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너무도 어리석은 질문인지 모른다. 정답은 ‘사람이 먼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 반대로 산다. 일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살필 겨를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 앞에 서면 당연히 정답을 적어낸다. 우리는 참 똑똑하여(?) 정답에는 족집게 도사다. 그 뜻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똑똑하기만 하다. 허나 정답대로 살지는 않는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슨 그런?’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성경에 보면 소위 ‘착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란 일화가 있다. 강도 만나 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은 그냥 지나쳐 간다. 후에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 치료하고 돌본다.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은 오늘날 교회로 말하면 목사나 장로쯤 된다. 사마리아 사람은 이방인 취급을 받는 장사가 직업인 사람이다.

왜 사랑을 베풀어야 할 제사장과 레위 사람이 그냥 지나쳤을까. 해석은 여러 각도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제사(예배) 드리러 가는 중이었다고. 피로 혹은 주검으로 더렵혀지면 그들의 일을 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일을 하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척한 것이다.

내가 목사다 보니 주위에서 교회가 파놓은 엄청난 일구덩이에 풍덩 빠져 사는 이들을 많이 본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혹시 그들이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이 빠졌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괜히 내가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일 때문에 사람을 보지 못하는.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찰스 램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일화다. 청년이 초조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청년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긴 노력 끝에 결혼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반지를 준비해서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는 마음에 청년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다가 결국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청혼하고 싶은 마음에 앞도 잘 살피지 않고 정신없이 달렸다.

하지만 청년이 도착한 여인의 집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여인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청년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차가운 말을 전했다. 며칠 후, 여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괴로워하던 청년에게 여인이 보낸 편지가 왔다.

“나는 그날 당신을 기다리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당신이 우리 집을 향해 달려왔을 때 저는 정말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얼마나 급했던지 마주 오던 누추한 옷차림에 한 여성과 부딪혀 넘어지게 하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대로 오는 당신을 안타깝게 지켜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한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습니까?”

아뿔싸! 사랑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 사랑도 잃었다. 그가 누구든 사람을 보지 못하고 달리다가는 이 꼴이 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린다. 정작 귀중한 사람을 보지 못한 채. 이젠 잠시 멈추고 예수께서 그리도 사랑하신 사람을 보자. 진심으로 보자.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