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최종 수정 9.1 오전 9:34

당당뉴스 사무실과 인접한 감신대라도 몇몇 행사로 찾은 외에는 일부러 사람 만나러 모교에 들를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필자는 며칠 전 감신대 김준우교수가 비정년트랙 전임강사 공개모집에 응했다가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여기저기에서 비통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부러 모처럼 모교 감신을 들렀다.

감신대 정문에 달린 플랭카드는 '성령안에 새 비젼'이라는 2학기 영성집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설왕설래하던 감신 퇴수회 방식은 이렇게 영성집회로 자리를 잡았나보다 했다. 감신을 오르는 언덕길은 여전히 따스했고 별로 눈에 띄진 않았지만 2장의 인쇄된 대자보를 읽을 수 있었다.

김준우교수 탈락에 대해 먼저 교수들의 의견과 반응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 영성집회의 일환으로 학부 교수들이 멘토가 되어 각각 그룹으로 흩어져서라나 교수실들은 대부분 잠겨 있었다. 먼저 감신대 김외식 총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총장 부속실은 더웠으나 불쑥 방문한 필자에게 직원은 상냥했고  냉수 여러 잔 마시며 이미 총무처장과 회의 중인지라 기다리기로 했다.

한 삼심여분 기다렸을까 회의 마치고 잠시 영성집회하고 있는 채플에 다녀온 총장은 필자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김외식총장은 필자의 당당뉴스 생활을 걱정해주었고 동대문교회 재판의 결과를 궁굼해 했다. 그리고나서 필자는 방문한 본론을 이야기했다. 인사위에서 3:3 으로 올라와 김총장이 결정했다니 결정하신 분의 짐이 무거우시겠다고 너스레를 했다.

총장은 우선 재임용 탈락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학기 김준우 교수는 시간강사로 일했으며 이번 김준우교수가 탈락한 것은  비정년트랙 전임강사 공채에 응모했다가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교육부의 교수 체크에 들지 못했던 초빙교수제를 전면적으로 바꾸어, 모두 교육부 교수정년 체크가 되는 정년트랙 전임강사 공채와 비정년트랙 전임강사 공채를 통해 0명에 대한 신규채용을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비정년트랙 전임강사는 문교부 교수체크에는 들지만 정년보장은 물론 정교수로의 진급은 불가하고 2-3년씩의 계약의 재임용과정을 통해 교수채용을 하는 제도로  최근 몇몇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7명의 인사위원 중 한 분이 '자신은 진급중인 교수로 선배교수들을 심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진사퇴,  결원이 나는 바람에(* 이쯤에서 총장은 젊은 사람을 중용하는 것이  보다 미래적인고 진취적이 아니냐고 반문하였고 필자도 한편 일리가 있다고 여겨져 고개를 끄덕거리긴 했다. 그런데 왜 그 한명을 이제까지 보선하지 않아 굳이 인사위 결과가 짝수가 될 수 있도록 하였나라는 상식적인 의문도 필자가 표명하긴 했다) 6명이 공개강의와 면접 등 공정한 인사평가를 했고 김준우교수가 지원한 대학영어 부문은 모두 2명 채용에 4명이 지원을 했으나 김준우교수에 대한 인사위의 평가가 3:3으로 팽팽해 총장 손에 올라왔고 총장은 함께 따라온 평점에 따라 김준우교수보다 더 우수한 평점을 받은 분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감신대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보다 실력있고 유능하고 영어가 유창한 영어교수를 원했으며 인사위의 동수 판단으로 총장에게 결정권이 주어졌을 때 공정한 인사평가에 따라 평점이 높은 분을 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김준우교수의 정황과 처지는 다 알지만 그저 총장 본인도 안타까울 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총장은 연구교수 제도(* 2-3번의 강의를 하면서 교수실과 교수의 명예만 주는 역시 교육부 교수 체크가 되는)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학내 교수들의 반발로 그마저도 어렵겠다고 하였다.

필자는 간간이 신학영어와 대학영어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따져 물었으나 이번엔 대학영어 강사일뿐이고 신학영어 강사는 계속 강사를 쓸 계획이란다.  필자는 또한 일반대학도 아닌 감신대에서 총장이 말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라는 평점으로만 인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였으나,  채용된 그들은 두분 다 영문학박사 학위를 가진 귀재란 말만 되풀이 하신다.

그동안 감신대에서 교수채용, 또는 탈락 문제로 여러번 적지않은 사단이 있었으나, 김준우교수만큼 감신에 애정을 가진 분이 있는가? 그만큼 삶이 깨끗하고 학문에 열심이며 가르침에 성실한 분이 얼마나 있었는가! 적어도 15년을 박봉에도 불구하고 거의 강사로만 전전해온 분을 결국 신규교수 채용 평가로 몰아 넣어, 인사 평점, 곧 실력이 부족하다는 멍에를 씌워 이렇게 내칠 수가 있는가? 따져 물어 보았다.

우리는 그의 덕을 안다. 그의 지조와 신앙의 분명한 원칙을 아노라고... 시류와 사조에 영합하는 자들로 가득찬 이 시대에 어찌 감신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귀한 교수를 거리로 내모는 괴이한 일을 행할 수 있느냐고 거듭 물었다. 혹은 그의 '역사적 예수 연구'나 혹은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신학이 문제가 된 것이냐고 물었으나 총장은 그건 결코 아니라고 했다. 김준우교수의 좋은 점을 잘알지만 그래도 실력있는 영어선생을 원했을 뿐이란다. 그래야, 평점대로 해야  나중에 교육부 감사에도 걸리지 않는다나?

5분 예정한 면담이 40여분으로 길어졌다. 정중히 대해 주신 것과 나름대로 소상히 알려주고 설명해 준 것에 대해(다 적지는 못한다 off the record 니깐) 감사하며 총장실을 무겁게 돌아나왔다. 필자가 무엇을 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영성집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과의 멘토를 마친 교수들을 한분 두분 찾아 보았다. 인사위원으로 알려진 분들 중 어떤 분은 김준우교수의 탈락 결정을 무척 괴로워 하셨다. 줏어 들은 저들의 관계론 괴로워할 만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냉담함으로 필자와의 대화를 미루는 분도 계셨지만 이날 만나본 10여 분의 교수들은 대부분 그저 답답하고 너무 지나쳤다는 표현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석교교회에서 모일 목요기도회 시간이 다되어 감신 교정을 무거운 걸음으로 천천히 돌아나온다. 여전히 학생들은 많고 김준우교수 관련 대자보를 유심히 보는 학생들도 간간히 눈에 뜨인다.

'무슨 대책을 마련하긴 해야지'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한편 들리는 소리엔 그래도 김준우교수에게 시간강사 자리라도 줄려고 했는 데, 고분고분 안해서 그마저 틀리게 되었다는 투였다. 참 내, 이 사람들은  김준우교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러니 그런 판단들을 했겠지만... 괴이한 일이 감신에서도 일어났다. 괴이한 일의 뒷편엔 늘 추악한 흐름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과연 하나님만이 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