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교회이다. MB가 출마했던 2007년 대선 때 교회들은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밀었다. 대형교회들은 더욱 그랬다. 대통령 선거를 무슨 교회의 장로 선출쯤으로 착각한 것이나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기야 그리한 데에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독교의 도덕과 윤리는 사회의 그것보다 상위에 있으니 말이다. 사회에서는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의 성관계’를 맺을 경우 그것을 간음이라 하는데, 그것도 현재는 남녀가 합의하여 하면 정죄할 수가 없다. 법이 그렇다.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이미 간음”한 것으로 정죄하니 사회보다 얼마나 엄격한가. 그러니 기독교의 장로가 대통령이 되면 도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얼마나 흠결 없이 국정을 깨끗하게 수행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도 최상급의 착각이다. 기독교는 이미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은 지 오래다. 교인들조차도 자신들이 믿지 않은 사람들보다 낫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막연히 낫거니 생각을 하면서도 믿음을 위해 손해를 봐야 할 경우가 되면 불신자와 다를 것이 없다. 자기의 이익에 하나님을 이용하려 든 사람까지 있다.

▲ 출처 : MBN

흔히 MB라고들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을 했다.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기자는 극소수로 제한한 가운데에서였다. 장소를 넓은 곳으로 옮기거나 밖에서 하자는 기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비리는 없었다 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가 됐고, ‘자원외교’로 천문학적인 돈을 날렸으며, ‘제2롯데월드’는 그 건축허가를 위해 공군기지의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까지 틀어야 했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회견에서 그는 현 정권이 ‘보복정치’와 ‘정치공작’을 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궤멸시키고’,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국민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고도 했는데, 그런 사람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대수의 국민도 그럴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그가 집권했던 기간에 더 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한 것은 금도를 벗어난 것이었다. 자기를 보호할 목적으로 남을 비난하기 위해 망자(亡者)까지 들먹거리며 욕되게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MB 자신이 집권하던 바로 그때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모멸감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그 부인, 아들딸에 일가친척들까지 저인망식으로 훑는 것도 모자라, 부인이 뇌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언론에 흘리며 망신 주기를 했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MB 자신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운운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모독하는 것으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MB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까지 괴롭힌 것은 ‘정치보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보복’이 되려면 자신들이 상대에게 입은 피해가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한 일들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과정이자 방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정도 지났을 무렵은 그야말로 그가 ‘참담스런 심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밝히게 했고, 광장에서는 ‘아침이슬’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10%대에 머물렀다.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광장의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원성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를 마친 그는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가 한 사람의 필부가 되어 느긋하게 살고 있었다. 광우병 소고기 같은 국정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국민들은 그런 그에게, 동네 아저씨 같은 그에게 향수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서 저들이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은 신의 한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로부터 10년이 다 된 이제 와서까지 자기가 몰린 궁지를 모면하려 유족들과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아물어 가는 상처를 건드린다는 건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견을 하겠다고 불러모은 기자들의 수를 제한한 것도 모자라 일방적으로 자기의 말만하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기자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인데, 국민을 무시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측근들이 말의 포문을 열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전투구를 한번 해봐야겠나.’ 이에 더해 ‘기획설’에 ‘배후 조종설’도 모자라 ‘전쟁’이라는 말까지 동원하여 겁박하기도 한다.

거의가 다 억지다. 억지는 부리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 자기들이 하고 있는 말이 억지라는 것을 누구보다 저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MB의 비리가 누구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가. 그 측근들의 입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사람들이 ‘다스는 MB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했다는 건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스는 MB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거의 와 있다. 그의 최측근들이 사실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MB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던 전 대통령실 제일부속실장 김희중 씨는 ‘MB 참모 20명, 30명은 사실관계를 모른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 한 분밖에 없다.’ 그분 ‘MB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

이번에 MB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방어에 나선 것은 그의 ‘분신’ ‘걸어 다니는 일정표’라는 말까지 듣는(또는 들었던) 그 김희중 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사실 MB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신을 당한 거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폭적 의리가 아닌 한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 정도는 아니니 어쩌겠는가.

안된 것은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다. 안됐다기보다 딱하다. 김희중 전 실장이 앞에 든 말을 하자 그들은, ‘비선에서 이뤄진 일들은 사실 우리도 잘 모른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갖다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해 그대로 믿었다’는 등의 말을 함으로 뒷걸음을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그분은 대통령이 되기 전 한 때 그 목적의 순수성이 일부의 의심을 사기는 했으나, 교회의 주차안내를 하여 자자한 칭송을 받기도 했다. 임기 중에는 할 수 없었다 할지라도 퇴임 후에라도 그리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처럼 교회가 아니라 교회 밖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90세가 넘은 노령에도 ‘사랑의 집짓기’를 이어가고 있어 임기 후의 삶이 임기 중보다 더 보람되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예배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기무사의 ‘황제 테니스’의 문제로 파문을 일으켜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기무사는 군사관련 정보수집 및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수사 정보기관으로 군관계자 외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이야기가 잠시 곁길로 빠진 감이 없지 않은데, 몇 마디만 더 하고 말칠까 한다. ‘이전투구를 한번 해봐야겠나’라 한 말은 앞으로 그리해 보겠냐는 의미이지만, 사실을 말하면 저들은 그것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운운하는 기자회견 자체가 그렇다. 진흙탕 싸움을 하면 내 옷만 버리는 줄 아느냐, 네 옷도 버린다. 내 옷은 이미 버렸으니 네 옷도 어디 한 번 버려 볼 테냐는 식으로 겁을 주는 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이 우리 교회들에도 없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회개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며 사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잘못을 알았으면 뉘우치고 회개해야 한다. 그것이 크리스천이다. 단 몇%라 할지라도 더 잘한 쪽을 보고 잘했다 하고, 단 몇%라 할지라도 더 잘못한 쪽을 보고 잘못했다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느리게라도 발전한다. 양비론은 안 된다. 양시론도 안 된다. 조금이라도 더 잘못한 쪽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잘한 쪽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갈 나라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