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목회할 때 일이다. 나는 지방의 한 장로님으로부터 특별한 카드 하나를 받았다. 어느 뷔페식당의 VIP카드였다. 그 카드를 소지한 목사님들께는 공짜로 식사를 준다는 정말 특별한 카드였다. 이후 그 식당을 몇 번 들른 적이 있지만 카드를 써보진 않았다. ‘않았다’보다 ‘못했다’는 말이 맞다. 그럴 용기가 없었다. 식당 매출까지 생각하는 꽤나 그럴싸한 생각도 있었고.

아마 그 식당에서 그런 카드를 만들어 이웃의 목사님들께 나눠준 이유는 이럴 것이다. 하나는 신앙 있는 주인이어서 주의 종을 대접한다는 차원에서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상을 생각해서일 것이다. 매상을 생각한다는 말은 또 다른 경영철학인 것이다. 목사님 한 분 공짜로 대접하고 나면 그에 딸린 식구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다.

일종의 특권의식을 자극한 마케팅이라고 할까. 내가 목사이고 보면 다른 사람의 특권의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 우리네 목사들 이야기나 하겠다. 어느 목사님이 기독교서점엘 들렀다. 서적을 몇 개 골라 챙겨 가지고 계산대에서 셈을 치르려고 하는데 점원이 10% 깎아준다고 했다. 그 목사님은 왜 깎아주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이 생뚱맞았던지 점원은 “목사님이시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서점은 목사님만 10% 깎아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깎아주지 않는다는 말에 모두 지불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 책을 살 때 10% 깎아주는 서점을 만나도 왜 깎아주느냐고 질문조차 하지 않았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깎아주는 것이겠지 생각했다. 내 속에도 특권의식이 흐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라고 부인하지 못한다. 목사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바란 것이 사실이고, 무엇인가 득을 보고자 했던 게 사실이다.

신호위반에 걸리고 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경목증을 내미는 목사, 성도들은 목사를 주의 종으로 대접하는 것이고 목사는 대접을 받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목사…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선민의식이 특권의식화 할 때 그들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것처럼 우리네 목사들이 그런 것은 아닐까. 나만 그런지도 모를 일.

특권의식은 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매우 힘들게 한다. 자신은 편리한지 모르지만 남은 몹시 피곤하다. 이런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비난한다. 대한항공 일가가 비난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도 하면 어떨까.

아주 재밌는 질문이 있다. 당신도 한 번 풀어 보라. 어느 조그만 읍에서 경찰서장과 읍장과 목사가 함께 식사를 했다. 누가 밥값을 지불했을까? 답은 식당 주인이다. 규모는 작아도 그 읍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나름대로의 특권의식이 강하여 대접받는 것밖에 모르는 이들이다.

아무리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설교해도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없다. 하나님은 설교하는 자를 찾으시는 게 아니고, 말씀을 실천하는 자를 찾으신다. 이런 경연을 제안하고프다. 특권의식 버리기 경연대회! 모든 정치인이, 신앙인이, 특히 목회자들이 이 경연에 참여하여 나보란 듯이 우승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