나. “그럼, 그려 볼까유?” 하고 밥상으로 다가앉는단다. 하하하.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충청도 사람과 어울려 산다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청도 목회를 꽤 오래 하다 보니 이젠 대강, 어렴풋이, 째끔은 그들을 이해할 때도 꽤 많다. 이런 일이 있었다.

전임지에서 잇었던 일이다. 성도가 입원을 하고 수술을 했다. 그러나 내가 안 것은 한참 후다. 아무에게도 안 알리겠다는 그 가정의 내부방침(?)이 정해진 터라, 차량을 운행하는 분이 그분을 태우러 갔다 나오지 않자 그때서야 입원한 것을 알았다. 급기야 그 사실은 내게도 알려졌고.

그래서 부랴부랴 심방을 갔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아셨슈? 안 오셔도 되는데. 미안해서.” 그러나 그 심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곤 심방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미 ‘심방감사헌금’이라고 쓴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허. 이미 심방 오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심방 이후 몇 번의 전화가 왔다. 조금 입원이 길어지겠다느니,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느니... 차도에 대한 문자도 가끔 왔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기도만 했다. 연거푸 비슷한 경과보고를 받고는, ‘아이쿠’ 생각하곤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또 심방 오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성도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배우자가 직접 내게 휴대폰으로 알렸다. “별 거 아녜요. 기도나 해주세유. 주사 좀 맞고 가면 돼유. 오지 마세유.”라고 말했지만, 어떻게 병원에 안 가볼 수가 있으랴? 잽싸게 심방을 갔다. 돌아올 때 역시 예의 그 준비된 ‘심방감사헌금’이란 걸 줬다. 하하하.

이쯤 되면 나도 목회경력과 어울리는 ‘충청도 목회 자격증’이란 걸 따가는 건지 모를 일이다. 혹 내가 눈치 못 채더라도 눈 꾹 감고 이해해 주면 좋으련만. 그렇질 않으니.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