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쉬운 것인데 항상 결심하지만 잊고 마는 것이 있다. 감사하는 생활이다. 다니엘의 감사하는 모습을 묵상하면서 불현듯 내 가슴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불평의 씨앗들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다니엘은 남의 나라에 포로로 잡혀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총리에까지 올랐지만 다른 사람들의 질투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과 맞닥뜨렸다. 그러나 그는 늘 하던 대로 감사하며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자기만을 경배하라는 왕의 명령을 어기면 사자 굴에 쳐 넣어져 갈가리 찢겨 죽을 것이 뻔한 데도 어제 그랬듯이, 그제 그랬듯이, 하나님만 경배하고 그렇게 감사하고 기도하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만용이나 자포자기에서가 아니었다. 아직까지 누려온 것만으로도 만족하니 이제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까지 살아 온 것에 만족하는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몇 사람이나 지나 온 삶의 자취들을 바라보며 만족하겠는가? 그러니 감사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목회를 못하는데도 아직 목사로 남겨 두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항상 죄와 친구하며 사는데도 죽이지 않고 살려 두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수많은 사고와 질병 가운데서 아직까지 예외적인 인물이 되게 해 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난 참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어느 책에서 사마휘라는 사람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항상 ‘좋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길 좋아했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전염병으로 아들을 잃은 노인이 몹시 슬퍼하자, 사마휘는 “감사한 일이군요. 좋습니다.”라고 해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사마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과 부인, 손자들은 다 건강하지 않습니까? 감사한 일이지요.”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잃은 것, 못 이룬 것만 바라보며 불평한다. 사마휘는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을 바라보았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다니엘도 아직까지 누려온 것을 보며 감사한 것이다.

우리는 커다란 흰 백지는 보지 않고, 그 백지에 찍힌 아주 작은 검은 점 하나에 온통 정신을 빼앗길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 눈은 우리를 맘껏 속일 때가 많다. 흰 종이가 훨씬 넓고 큰데도 꼭 점 하나만 바라본다.

그래서 점 하나밖에는 없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켜 그 점 하나에 온통 신경을 쓰게 만든다. 눈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감각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감정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항상 마귀는 이런 것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불평 뒤에 숨어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마귀의 작은 장난을 안다면 그리 쉽게 불평의 나락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련만.

우리는 매번 그 작전에 휘말린다. 점을 보지 말고 종이를 보자. 작정하고 보지 않으면 그렇게 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제는 작정하고 점 대신 흰 종이를 보기로 하자.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