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민족과 관련하여 근래 언론에 눈물에 대한 보도가 다수 나타났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한 한국은 남남북녀 공동기수를 앞세우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 남북 선수 200여 명이 작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나란히 입장했다.

문재인, 김정숙 대통령 부부 뒤편에 북한 대표로 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91세라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정객의 눈물이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회를 제공하였다. 그것은 두 가지 방향일 것이다. 노회한 정객의 고도의 속임수이거나 숨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거나 늙은이의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비판적 시각과 다른 하나는 북한의 여러 여건을 생각하고 풍성한 한국과 남북이 어우러진 올림픽현장에 북받치는 감회를 주체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흘리는 눈물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4 27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여건과 생각에 따라 다른 입장과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격과 벅찬 느낌으로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오가며 만나고 이후 진행되는 회담과 만찬 등에서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일부의 위장평화와 가식의 만남과 쇼라는 시각과 평가도 있었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사진 하나는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는 시점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뒤편에 눈물을 훔치는 서훈 국정원장이 보도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회담은 직접 담당한 실제 책임자였다는 것이다. 그의 세밀한 계획과 치밀한 준비 등으로 판문점 선언이 성공적으로 발표된 것에 남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 아이스하키팀원들의 공동의 훈련과 시합과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의 눈물의 이별과 재회의 바램들이 보도되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몇 차례 진행되었던 남북이산가족의 상봉 행사는 당사자에게는 눈물의 잔치였으며, 이를 지켜보는 남북 동포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1985년 9월 20일 남북이산 가족 상봉행사시에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와 여동생 지용화와의 상봉과 대화는 깊은 회한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35년 만에 부둥켜안은 두 남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예순을 넘겨 다시 만난 두 남매는 빼앗긴 세월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그 곱던 누이의 얼굴은 오빠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으며, 분단이 앗아가 버린 것은 세월만이 아니었다. 지주교의 깊은 혈육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북의 지침 등으로 이해되는 듯한 여동생의 "...이곳이 천당인데 천당을 어디에서 찾겠다는 거야요?"라는 내용의 대화는 혈육의 정을 압도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위력 앞에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누구도 천륜과 인륜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제한적 범위에서는 특정 목적과 이익을 위해 그것이 무시되거나 억제될 수 있으나 본질적 인간의 천성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부모자식 등 혈육이 만나고, 형제자매가 그리워하는 것은 천륜이며 본능이고 인간의 근본적 지향 가치다.

시인 김현승은 '눈물'이란 시에서 눈물의 의미와 가치를 노래하고 있다.

".... 더욱 값진 것으로/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깊은 참회의 눈물과 깊은 감격의 눈물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에서 쏟는 뜨거운 눈물은 참되고 진실하다. 거짓과 허위로 눈물을 흘리기는 어렵다.

분노와 슬픔의 눈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울림과 다음 행동의 중요한 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수의 분노와 많은 사람들의 슬픔의 눈물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70여년 분단과 갈등 그리고 이산가족의 눈물의 기다림과 깊은 감동과 회한의 눈물을 폄훼해선 안된다. 형제간, 동족간의 화해와 만남과정에서 흘린 눈물을 희화화 해서도 안되며 거짓으로 이해하고 자기이익을 위해 왜곡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그 눈물은 천륜이며 인륜이며 하나님의 은혜며 명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명문화 △연내 종전선언 등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과 같은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합의했다. 북미 정상간의 회담과 관련국간의 협의로 한반도에 전쟁의 망령이 사라지고평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평화통일을 앞당겨야 한다. 이는 하나님이 주신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는 우리들의 사명이며 우리의 비원이자 소원이기 때문이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평화통일의 그날, 우리 깊은 가슴에서 샘솟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날이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