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산자고가 모여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장관이었습지요. 맘만 태우다 시간을 놓쳤고 ,다음 해를 노렸고, 그리고 그 때가 돌아왔습니다. 산자고 만나러 가던 날, 하늘은 밝았으나 미세먼지로 바다는 푸른 제빛을 띠고 있지 못했습니다. 봄 햇살이 따가워 땀은 났지만 꽃을 향해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결코 무겁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입니다. 저리 큰 군락지는 아니었어도 가까운 숲속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아니,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가는 숲속에는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더니 올해는 그나마 예전에 보이던 곳에 싹조차 보이질 않네요.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원인일까요. 잎은 무릇, 달래와 비슷하고 해를 좋아해 한 낮에만 얼굴을 보여줍니다. ‘까치무릇’이라는 우리 이름이 있었는데 어인 일로 일본식 이름인 산자고(山慈故)가 되었는지 참 속상합니다.

꽃에 비해 가녀린 줄기 때문에 비스듬히 누워 있습니다. 꽃잎 겉의 붉은 무늬는 선명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무심한 흰빛입니다. 욕심 없어 보이는데 길고 짧은 여섯개의 노오란 수술과 암술은 본분을 잊지 않았는지 충성을 다하는 듯 야무져 보입니다. 그 바닷가 산정상에서 산자고와 같이한 시간이 많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연례행사가 될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