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박영근 행정기획실장에게 직위해제와 3개월 대기발령을 통고하고 홍선기 변호사를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 사건의 본부 수임변호사에서 해임 하는가 하면 소취하서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 재선거를 향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이철 직대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전명구 감독회장과의 야합 의혹을 불식시키고 9월 재선거를 치를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선거무효소송의 보조참가인인 전명구 감독회장과 문성대 전 선관위원장 등은 직대의 조치를 ‘횡포’로 규정하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실장을 대신할 인사가 실명으로 회자되고 있으나 대기발령 당사자인 박영근 실장은 ‘대기발령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여 자칫 본부 행정기획실이 분쟁에 휩싸일 소지마저 있어 보인다.

▲ 임시감독회의가 24일 저녁 7시 본부 감독회의실에서 이철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하게 모여 감리회 현안을 논의했다. 감독회의는 9월 재선거 일정에 차질이 없는 판결일을 파악하여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판결 마지노선을 제안하기로 했다. 마지노선은 이날 결정되지 않았다. 감독회의는 또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총회실행부에 보고될 2018 감리회본부예산안, 감사보고서, 본부 임금피크제 실시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철 직대, 박실장에게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말아라” 통고

이철 직대는 25일 오전 박영근 행정기획실장에게 “오늘까지 근무다.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말아라”고 구두통보하고 “절차를 밟겠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다.

이철 직대는 이 내용증명에 ‘본부 내규 68조 1항 1호(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를 대기발령 근거로 제시했다. 위 조항 3항에는 1항 1호를 근거로 감독회장이 3개월 대기를 명령할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박실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영근 행정기획실장은 이철 직대의 대기발령 통고에 대해 “감독회의에서 인준 받았기에 내 임무에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답변하여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직대로부터 징계의 정당한 사유를 듣지 못했으며 절차도 맞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오후에 전달 받은 내용증명에 대해서도 “징계사유가 적시되지 않았고 문서번호와 직위해제 일자, 그리고 직대의 직인이 없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철 직대는 전명구 감독이 고용한 운전기사 황 모 씨에게도 대기발령을 통보하라고 박실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 운전기사 역시 이철 직대의 대기발령 통보에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징계절차 없는 일방적 대기발령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노동부 제소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철 직대는 박실장 직위해제의 이유를 “실장이 바뀌지 않으면 직무대행 직무수행이 안되겠더라”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일이 중간에서 차단되면 안되지 않겠냐”고 하여 직무상 귀책사유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기도 했지만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감독회장과 실장의 임기가 같다는 장정규정을 박실장 경질의 이유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철 직대는 “박실장이 직무를 계속하면 전명구 감독회장과 자신의 야합한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오래도록 직무대행을 하려한다’는 의심이 존재하고 이 의심은 ‘전명구 감독회장과의 야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박실장이 실장 직무를 계속하면 그 의심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박실장을 그대로 두면 누가 자신의 (재선거 실시를 통한)정상화 의지를 믿어주겠냐는 긴 항변도 있었다. 어떤 귀책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직무대행직 수행에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이유가 더 커 보이는 대목이다.

▲ 감리회본부 16층의 행정기획실 입구에 이철 직무대행의 선임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즐비하다.

▲ 새로 선임된 변호인에게 25일자로 작성된 피고 감리회의 소송위임장.

직무대행, 항소취하 수순 밟나?

통화에서 이철 직대는 9월 재선거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하여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이철 직대는 박실장의 대기발령 수용거부 의사를 확인하고는 곧장 담당 부장을 통해 감독회장 직인을 가져오게 해 소송위임장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송위임장에는 선거무효소송의 본부 변호인인 홍선기 변호사를 해임하고 새로 선임한 변호인에게 항소취하를 포함한 피고 기독교대한감리회로서의 소송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철 직대는 “피고입장에서 이(원고의 소 청구내용)를 받아들이면 재판은 끝난다. 난 9월 재선거를 하여 정상화 하도록 뽑힌 직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항소취하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보조참가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기자의 우려에 “재판 사태를 종식 시키면 더 이 문제 가지고 왈가왈부 할게 없지 않겠나”라고 보조참가인들의 반발을 개념치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직대의 이 확신은 법률검토를 끝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통화에서 이철 직대는 전날(24일) 전명구 감독회장을 만나 박실장과 운전기사 대기발령 의사를 전달하며 동의를 구한 사실도 알렸다. 전언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전명구 감독회장이 고법에서의 승소를 자신하며 ‘인사문제는 고려해 보시라’고 만류의사를 전달했지만 이철 직대는 ‘승소를 자신하는 만큼 소송에서 이긴 후 복권시키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이철 직무대행, “전명구 감독은 각종 당연직 이사장 넘겨야”

이철 직대는 또 전명구 감독회장과의 어제 만남에서 감독회장이 가지고 있는 각종 당연직 이사장을 직대인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직무대행은 상무만 하는 게 아니라 감독회장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는 장정규정과 “직무정지는 모든 직책에 대한 정지이므로 이사장직도 놓아야 한다”는 해석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과거 임기가 끝났음에도 이사장직을 유지했던 전례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이같은 일이 반복되서는 안된다”고 이사장직 승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철 직대의 이같은 조치에 전명구 감독회장과 문성대 전 선관위원 등 보조참가인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항소취하를 공공연하게 언급하여 보조참가인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물론이고 사회법 소송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5개월여의 직무대행직 수행을 위해 인사조치를 강행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등기교체에만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넘겨받더라도 짧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 각종 당연직 이사장을 넘겨달라거나 행정실장을 다른 이로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내 보이는 직대에 대해 “과연 곧 물러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문성대 전 선관위원장은 백현기 전 직무대행의 “직무대행은 항소가 상무다”라고 했던 발언을 예로 들며 “직무대행은 피고로서의 항소 의무가 있는데 보조참가인들의 동의 없이 (항소를)포기하여 고의 패소 수순을 밟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임기가 있는 실장을 인사조치를 하지 않나 일방적으로 본부수임 변호사를 해임하지 않나 정식 감독회장된 것 보다 더 횡포를 부린다. 만일 전감독이 승소해 복귀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직무대행이라면 총특재가 판결한 선거유효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철 직무대행과 보조참가인들의 이러한 입장차이는 직무대행의 권한에 대해 다른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선거무효 항소심의 결과를 놓고도 상반된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보조참가인의 피보전 권리를 두고도 이해가 달라 직대의 항소취하 추진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사장직 승계에 대해 이철 직대는 “이사장직 수행이 짧더라도 그것이 법이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한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참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 직무대행은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소취하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암시하며 본지와의 통화를 마쳤다. 이철 직무대행은 항소취하 여부가 총실위의 의결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도 “(항소취하를) 결의 해주면야 마음은 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박실장을 대신해 한시적으로라도 실장서리를 임명할 계획도 밝혔다. 그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본부 주위에서는 서울남연회의 A목사가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 이철 직무대행이 25일 박영근 행정기획실장을 전격 경질하는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다. 박영근 실장이 이 통고를 '마땅한 근거가 없다'며 수용을 거부하고 나서서 본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명구 감독회장, “재선거 일정에 차질 없게 하겠다”

한편 전명구 감독회장측은 “7월이 지나기 전에 선거무효 항소심 판결이 나도록 재판부에 요청하여 패소하더라도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음으로 재선거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2건의 가처분이의신청과 선거무효 항소심, 그리고 당선무효소송 등 4건의 선거관련 소송 심리가 오는 5월 30일과 31일에 예정되어 있는바, 항소심에서 다툴 법리공방이 단순하여 소송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명구 감독회장측의 분석이다.

또 만일 판결이 늦어져 8월을 넘기게 되면 선거일 역순으로 60여일 정도 시일이 필요한 현행 장정상 재선거가 불가능 하다는 분석 하에 9월 말로 예정된 선거일정에 맞춰 소송을 끝낼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측의 이러한 구상은 재선거 국면이 막힘으로써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이거나 판결이 늦어지며 직무대행의 임기가 늘어나게 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 빠른 판결은 항소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전명구 감독회장 자신이 야인의 신분에서 재선거 출마를 저울질 할 수 있는 불가결의 요소이기도 하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당장은 “선거전을 또 치르진 않겠다”고 선거공포심과 함께 불출마를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상황이 닥치면 입장도 달라질 수 있어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빠른 판결이 나쁠 게 없다.

어쨌든 전명구 감독회장측은 “재선거에 영향이 없게 하려는 것이 항소심의 최고 고려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감리회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도 꽤 진지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믿지 않을게 분명한 이철 직무대행은 ‘항소취하 카드’로 정국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직대는 언제든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오는 31일의 선관위 조직을 위한 전체모임을 시작으로 하여 선거인명부 작성 등 선거준비에 만반을 기하기로 했다. 선관위원장에는 감독출신인 대전의 B목사가 거론되고 있다.

"선거일정 차질없는 항소심 판결 마지노선 제시할 터"

그러나 직대가 항소취하서를 곧바로 제출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제 있었던 임시감독회의에서 9월 선거를 진행하는 일정상 차질이 없는 항소심 판결일이 언제인지 ‘완충 라인’을 파악하여 전명구 감독회장에게 마지노선을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즉 어느 시점이 지나도록 항소심 판결을 받아내지 못하면 항소취하를 단행하여 감독회장 재선거에 돌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의미이다. 직대는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도 했다

물론 전명구 감독회장이 승소하면 그의 복귀로 일단락되지만 직대는 “9월 선거에 영향 받지 않게 하겠다는 전감독의 생각안에는 반드시 돌아올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제일 간단한 방법은 내가 가서 끊는 것(항소취하를 의미)”이라고 해 감독회장의 승소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쳤다.

전명구 감독회장측은 “어떤 경우라도 대법 상고는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도 직대의 이런 시각을 서운해 하고 있다. 항소취하 제스쳐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소송의 기회마저 박탈하려는 직대의 행보에 경악하는 동시에 통상업무를 벗어나 인사조치를 강행하려 하는가 하면 이사장직을 내놓으라는 직대의 제안에 사감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직대는 직대대로 재선거 의지와 감독회장과의 야합이 없었음을 천명하기 위한 증거로 감독회장에게 이사장직 승계를 요구하고 실장 직위해제 양해를 구했지만 명쾌한 답을 듣지 못하자 항소취하 카드로 압박수위를 높이려 들고, 감독회장은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떠도는 여러 의혹들과 진단들이 상호불신을 강화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