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통치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저들의 말대로라면 그렇다. 그가 잘한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고, 국민소통은 쇼이다. 지난여름 청주 수해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동네 아낙네 같은 차림으로 김정숙 여사가 흘린 땀은 쇼이지만, 자기네의 황제장화는 욕을 먹을 일이 아니니 청와대의 주인행세를 하는 문 대통령 부부가 나쁘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최악의 통치자이고 저들의 말마따나 그 정부가 ‘독재’를 한다 해도 잘한 것이 그리도 없겠는가. 한두 개쯤은 있지 않겠는가. 뭐라고? 문재인과 그 정부가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고? 그래, 그런 것 같다. ‘내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버리겠다.’ ‘내가 집권하면 종편 네 개 중 두 개는 없애버리겠다.’ ‘SBS 사장과 보도본부장 목을 다 잘라야 한다.’ 언론을 마치 무슨 정권의 전리품이기라도 한 것처럼 이런 식의 말을 해 대면서 문재인 정권을 향해 ‘언론탄압’을 한다고 하는 저들이니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2월 말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를 하고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한 뒤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부친다는 목표를 제시하자 저들은 ‘땡처리 패키지 졸속 개헌’이라 목청을 높였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 자기들이 대선후보로 뽑아 세운 사람이 대선과정에서 이렇게 대국민 약속을 했는데도 말이다. 하기야 그리 말한 당사자조차도 ‘곁다리 개헌은 안 된다’며 자기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 듯했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저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아니 ‘적반하장’인가.

그것도 모자라 그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며 개헌에까지 색깔을 뒤집어씌우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붉은색 물감을 들어부어도 파란 것이 붉어지지는 않는다. 붉어진 건 자기네들이 쓴 안경뿐이라는 걸 저들은 왜 모르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 이 장면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면 알 것도 같기는 하다.

여: 나를 보고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이라 했다.
남: ‘주막집 주모의 푸념’이다.

‘막말,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타이틀의 막말 경영대회를 방불케 했던, 두 남녀가 벌인 얼마 전의 막말잔치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데, 이들은 룸살롱에서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는 시정잡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한 정당 대표와 최고 위원이었다.

저들 가운데 누군가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독재국가로 흘러간다’고 주장한다. 그냥 누군가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전신 정당이 세웠던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인가. 대학을 군홧발로 무참히 짓이기고,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처참히 살해해야 자유민주주의가 되는가.

저들이 영화 ‘1987’을 봤는지 모르겠다.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이니 사실과 다른 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건 1987년의 진실이었다. 사실보다 더 확실한 진실이었다. 저들의 전신 정당이 세웠던 정권이 저지른 진실이었다.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아 정치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를 보고 독재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정부가 아무리 잘해도 저들의 화살은 그치지 않고 날아들 것이다. 그러나 그 독화살에서 독기는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차마 할 수 없는, 듣기도 민망한 말이니 귀를 막고 듣기 바란다.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된다.

누군가는 국토를 할퀴어 생채기를 내는 토목공사에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여 강행하며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 했다. 그러며 그 강에 물고기 로봇을 띄우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그 결과 강물은 녹차라떼처럼 파랗게 녹조투성이가 되어 죽어 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한다면, 그리고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를 옆에 두고 국정을 농단한다면, 그래서 70%를 웃도는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나고도 더 떨어져 그 퍼센테이지가 2,30대에 머문다면 저들은 어떻게 할까. 그래도 문 대통령과 그 정부를 행해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려 댈까.

그야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화살에는 독기가 제거되어 있을 것이다. ‘마누라가 죽으면 (슬피 우는 척하지만 실은) 화장실에 가서 웃는’ 사내처럼 저들 또한 비난의 화살은 여전히 날리면서도 뒤로 돌아서서는 낄낄거리며 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일까 싶다.

나는 문재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 눈이 그에게서 사람을 보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자 그에게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선 과정에서 그의 부인은 전라도 광주에서 살다시피 했다. 저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쇼’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부인이 된 뒤 보니 아니었다. 동네 아줌마 같은 사람, 사람이었다.

어떤 이는 그 동네 아줌마 같은 그의 부인을 향해, ‘청와대 차지하니까, 이제 세상이 다 자기 것 같을까요?’라 막말의 포문을 열고는, ‘취임 넉 달도 안 돼 옷값만 수억을 쓰는 사치로 국민의 원성을 사는 전형적인 갑질에 졸부 복부인 행태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 주기도 한다.

나는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로 자기 장인을 보고 ‘영감탱이’라고는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