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센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가서 옆 얼굴을 보서야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어깨를 ‘툭’치면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못 알아보았네.”라고 했다. 지인은 놀래서 “내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요?” 하면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지인은 골프장에서 바로 오는 길이어서 자신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은 자신이 선그라스를 쓰고 돌아다닌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가령 태어나서 한 번도 선그라스를 벗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는 다른 선그라스가 있으며 그걸로 바꿔 쓰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선그라스를 벗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선그라스를 쓰고 있다는 자각이 없고, 다른 선그라스가 보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고방식이라고 하는 사고의 틀이라는 것이 있다. 일본 말로는 ‘가다’ 조선말로는 ‘금형’이라는 것이 있다. 대량 생산되는 모든 공산품에는 금형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제품이든 먼저 금형을 떠서 사출을 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무엇을 보던지 자신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즉 사고의 ‘틀’이 있다. 무식하면 무식한 대로 유식하면 유식한 대로.

그러나 어떤 사람은 사고의 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내 주변에 책을 무지하게 많이 읽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또 도저히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본다. 바로 사고의 틀 때문이다. 사고의 틀이 다르면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책을 한 권 읽은 사람보다는 100 권 읽은 사람이 훨씬 더 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균형이 잡힌 사고의 틀을 가질 수는 없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심지어는 까막눈으로 평생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도 균형 잡힌 사고의 틀을 가질 수가 있다.

정보는 중요하지만 정보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놓여진 환경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정보는 다르게 이용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지,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부지런히 바쁘게 중요한 정보들을 모아놓는 일은 자학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다.

그런데 대게 그 틀이란 것은 개인이 받은 교육이나 그를 둘러 싸고 있는 문화, 종교를 통하여 형성된다. 그래서 이 틀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자동시스템처럼 돌아가고 있는 기계를 다른 방법으로 재조립해야 하는 것과 같이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고의 틀이다. 그러므로 추상적 관념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과 밀착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자기들끼리 세상을 구원할 방법을 가졌다고 믿고 즐거워하는 신흥종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그들은 영적인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영적인 허세에 빠져 있다.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행이다. 굴 속에서 들어앉아 도를 닦는 수행이 아닌 삶을 통한 수행 말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목사들은 삶을 통한 수행이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교리적 사고의 틀이 잡혀 있다. 그런 목사를 만나면 만수무강에 지장이 생길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