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고 그것은 그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자. 어느 날 교회에서 자신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 있어 결근하겠다고 상사에게 말했다고 하자. 상사는 펄쩍 뛰면서 회사를 그만두든지 교회를 그만두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고 하자. 이 이야기에 대하여 당신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

이런 이야기는 열심을 가진 신앙인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섣불리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우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주일에 관한 이야기라면 당연히 주일을 성수한다는 면에서 생각할 일이다. 그러나 평일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에 속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회인이기도 하다. 충성스런 성도일수록 성도로서의 사명과 사회인으로서의 책임을 어떻게 조화롭게 감당하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만약 이런 문제에 직면한 적이 없다면 둘 중 한 곳에 깊숙이 치우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보다 성도로서의 사명에 우선하거나, 아니면 성도의 사명은 주일에 교회에서나 하는 것이고 평일은 직장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다.

현대 사회는 분명히 신앙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신앙인이 사회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누가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신앙생활에 충실하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그는 분명히 광신자일 것이다. 그 반대로 충고한다면 역시 무늬만 그리스도인임에 분명하다.

꽤 지난 일인데 봄 심방 때 있었던 일이다. 한 선교회에서 당번을 정해 심방을 돕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살림을 하는 이들이야 문제가 없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성도가 동참을 한 것이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목사로서 마음에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그 성도는 가끔 그렇게 하였다. 직장에 못 나온다는 이유를 말할 때마다, 교회 일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일로 결근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교회의 일이 있을 때 가끔 결근을 하는데 이미 회사에서는 다 통한다고 한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직장에서 그가 없이 안 된다는 것을 다 안다. 그래서 신앙을 이해하는 사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예외를 두는 모양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특수한 예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평소에 해 온 성실성을 담보로 이런 특수한 상황이 생겼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나는 결근을 하고 주의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에 매여 주의 일을 등한시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스도인이면서 동시에 사회인으로 충실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렵다고 회피할 수 없다. 어렵지만 좋은 성도인 동시에 충실한 사회인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야만 한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