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더럽구나 생각했다. 이번에 방문한 선교지 미얀마는 그렇게 지저분할 수가 없었다. 더럽다는 생각, 그것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가는 곳마다 지저분함이 철철 넘쳐났다.

대도시의 몇몇 갖추어진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혀 깨끗하지 않았다. 물론 미얀마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기준(대한민국 군민의 기준)으로는 그랬다. 더 더러운 나라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중에는.

건 그렇고. 왜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미얀마의 최필선 선교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미얀마 선교사는 미얀마에서 살며 복음을 전한다. 그 더러운 환경에 휩싸여서. 미목선교회가 돕고 있는 최 선교사는 우리와 함께 한 10일 내내 잘도 먹었다.

뒷일을 본 후 처리를 한 손을 물 한 번 슬쩍 묻히곤 넣어 버무려주는 음식도 먹었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밥 못 먹는다고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 손이 어떤 손인지 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었습니다.”

왜 이 말이 귀에 한참을 남을까. 최 선교사의 말이 지금도 복음처럼 들린다. 아, 타고나야 하는구나. 문화와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의 선교사역을 감당하려면 사랑도 노력도 필요하지만 타고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위 약한 사람은 그 말만 들어도 욕지기가 난다. 아, 그래서 나를 선교사로 선택하지 않으셨구나, 생각하며 감사했다. 누구 말마따나, 죽었다 깨나도 그런 건 안 먹을 사람이지 않은가. 나는. 아내는 한 술 더 뜨고. 이렇게도 하나님은 날 감사하게 만드신다.

요즘 한 소방관의 소명감 넘치는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자기 교회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한 목사 사모의 편지가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살리기 위해 입으로 토사물과 피를 빨아낸 소방관에게 감사 편지를 썼던 것이다. 전남 순천소방서 왕조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이길호 소방장이 그 주인공이다. 편지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그때 출동하신 소방관님이 아이에게 응급처치를 하셨는데 아이 코에 피와 토사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방관님이 코에다 입을 대시고 빨아 내시더라구요. 그 모습을 지켜 본 저는 감동했습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그 큰 희생과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난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번 선교지에서의 최 선교사의 말, 이길호 소방장의 사랑, 모두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여기까지는 너무나 잘 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사랑과 사명감이라면 무엇이든 견디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사명감은 사랑 때문에 가능하다. 사명감이 있으면 가능한 게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가능한 건 아니다. 타고남이 있어야 한다. 위의 두 경우, 그건 비로 비위다. 비위는 각자에게 다 다르다. 우리가 이 부분을 놓치고 남을 사랑 없는 사람으로 매도할 수 있음도 눈치 채야 한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