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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한 시대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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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06월 09일 (토) 00:24:34 [조회수 : 6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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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잠시 그 땅에 머물다 떠날 뿐이다.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땅에서 나는 것들을 당신의 피조물들이 골고루 나누며 살기를 원하신다. 독점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뜻에 대한 거역이다.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는 ‘공(公)의 사유화’가 바로 죄라고 말한다. 에덴동산 한복판에 있던 선악과는 모두에게 속한 것이었는데, 아담과 하와는 그것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인 개럿 하딘은 이것을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지하자원, 하늘,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 바다 등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 세대에 남용하여 자원이 고갈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6) 지금 급격히 사막화 되고 있는 몽골의 초원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사막화는 물론 세계 기후 변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유목민들이 고가의 캐시미어를 만들 수 있는 털을 얻기 위해 염소를 과다 사육한 것도 사막화 확산을 가져온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 당장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 자연을 황폐화하고 나면 머지않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문명화의 과정은 자연을 닦달하는 행위와 별반 구별되지 않는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은 자기 시대를 가리켜 ‘궁핍한 시대’라 했다. 물질적으로 빈곤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물 속에 깃든 광휘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소멸되어 가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자연이나 사물은 그 신비한 빛을 잃고 인간의 욕망을 위해 동원되는 자원이 되고 말았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궁핍하다. 풍요 속의 빈곤이 적나라한 우리 현실이다.

우리는 권력을 잡은 이들이 ‘문제는 경제’라며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해왔음을 잘 알고 있다. 택지를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숲과 땅을 파헤쳤다. 수 천년, 수 만년 동안 자연이 형성해온 질서가 무너지면서 땅은 몸살을 앓고 있다. 물의 흐름이 막히자 수해도 잦아졌다. 수해를 방지하고 수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강바닥을 파고 물의 흐름을 바꿔놓자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했다. 물은 흐르지 못해 탁해졌고, 해마다 녹조가 발생했다. 녹색으로 변한 강을 볼 때마다 끔찍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런 느낌은 애굽에 내린 재앙으로 인해 피로 변한 강물을 보아야 했던 애굽인들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염된 물에 사는 큰빛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 따위가 증식하면서 생태 환경은 몰라볼 정도로 나빠졌다. 신처럼 되고픈 인간의 욕망이 빚은 참극은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개발 사업이 벌어지는 지역의 땅이나 산 가운데 많은 부분이 미리 정보를 획득한 이들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사람들은 개발은 명분일 뿐이고, 진짜 관심은 권력자들의 재산 증식이 아닌가 의심한다. 한 사회의 토대인 신뢰는 그렇게 서서히 무너져간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곳간을 짓는다. 차명 계좌를 만들기도 하고, 고가 미술품에 투자하기도 하고, 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기도 한다. 그들도 ‘영혼아 여러 해 쓸 돈을 숨겨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고 말할까? 그렇다면 이 두려운 경고에 한 번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히브리의 한 시인도 재물을 의지하고 부유함을 자랑하는 이들의 어리석음을 탄식한다.

“그러나 그는 지혜 있는 자도 죽고 어리석고 무지한 자도 함께 망하며 그들의 재물은 남에게 남겨 두고 떠나는 것을 보게 되리로다 그러나 그들의 속 생각에 그들의 집은 영원히 있고 그들의 거처는 대대에 이르리라 하여 그들의 토지를 자기 이름으로 부르도다 사람은 존귀하나 장구하지 못함이여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시4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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