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지난 토요일 날 아들 James 가 결혼을 했다.

식장에서 나를 껴안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고 울먹이며  두 눈에서  눈물방울을 떨구던

제임스의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찡하다.

나는 알고있다.  그 눈물방울들의 진실들을.  지난 29년간 아버지와 아들 간에  전개되었던

사랑과 갈등의  치열했던  삶의 역사를…..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했었다.  어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벌이는

갈등 관계라고.   생각해 보면  나와 제임스  간의 관계가  그랬었다.   나는’ 갑’이고 제임스는 ‘을’ 로  

불공정한 경쟁관계였었다

결혼식장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제임스의 한국 이름  ‘웅’ 을 듣고 가슴이 뭉클 했다.

제임스가 아직 엄마 뱃 속에  있을 때 내가 지어준 이름이 바로  '熊(곰 웅) 이었다.

‘고난에 굴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뜻한 바를 이뤄낸 곰,

자신을 부정하고 혁파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탄생하는 곰,

주변에서 질시하고 포기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추진하는 곰.’

그런 곰을 닮은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아버지로써  바램이고  소망이었다.

내가  평생  사랑하고 존경하고 따랐던  예수, 붓다, 노자를 비롯한 인생의 스승들도

 그렇게 곰처럼 살다 가신 분들이었다고 나는 그 당시 이해하고 있었다.

제임스가 유치원 지절이었다.  한국교회 유치원반 여성교사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제임스가 자기의 한국 이름이 ‘곰’ 라고 하는데 그게 맞습니까?  하고 의아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왔다. 그래서 ‘맞습니다. 제임스 한국 이름이 ‘곰’ 입니다” 하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이름이 곧 그 사람의 얼굴이다” 라는 한국 미신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돈을 싸들고 작명가들이나,

사주팔자 전문가들을 야단법석들을 떨 것이다.

 솔직히 제임스의 학교성적이 내 기대에 못미칠 때면

‘내가 괜히 이름을 곰이라고 지어준 탓이  아닐까’ 하며 자책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내 아버지가 나에게 주어준 이름은 평일(平一) 이었다.  ‘

평생을 하나 같이 평화하롭게 살라” 는 의미였을 것이다.

지난 나의 삶을 되돌아 보면  나는 그런 평화로운 삶을 별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항상 자유를 찾아 헤매이는  파란만장한 방랑자의 삶이었었다.

이름의 뜻과 실제 삶이 반대인 경우일 것이다.

결혼식 이틀 전에 케롤과 함께 한국식당에서 제임스를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그날도 내가 약속 시간 착각한 것을 제임스 탓으로 돌리고 호통을 치며 갑질행각을 벌였었다.

미안한 생각에 얼굴이 울그락불락  벌겋게 달아오른 제임스에게

“ 오늘이 너에게 소리를 지르고 여단치는 일은 마지막이다. 모래, 결혼식 후부터는

너와 에니는 엄연히 Mr. and Mrs. Park 이다. 앞으로는 아버지로써 너에게 잔소리를 한다던가

갑질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하고 약속을 했다. 정말로 나는 그럴게 살고 싶다.

옆에 있던 케롤이” 여보, 제임스에게 결혼 선물로 결혼생활에 대한 좋은 충고나 하나 해주세요” 하고

나를 거들었다.

작년 가을 약혼식 피크식에서 제임스 와 에니에게

“항상 어리석은 사람들를 멀리하고  어진 사람들을 가까이 하라. 그리고 존경할 사람들을 존경하라’ 는

붓다가 제자들에게 남긴말을 충고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은 붓다의 말이 아니라기 보다는 내가 지난 삶을 통해서 직접 깨달은 삶의 지혜이기도 했다.   

나는 아들에게 이런 마지막(?) 조언(이야기) 을 들려 주었다.

옛날에 이스라엘에 한 랍비가 있었다. 안식일 날 교회를 향하며

‘오늘 무슨 내용으로 설교를 할까?’ 하는 고민으로 발길이 무거웠다.

마침 가는 길 숲 속에서 덧에 걸려 날개를 퍼덕이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옳거니, 이놈을 잡아 예배 후 저녁 식탁에 올리면 되겠구나!” 하고 괘재를 부르며

그 새을  덜썩 두 손으로 낚아챘다.

그러자 새가 “랍비님, 저를 살려주신다면 오늘 설교할 좋은 내용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하고

애걸을 했다.

‘새가 사람 말을 다 하다니!’  분명히 도를 튼 새임에 분명하다.’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우선 네 말이나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는 조건을 제시했다.

“ 첫째로 홛당무개한 허언이나 실현이 도저히 불가능한 약속을 절대로 믿지 마십시요.

둘째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불가능한 일을 절대로 하지 마십시요.

쎗째 남에게 선행을 한 후 절대로 후회를 하지 마십시요”

들고보니 그럴 듯 한 설교내용이었다. 그래서 찝질한 마음을 숨기고 새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새가 날아가 한  큰 나뭇 가지 위에  않더니,

“어리석은 랍비님, 사실 내 뱃속에 큰 황금 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나를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횡재를 얻어 팔자를 고쳤을 겁니다.” 하고 조롱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그래서 성경책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새가 손에 잡힐까 말까 하는 순간에

새는 더 높은 나무가지로 옮겨 앉았다.

“망할놈의 새!  내가 너를 꼭 잡이 팔자를 고치고 말겠다!”  그가 다른 더 높은 가지에 오르는 순간

그 나뭇 가지가 부러져 그는 땅바닥으로 꺼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에 피가 낭자하고 팔과 발이 불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새가 비꼬는 목소리로

“당신은 내가 방금전에 했던 조언 세 가지를 탐욕에 눈이 멀어 모두 법하고 말았다.

‘첫째 새 뱃속에 활금 알이 있다는 것은 황담무개한 허언이었다.

둘째 너는 전에 나무를 타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다.

셌째 너는 나을 살여주는 선행을 행하고도 후회를 했다.”

그 말을 남기고 새는 푸른 하늘위를 훨훨 날아가 버렸다.

제임스는 해어지기 전에

“ 아빠,  정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는 아버지 만큼만 자유인으로 사는 것이  꿈입니다.

어버지는 나의 영원한 우상이고 영웅입니다.”

제임스는  나를 껴안으며 눈물을 글성거렸다. 나처럼 눈물이 많은 녀석….

‘아들아, 제발 이 못난 아버지를 닮으려고 하지 말거라. 네 자신의  길을 찾아 가거라.

자유인 미국 시인 프로스트 시 ’가지 않은 길’ 에 나오는  앞에 난 두 길 중 하나를 택하는

평범한 삶이 아니란다.  하늘을 나르는 새들처럼 순간순간 스스로 길을 창조하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미래를 예약할 수 없는  거칠고, 때로는 고독한 여행이란다.

늘 새로운 도전과 위험과 싸워야 하는 ….

나는 내 아들이  남들처럼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살기르 진심으로 바단단다.’

지금쯤 일본에 있을 제임스가

내가 바라고 있는 그에 대한 소망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을까?

04/23/2018  햇빛 찬란한 아침에

버지니아 숲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