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아주 강하게 분다. 갓 피어오른 이파리들이 가지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야릇한 춤사위를 날린다. 저러다 부러지지 않나 느낄 정도다. 며칠 전에는 강한 바람에 견디다 못한 교회 교육관 지붕 패널이 날아와 사택 데크에 박히기도 했다.

이후 비는 새지 않는지 걱정했지만 지붕이 원래 시멘트 시공 후에 붙인 패널이라 그런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예전에는 교회 십자가 첨탑이 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바람, 참 많이도 분다. 내가 사는 안면도는. 바닷바람이 이리 샐 줄은 몰랐다. 이곳에서 살기 전에는. 더군다나 교회와 사택이 높은 산등성이에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바람, 어느 새 이 바람에 익숙하다. 바람, 잠시 멈춰 바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살고 있는 안면도 바닷가에서는 더욱 바람에 대해 종종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리적으로 자주 바람과 마주하며 살다 보니.

내게 바람에 민감한 비염이 있는지라 더욱 바람에 신경이 쓰인다. 새벽이면 마스크를 하고 교회로 향하는 등 처방을 나름대로 하지만 아직 바람과 친하지 않다. 아무리 익숙해지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바람과 마주하며 산다.

바람은 좋은 바람이 있고 나쁜 바람이 있다. 바람이 시원하다. 따듯한 바람이 분다. 바람이 온화하다.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다. 민주주의의 바람이 분다. 남북화해의 바람이 분다. 이리 쓰일 때의 바람은 참 좋은 바람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바람이 분다. 강풍이 분다. 비바람이 친다. 태풍이 온다. 바람을 핀다. 이렇게 쓰이는 바람은 나쁜 바람이다. 그러니까 같은 바람도 언제 부느냐에 따라, 얼마의 강도로 부느냐에 따라,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좋은 바람, 나쁜 바람, 이것도 싫은 인간의 우스운 고정관념일 수 있다. 풍력발전은 강한 바람이 불어줘야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좋은 바람이든 나쁜 바람이든 인간 측에서 만든 것이지 바람은 그냥 분다. 어떻게 대하느냐(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야를 신앙적인 데로 돌려보자. 기독교인이라면 ‘성령의 바람’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가의 다락방에 일었던 불꽃같은 성령의 바람은 지금 우리들 곁에서도 불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독교의 전파가 여기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 좀 더 비틀어 보자. 성령의 바람은 그럼 다 좋은 것일까. 당연하다. 신앙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좋은 성령의 바람도 모든 이에게 똑 같은 깊이와 크기로 다가오는 건 아니다.

사마리아의 마술사 시몬은 베드로와 요한이 기도하니 성령이 임하는 것을 보고 돈을 주고 성령의 능력을 사려고 했다. 시몬이 생각한 능력과 결과의 수단으로써의 성령의 바람, 이것은 오늘날에도 팽배한 성령의 바람에 대한 오해로 남아있다. 여기저기서 그렇게 성령의 바람은 이용당한다. 능력이 충만하게도.

바람이 분다. 오늘도 쉼 없이 바람이 분다. 창문을 열면 뒷산에서도 가지들이 아우성을 친다. 창문을 열면 교회 주변의 나뭇가지들도 야들야들한 춤을 춘다. 이 바람은 아직은 찬바람이다. 이제 따듯한 바람이 되겠지. 당신에게 바람은 좋은 바람이길.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