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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봄 길을 걸으며...
유미호  |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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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05월 16일 (수) 16:12:47 [조회수 : 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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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시작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00일, 하루 5천에서 1만보씩 걷기. 그랬던 것이 어느덧 봄 길을 걸은 지 세 번째 달이 되었네요. 처음엔 용기를 북돋우며 걷기 바쁘다가 신나게 걷기 시작한 건 봄을 느끼면서부터입니다. 추위도 추위였지만, 겨우내 미세먼지로 인해 걸으면서 늘 마음이 불편했었거든요.
  
그리고 제대로 환히 웃으며 걸었던 날은, 올 듯 말듯 하던 봄을 간만에 즐긴 날입니다. 정말 그때의 기쁨은 반갑고 고마운 친구가 멀리서부터 나를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시가 윤동주의 ‘봄’이었습니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도르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

봄에 걷는다는 건, 생명의 힘으로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는 봄볕의 세례를 받게 해주어 더 행복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봄 길을 한 발 한 발 정성껏 걸었습니다. 하루는 피곤에 축 쳐져 있는데, 냉이 꽃 열매가 활짝 웃음 짓게 하였습니다. 그가 날리는 하트에 웃지 않을 이가 없겠지요.

그런데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때때로 걸으면서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거겠지?’, ‘내 아이는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는 거겠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질문과 상관없이 오늘도 세상은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내어주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낮의 태양은 밝게 비추일 것이고, 밤의 달도 자신의 빛을 내어줄 것인데 말입니다. 땅도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나 한 사람의 깨어남을 위해서 말이지요.
  
어느 날엔가는 새 소리를 들으며 계곡 길을 걷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날과 달리, 봄비 내리던 수성동 계곡을 걷는데, 새와 나무들이 진하게 나의 안녕을 물어오더군요. 하늘과 땅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제게, 마음에 하나 혹은 단 몇 가지에만 온전히 집중하면서 고요한 중에 자유하게 살아보라면서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걷는 동안 내내 나는 ‘나를 보고 또 나눔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그건 혼자 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의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 좋은 기억도 있습니다. 혼자 걸을 때 내 앞에 나서는 봄꽃, 봄바람, 봄 햇살도 좋았지만, 그 모든 봄을 함께 즐겼던 벗님들이 있었기에 그 하루가 더 행복했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때 함께 만난 꽃이 제비꽃이요, 할미꽃이었는데, 그들이 무리지어 피어있음에도 기죽지 않았던 건 마음을 나누며 함께 걷던 벗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 마라 (요한 괴테의 '용기')
 
며칠 전엔 가로수 길에 붉은 인동과 마주섰습니다. 나무를 감고 자라고 있는 붉은 인동의 꽃말이 뒤늦게 사랑의 인연, 헌신적 사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완전한 사랑이 허다한 두려움을 물리친다고 하지요. 그날 그래서 제 안에 숨겨져 있는 두려움과 주저함이 조금 떨어져 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남북 정상이 만나던 날(아니 그 다음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과꽃과 호랑가시꽃을 만났습니다. 이제야 만난다니, 그 기쁨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곧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네요. 여름이 성큼 다가설 기세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이 또 허락되리 것이라 믿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날마다 ‘참 좋다’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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