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죽음은 천국에 가는 건데 왜 슬퍼들 하는가

직장 상사의 장례를 치르고 와서 며칠도 안 돼 슬픔에 빠졌던 그 미망인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독설을 퍼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직장이라 해도 사학의 서무실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아 구성원간의 분위기가 가족과도 같았다. 그러니 자기도 장지까지 갔었다 했다. 그런데 미망인이 왜 나만 두고 갔냐며 같이 가겠다고 파 놓은 묘혈로 들어가려 해서 사람들이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했다. 그러며 하는 말이 “죽으면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간다더니 왜 그 지랄발광이냐”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별의별 험담을 다했다.

그의 상사는 기독교인으로 가정이 다 믿었다. 그런데 생전에 부하 직원들에게 전도를 하며 천국 이야기도 했던 모양이다. 필자가 보기로는 사람도 좋았다. 신세 진 일이 있어 사례로 자그마한 선물 두 개를 전했더니 과하다며 하나만 받고 돌려준 일도 있었다. 부하들에게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유독 그의 마음에만은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믿는 사람이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그만이 아니라 불신자들 가운데에는 ‘죽으면 천당에 간다면서 왜 저렇게 슬퍼하는 거냐’고 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틀리다고 만도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보면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이에 대해 그대는 뭐라고 하겠는가. 가족 중 누군가가 어려서 세상을 뜨면 아직 죄로 물이 덜 들기 전에 하나님 품으로 갔으니… 라며 위로를 받으려 하는 일도 없지 않지 않은가. 사실 이 또한 틀리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믿지 않은 사람들이야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믿는 사람들조차 그 좋은 하늘나라로 가는 마당에 왜 그렇게 슬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솔직히 몇 번인가 가볍게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깊이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그런 것일 거라고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 왔다. 이런 것도 필자가 자신을 가리켜 ‘무늬만 목사’라 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하나님나라의 상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는 것

나이 먹는 것이 무슨 벼슬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니 그래서 더욱 그 나이 타령이라는 걸 좀 해야 할 것 같다. 근래에 들어 날로 노쇠해져 가는 자신을 느낀다. 늙으면 다 그런 거라 체념을 하면서도 우울할 때가 없지 않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의욕적이라고 느꼈던 필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의욕 같은 건 놓아 버린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아니 의식적으로 놓으려 하고 있다. 늙어 기력이 떨어지면 그리하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에 순응하는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덕분에 욕심이라는 것도 많이 내려놓았다. 젊었을 때는 놓으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썼는데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기만 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 놓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오래 살고 싶다고 하는 욕심 또한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누릴 만큼 누렸으니 지금이라도 죽으면, 그러니까 저 좋은 천국에 가면 그야말로 ‘아리가타이(감사하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이가 많다 해서 의욕까지 놓는다는 것은 섭리에 맞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근래에 들어서는 좀 더 오래 살고자 하는 마음을 포함한 의욕을 주시라 기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다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어려서 죽은 사람이든 백 살까지 장수하다 죽은 사람이든 모든 사람이 살아 온 삶의 길이는 각자에게 주어진 분량이라는, 마치 소금이 짜다는 것과도 같은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생애는 그게 누구의 것이 됐건 의미가 있다고 하는 역시 당연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우스우리만큼 당연한 생각은 이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이어졌다. 그렇다면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얼마 남지 않은 삶에도 의미가 있을 것임이 분명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쿵!’ 하고 가슴을 울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며 근래에 느껴 보지 못했던 무게감으로 생각이 깊이를 더해 갔다.

나이 먹었다는 유세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고 죽은 물고기처럼 떠내려가며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물론 되는대로 막 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후4:16)라는 말씀을 외면하지 않았다. 육체를 써서 하는 일과는 달리 나이 많아지면 그럴수록 신앙으로의 정진은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그러려고 기도하며 애를 써 왔다.

그런데 신앙이 무엇인가. 의지나 의욕을 위해 각오하고 결단함으로 드러나는 과정과 결과가 그 일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시라 비는 것이 기도 아닌가. 필자는 그것을 잠시 간과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정신이 들었으니 죽은 물고기처럼 힘이 모자라 흐르는 물을 따라서 떠내려가는 한이 있어도 거슬러 올라가려는 애만은 써야 할 것 같다.

크리스천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 경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1등이 백 명도 될 수 있고 천명도 될 수 있다.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1등을 할 수가 있다. 하나님나라의 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다시 의지를 불태우고 의욕에 힘을 더해 뭔가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의 말이라 해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다

이런 생각을 며칠이나 이어 하던 중에 스티븐 호킹의 부음에 접했다. 찬란하리만큼 빛난 업적을 남긴 물리학의 거성이 진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준 희망은 그가 남긴 학문적 성과와 비교해도 결코 못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고, 숙여서 발을 보지 마라”와 같은 명언도 숫하게 남겼다. 겨우 21세 때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이라는 희귀병으로 2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으나 불굴의 투지로 그토록 위대한 삶을 산 그였다. 76년의 생애였다.

76세라면 필자보다 한 살 많은 나이이다. 범부 중의 범부인 필자인지라 위대한 그와 비교할 것이라고는 나이밖에 없어 해 본 말인데, 해 놓고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거시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 먹도록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런데 한 일이 하나 있긴 하다. 굉장히 대단한 일을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인으로 모신 일이다. 호킹 그가 하지 못한 일을 필자가 한 것이다. 만약 이제부터의 인생을 그와 바꿔 살 수 있다 해도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 온 자신의 삶을 이어 살아 갈 것이다. 그가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다. 그가 건강할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없는 ‘천하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한 생명’이 나에게는 있는데, 어떻게 그와 나의 삶을 바꾸어 살 수가 있겠는가. 그가 이뤄 놓은 학문적 업적이 아무리 크다 한들 ‘천하’만 하겠는가.

그는 위대한 물리학자였으나 불행한 사람이었다. 장애인이었기 때문도, 불우한 삶을 살았기 때문도 아니다. 무신론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말했다. “우주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의 법칙에 따라 만들어 졌다”라고. “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신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무신론자가 다 그렇지만, 피조물이 자신을 지은 조물주를 부정하다니,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나를 낳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으니 당신은 내 어머니가 아니다’고 한 것과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잘못한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 MB를 구속하려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했던 사람이 있다. 필자는 그를 말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런 그가 필자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을 했다. 호킹의 무신론에 대해서이다.

뜨개질하는 손을 지워 편집하면 바늘이 혼자 움직여 옷을 뜨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처럼, 신의 존재를 믿지도 알지도 못하는 호킹 박사의 시각으로 보면 바늘이 혼자서 움직여 옷을 뜨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는 생을 마치는 날까지 자기가 배우고 깨달은 범위 안에서 겸손히 우주를 설명하는데 충실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신의영역에 들어가면 그 지식은 아주 초라하고 미미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호킹은 과학에 있을 때만 호킹이다.

대충 이런 내용의 말을 한 것은 전 국회의원 자한당의 조해진 씨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의 말이라 해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되었다.

세상에 의미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하찮은 사람도 없다. 바보천치도 천하보다 귀하다. 어느 누구의 생애도 다 귀하고, 그 한 토막의 짧은 시간도 소중하기 그지없다. 노쇠로 병석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생애요 그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