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에서 영성이나 영성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0대부터이다. 그리고 요즘 신학교나 교회에서는 영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영성이라는 말은 5세기경부터 수도원의 수도사들을 중심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수도원에서는 세상과 격리된 환경에서 청빈한 생활을 하면서 기도, 말씀 묵상, 노동 같은 고행을 통해서 영성훈련에 힘썼다.

넓은 의미로 영성은 한 사람의 행동이 유래된 태도나 정신의 바탕이 되는 종교적 또는 윤리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런 영성의 개념은 어떤 특별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기독교적 영성은 성경에 기반을 둔 신학적 이론과 주장이 기독교인의 삶 속에 절대적 가치로 심어짐으로써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하여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기독교 윤리가 실천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성신학에서 강조하는 영성훈련은 성화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화보다는 칭의를 더 강조했다. 루터는 성화를 칭의에 포함시켰고, 칼빈은 성화를 별도로 언급하기는 했지만, 성화는 인간의 노력으로보다는 전적으로 성령의 역사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현대의 영성신학에서는 영성훈련을 강조하면서 성령의 역사와 더불어 인간의 노력도 중시한다. 훈련은 인간의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영성신학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자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성화요 거룩이며 영성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영성의 발달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영성신학에 관한 역사적인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서는 신앙인들의 영성 훈련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영성의 모델이다. 그분은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으로 충만하셨으며 온전한 인격자로서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드러내셨다. 따라서 영성훈련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는 말씀에 근거해서 그리스도의 영성을 본받으려는 훈련이다. 따라서 영성훈련은 제자훈련과 맥을 같이 한다.

요즘 각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은 영성훈련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제자훈련이 자칫 목사의 제자를 훈련하는 방향으로 빗나가는 수가 있지만, 제자훈련은 바로 그리스도의 영성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다. 현재 교회의 침체는 바로 영성의 침체이며, 칭의에만 매몰된 교회가 성화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데에 많은 사람이 동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에 영성훈련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 홍성주 목사의 『21세기 영성신학』에 나오는 ‘영성훈련의 필요성’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영성훈련이 필요한 이유

첫째, 예수님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영성훈련을 요구한다.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죄인들과 세리 및 창녀들과 먹고 마신 것을 예로 들면서, 예수님은 매우 자유분방하게 사셨던 것으로 간주하여 그런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규칙적으로 기도생활을 하셨으며(막 1:35-39), 현저하게 고행주의적 양식에 입각하여 사셨다. 이것은 예수님 당시나 그 후에 그분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마 8:18-22; 20:26-28; 요 13:4-17; 막 4:19; 눅 9:57-62; 10:3-8: 14:25-35).

둘째, 예수님의 말씀 또는 명령이기에 우리는 영성훈련을 해야 한다. 주님은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라고 영성훈련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선한 의도로 충만해 있었던 제자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 26:41)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계속적인 영성훈련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씀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지 못하는 배신자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이후부터 오순절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적 진보가 있었다. 이전에는 한 시간도 주님과 함께 깨어서 기도할 수 없었던 그들이 열흘 동안 계속해서 기도하는 모임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들의 경우 적절한 다채로운 훈련은 분명히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눅 24:49)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을 때 비로소 그 효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셋째, 영성훈련은 서신서들에서도 강력하게 명령하고 있는 일이다(딤전 4:7-8; 6:3-16; 딤후 3:14-17; 딛 2:11-14; 살전 4:1-8; 5:6-11; 빌 2:12-16). 칭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을 언급하면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13:13)라고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리고 갈라디아서에서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5:25)라고 말했다. 특히 갈라디아서 6장 9절에서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고 말했다.

넷째, 영성훈련은 개신교의 오류를 보완한다. 믿음을 지니기 전의 불신자들에게는 영성훈련이 별 의미가 없지만, 주님을 영접한 신자들에게는 영성훈련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지금까지 ‘오직 은총’과 ‘오직 믿음’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두렵고 떨림으로 이루어가야 할 구원과 영성훈련을 소홀히 해 왔다.

댈러스 윌라드(Dallas Wkllar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개신교 운동의 근본 원리―구원은 칭의로 말미암아 확보되는 것이지 죽은 행위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는 일반적으로 수도원과 금욕주의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확신한다. . . . 개신교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 .금욕을 예증하거나 명령하는 성경구절들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무시되었고, 그 실질적 요점은 특수한 사회단체의 기호에 맞는 것으로 전용되었다.

그런데 영성훈련을 소홀히 하게 된 연원은 그 뿌리가 깊다. 미국 클레어몬트의 그리핀(David Ray Griffin) 교수는 어거스틴과 도나티스트와의 논쟁과 펠라기우스와의 논쟁을 언급하면서 그 뿌리를 캐고 있다. 도나티스트와의 논쟁의 쟁점 사항은 부도덕한 사제가 그가 집전한 성례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였다.

도타티스트들은 ‘그렇다’고 말했는데, 사악한 사제로부터 받은 성례전은 구원에 대해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거스틴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에 의해서 집행된 성례전의 효력은 그 성례전을 집전하는 사제의 주관적인 도덕적 자질과 영적인 자질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기독교 목사들의 영적인 상태의 중요성은 축소되었고, 그들이 자기들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하여 그들 자신을 정화시킬 필요가 없게 되었다.

펠라기우스파와의 논쟁에서, 어거스틴의 견해는 대체적으로 옳았고 심오하였으나, 절대적으로 한 가지 면에서는 펠라기우스가 옳았다. 그들의 중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인간존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자유를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적인 생명은 넌센스이며 하나님의 공정성과 절대적인 신성은 부정되어야 한다.

이 논쟁에서 어거스틴이 승리하였으나, 그의 절대 예정론과 불가항력적 은혜는 영성훈련을 손상시켰고 나태를 조장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만약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신앙과 사랑의 행위에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그리고 만약 우리가 출생하기 전에 신의 뜻에 따라서 이 은혜를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 결정된다면, 자기부정의 노력은 무의미하게 된다.

루터교와 칼빈주의 신학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금세기에 있어서 이런 입장의 논리는 소위 신종교개혁 신학자들에 의해서 지속되고 있다. 즉 그들에 의하면, ‘기독교 신앙’은 ‘종교’와 전적으로 대립된다. 기독교인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것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반대로 종교인은 교만하게 하나님께 다다르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협력한다’는 개념은 가장 나쁜 죄로 취급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행하신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로 인해서 영성훈련을 비기독교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의 역설적인 말을 통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바울은 말하기를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라고 하였고, 또한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 . .”(빌 2:12-13)라고 말했다. 이 말씀을 통하여, 영성훈련이 결코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보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핀이 말하는 대로, “(신의) 은혜는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영성훈련의 주체이시다.

다섯째, 한국교회의 영적 성숙과 한국 문화의 변혁을 위하여 한국 그리스도인의 영성훈련이 시급하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근본정신과 얼을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지닌 한국교회는 먼저 한국 그리도인들의 내면과 영성을 변화시켜야 한다. 여기에 영성훈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성훈련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제 역할과 사명을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지 잘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윌라드의 말대로, 자연적 삶에서든 영적 삶에서든, 연단되어진 사람의 표식은 행함이 요구될 때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면서

21세기는 영성신학의 시대라고 말해서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신학대학에서는 본격적으로 영성신학 전공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 한 예로 권택조 목사는 미국의 Biola University에서 영성신학으로 Ph.D를 획득했다. 요즘 인기 저자로 떠오른 팀 켈러 목사는 『내가 만든 신』의 결론부에서 우상숭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성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 목사들이 영성신학에 관한 책을 썼다. 위에서 언급한 홍성주 목사 외에 곽선희 목사와 신성종 목사 등이  『영성신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제자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고, 한국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을 열심히 해왔다. 옥환음 목사는 제자훈련을 주도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성신학의 모델이 그리스도이고 영성훈련이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훈련이기 때문에 제자훈련은 영성신학의 일환이다.

그런데 5세기경에 수도원을 중심으로 영성이라는 말이 나왔고, 영성훈련이 가톨릭의 수도원에서 이루어진 것을 염두에 둘 때, 지금 개신교에서 영성신학을 말하고 영성훈련이나 제자훈련을 말하는 것은 가톨릭의 영성훈련을 생각나게 한다. 특히 강문호 목사가 수도원을 짓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가톨릭의 행위 중심의 구원을 반대한 개신교가 가톨릭을 닮아간다는 감을 주기도 한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면서 인간의 노력을 외면하던 복음주의자들이 영성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주목을 끌만 하다. 정통적인 개신교 신학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의지적인 훈련을 중시하는 영성신학은 인본주의적인 것이라고 말할 만하다. 그런데 지금 개신교의 지도자들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주장하면서도 영성신학을 말하고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영성신학을 말하는 신학자들과 목사들이 영성훈련과 칭의 교리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영성훈련이나 제자훈련을 중시하는 것은 개신교에도 이런 훈련이, 다시 말해서 인간의 의지에 기반을 둔 노력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결과하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신약학자는 바울서신에 언급된 믿음의 강조는 초신자를 위한 것이고 복음서와 바울서신의 일부에 언급된 행위의 강조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믿음은 초신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고 믿음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반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의 삶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바울의 서신에 언급된 믿음만을 중시하고 복음서들과 바울 서신 일부에 언급된 삶을 외면하는 것은 성경을 편향적으로 읽은 결과이다. 우리는 성경에 언급된 믿음과 행위 중에 어느 하나에 편중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면서 성경의 한 부분만을 중시하고 나머지를 외면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성신학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려고 하는 신학자들에 의해서 주창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한국교회의 현황을 돌아볼 때 지금 우리에게는 영성훈련이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달리 말해서, 영성훈련의 활성화는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