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각으로 같은 말을 하면 똑같은 위로가 될까. 그렇지 않다. 듣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 생각도 좋고 말도 곱다. 그러면 고운 반응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복잡성이다. 아니 사회의 복잡성보다 인간의 다양함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아주 은혜로운 말씀이 강단에서 선포되는 중이다. 대부분의 성도는 그렇게 생각한다할지라도 한 성도에겐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지금 몹시 배가 뒤틀린다. 설교의 객관적 길이에 상관없이 목사님의 설교가 길기만 하다. 그의 생각은 온통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점령하고 있다. 그 어떤 언어도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게 아무리 거룩한, 은혜로운, 기가 막힌 메시지라 할지라도 그렇다.

<부요한 구원 가난한 구원>에서 릭 하워드와 제이미 라쉬는 이렇게 말했다.

“키가 배의 방향을 결정하듯이 마음의 의도 혹은 목적이 우리 삶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마음의 의도는 심판대 앞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평가하시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만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라면 아직도 거짓말을 하거나 도적질을 하거나 원수를 갚으려고 할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죄는 우리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목적을 다른 것으로 대치할 때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배의 선장은 필요할 때마다 키를 조정하면서 항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인도 우리 삶의 키인 ‘마음의 의도’를 조정할 때만 항로를 바르게 갈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것을 행하도록 하는가? 어떠한 결과를 바라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우리의 마음의 의도를 점검해야 한다. 경건하지 못한 목적에 마음의 생각이 일치할 때 우리의 삶이 항로에서 벗어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배가 잘 가고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인이 가진 의도보다 타인의 말에 위력이 있지 않다. 마음의 의도에 그 무엇인가 들어앉아 있으면 열 사람의 열 마디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본인이 원하든 않는 간에 마음의 의도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데 맞춰져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다.

너무 극단적인 예이지만 성도의 배탈현상이 그가 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목적은 화장실밖에 다른 게 없다면 은혜로운 설교도, 많은 사람들의 시각도 그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성경 말씀은 그 말씀 앞에 진정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자의 것이다.

마음의 생각은 그래서 중요하다. 마음은 생각의 자리이며 곧 믿음의 자리이다. 물론 생각은 머리로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설은 ‘마음의 생각’이다.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될 수 있다. 그 마음을 하나님이 좌지우지하실 수 있다.

마음 다잡기는 긴 진통이 따른다. 말하기는 쉽지만 마음을 다잡기는 어렵다. 어렵기에 다잡고 나면 환희와 기쁨도 크다.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방향으로 ‘나’라는 배의 키인 마음을 다잡아보지 않겠는가. 그래야 그 마음속에 믿음이 도사리고 산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