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어버린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그렇게 안주하려는 생각들이 너무 커서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60대가 된 모양이어서 걱정이다. 가끔 아내가 ‘예전엔 안 그랬는데’ 하며 나의 평안하길 원하는 마음을 질타할 때가 생겼으니 걱정이 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모두 평안하길 원하지만 평안한 게 행복은 아니란 것을 아시는지. 평안한 것은 좋기는 하지만 화평도 아니고 행복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평안을 추구할 때가 오지게 많다. TV에서 어떤 남자가 좋은 목재를 설명하던 말이 지금도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좋은 나무는 좋은 기후에서 잘 큰 나무가 아니라, 좋지 않은 기후에서 힘들게 자란 나무란다. 전통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한 말이다.

조악한 환경에서도 곳곳하게 오랜 세월 견뎌낸 나무는 무늬도 아름답고 가구를 만들어 놓았을 때 틀림이나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도 다를 바 없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견뎌 낸 사람이 다가오는 고난과 역경에서도 튼실한 결실을 내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 아마 모든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일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위하여 모두가 다 고난을 감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고난을 감내하길 기꺼워하는 사람이 결국 그 숭고한 변화를 맞보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현실 안주를 타파하는 것이고, 현실 안주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용기와 의지가 따라야 한다.

김봉식 교수는 무사안일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편안한 무사안일로, 어머니 품 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가 느끼는 그런 편안함 때문에 그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늑한 무사안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에 벽난로 옆에서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유라고 한다.

셋째는 오만한 무사안일로, 성공한 정치가나 사업가가 자신을 과신하여 오판함으로 다가오는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는 비전 없는 무사안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함으로 안주하는 형태이다.

어떤 형태이든 무사안일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한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이 이런 무사안일에 빠지면 그렇게 하게 만드는 데는 필경 마귀가 자리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만약 그들의 말대로 끓는 가마에서 고기만 건져 먹길 원하고 앉아 있었다면 가나안 정복이라는 대업은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이여! 지금 그대가 가는 길이 하도 험난하여 이제는 포기하고자 하진 않는가? 앗으라. 그게 당신을 지탱시키고 있는 힘인 걸 잊지 말라. 멈추고 안일을 선택하는 순간 당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마귀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성령으로 연장을 갈고 다시 앞을 보며 전진하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