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죽음이 문제라고 말한다. 질병, 사고 등 죽음을 부르는 문들이 항상 입을 쩍 벌리고 도처에서 저승사자의 손을 내민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할까.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죽음을 생각하는 한 주간을 맞는다. 예수께서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시기까지의 일주간이 바로 고난주간이다. 이 기간에 예수께서 어떻게 사셨는가 묻기보다 어떻게 돌아가셨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실은 십자가의 죽음은 그분이 어떻게 사셨는가를 묻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분의 십자가 죽음은 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남을 위한 삶, 하나님을 위한 삶,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릴 만큼 사랑하며 산 그분의 삶의 결정체가 바로 십자가 사건이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던 한 분의 죽음에 대하여 조카가 올린 글이 회자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망자는 평소 사랑을 베풀며 산 모범적인 공무원이었다. 그 사실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드러났다.

조카는 장례식장 풍경을 이렇게 소개한다. 작은아버지가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조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특히 한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가 조문을 하러 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일반 조문객과 다른 모습에 모두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을 때 상주인 사촌 형이 먼저 다가가 안내했고, 그 노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지가 이래서 조의금 낼 돈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저 돌아가신 분께 인사 한번 하고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당연히 상주는 이를 허락했다. 생전에 작은아버지가 고향의 노숙자들과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오랫동안 나눔과 봉사를 베풀고 계셨던 것인데, 가족들조차 그 사실을 몰랐다. 그가 죽은 후 그 사랑을 받은 사람 중 한 사람이 찾아왔던 것.

부조금 낼 돈은 없지만 돌아가신 분의 사랑을 잊지 못해 마지막 길에 인사라도 하겠다고 찾아 온 것이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넘쳐도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망자가 어떻게 살았는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가 문제다. 정승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 정승의 살아생전 삶이 문제인 것이다.

성도가 고난주간에 집중해야 할 것은 예수의 십자가, 예수의 죽음이기도 하지만, 그분이 생전에 어떻게 사셨는가를 놓치면 안 된다. 성도는 고난주간에 예수의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 그분이 사셨던 모범에 집중해 살아야 한다.

예수께서 사신 발자취를 밟으려 하지 않은 채 십자가의 열매만 따 먹으려 한다면 참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고난의 삶, 사랑의 삶이 없는 십자가란 죗값을 치른 형틀에 불과하다. 예수의 십자가는 죽은 뒤에 삶이 드러난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