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한자로 찾으면 두 가지가 발견된다. 첫 번째 난민은 한자로 亂民이라고 쓴다. 어지러울 亂자를 쓴 이 난민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백성’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리고 한자로 難民이라고 쓰는 두 번째 난민이 있다. 이 난민은 어려울 難자를 사용하여 ‘전쟁이나 재난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뜻한다. 최근 대한민국을 논란의 중심으로 이끈 제주도의 난민은 말하자면 두 번째의 난민이다. 이들이 엄연히 이 두 번째의 난민임에도 사람들은 이들을 첫 번째의 난민, 즉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대우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들은 잠재적 범죄자이고, 잠재적 일자리약탈자이며, 잠재적 세금포식자라는 것이다. 잠재적인 이유들이 실제적인 인간들의 목을 조른다. 그러나 어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 땅에 들어서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할 그리스도교의 적이라는 것이다.

타종교에 대한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살기어린 공격적 적대감을 보고 대할 때마다 어느 대학의 교수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무척 감동적이었던지 그 말을 들은 학생은 그것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종교는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종교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확인된 이 말에 따르자면, 지금 우리 종교의 가치는 그다지 높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법상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뜻한다. 한국은 이미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주요 내용을 법제화한 나라다. 그러나 2017년 현재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고작 1.51%다.

난민은 다른 말로 망명자라고도 한다. 亡命者, 영어의 refugee가 그저 도망자를 의미한다면 한자어는 거기에 ‘목숨’(命)을 더해 이들의 처지를 보다 분명하게 전한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도망 나온, 더 이상 돌아갈 고국이 없는 사람들이다. 세계 속에서 이들은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며, 가장 작은 자들이다. 다행히도 이 작은 자들에 대한 환대를 요청하는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성경 속 여러 주인공들이 이방인과 난민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특별히 ‘박해의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국적국을 떠나야 했던 가장 중요한 한 인물을 언급한다. 바로 아기 예수를. 상상해본다. 왕의 박해를 피해 목숨을 보존하고자 이집트 망명길을 떠났던 이 베들레헴 난민 가족이 이들이 도착한 낯선 땅 낯선 종교의 사람들로부터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유들로 배척 받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스스로도 난민의 삶을 사셨던 주님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신 적이 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마 25:45)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처럼 지금 우리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