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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물론 영어를 거의 못하는 그를 병실에서 만났다. 번역기를 이용해 간신히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가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혜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산재보험에 대해 잘 모른다.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를 꺼리는 기업주들은 적당히 치료나 해주고 말려는 경향이 있다. 산재노동자는 누구나 소위 불법체류자라도 무조건 마땅히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이주노동자에게 알려주는 일부터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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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덩삐를 또 만났다. 그는 병상에 앉아 페이스북으로 외부와 소통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그에게 SNS는 유일한 소통 도구인 듯하다. 나는 그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키가 작지만 야무지게 생긴 그는 밝게 웃었다. 미얀마어를 단 하나도 할줄 모르는 나와 페북친구가 되었지만 친구 맺은 것 자체를 좋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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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맺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임금에 대해 묻게 되었다. 지난달 그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을 했다. 일요일 하루도 쉬지 않고 야간노동만 했다.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매일 반복적인 일을 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다. 빵 한 조각을 간식으로 먹고 곧바로 일했다.자의반타의반 그렇게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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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삐가 지난달 일한 시간은 모두 390시간이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이다. 여기에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한 노동 시간이 들어있고, 야간 노동시간이 들어있고 휴일 노동 시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이것만을 갖고 계산을 해도 덩삐의 한달 임금은 400만원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덩삐(가명)가 실제 받은 임금은 220만원이었다. 생산을 위한 노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가 착취당한 것을 원천적으로 규명하지 않고, 그냥 단순히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해서 보아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착취의 실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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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삐의 공장은 하청공장이다. 한국사회의 착취구조는 3겹,4겹의 구조로 치밀하게 짜여있다. 피라밋구조다. 하청공장은 원청공장과의 사이에서 착취를 당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사이에서 착취를 당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사이에서 착취를 당한다. 여자는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착취를 당한다. 이렇게 볼 때 덩삐는 우리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착취당하는 존재다. 재벌왕국 한국에서 착취구조의 정점엔 재벌이 있다. 그러니까 재벌의 빨대가 덩삐 같은 노동자에게까지 꽂혀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덩삐 같은 이주노동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비정규직노동자는 천만 명에 육박하고. 한국사회에서 덩삐 같은 노동자들은 착취의 밑바닥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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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착취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성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성격에 집중적 관심을 갖는다. 야훼 하나님은 고대 이집트에서 착취당하던 노예들에게 집중적인 눈길을 주셨다. 성경의 뿌리인 출애굽사건은 그 점을 강조한다. 이런 거룩한 전통은 하나님의 인류 구원사에 도도히 흘러 사도 야고보에게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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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서는 체불임금ㅡ부불임금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착취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단정하면서 착취문제를 다룬다. 착취문제에 직면해 그 문제를 풀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살아 있는 믿음, 구원을 가져다주는 믿음은 착취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착취문제 해소를 위해 투신하는 믿음이야말로 ‘산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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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들으십시오. 여러분에게 닥쳐올 비참한 일들을 생각하고, 울며 부르짖으십시오.

여러분의 재물은 썩었고, 여러분의 옷가지는 좀이 먹었습니다. 여러분의 금과 은은 녹이 슬었으니, 그 녹은 장차 여러분을 고발하는 증거가 될 것이요, 불과 같이 여러분의 살을 먹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마지막 날에도 재물을 쌓았습니다.

보십시오, 여러분이 여러분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꾼들의 아우성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여러분은 이 땅 위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렸고, 살육의 날에 마음을 살찌게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의인을 정죄하고 죽였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대항하지 않았습니다.”
• (야고보서 5:1-6)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평안감리교회 부설)

대표 김달성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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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덩삐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