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2018년에게 꼬투리를 잡는다. “그리 빨리 오니. 내 자리가 그리 탐나던? 아무리 올 것이긴 하지만….” 2018년이 2017년에게 대꾸한다. “저런, 365일씩이나 우려먹었으면 됐지. 뭔 미련이 그리 남아 질질 끄니? 빨리 꺼지지 않고?”

그렇게 하염없는 미련을 흘리며 2017년이 꼬리를 감추고 사라진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2018년이 제자리인양 들어차고 들어온다. 우리는 이를 ‘새해’라고 부른다. ‘근하신년’이라며 온통 호들갑을 떠는 건 막상 당사자보다 인간들이 더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입장을 바꾼다는 것, 다른 자리에 선다는 것,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람은 너나없이 다른 위치에 설 수 있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하여 안하무인인 채로 사는 이들도 참 많다. 어린아이가 무엇인가? 지구가, 세상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줄 안다. 그러나 참은 자신이 그들을 중심하여 돈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렇다고 한다.

“그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가끔은 기뻐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자존심을 버린다. 비참해진다. 그 사람의 작은 것들이 너무나도 큰 의미이다.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단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이해해버린다. 끝까지 기다린다. 너무나도 그리워한다. 항상 곁에 있길 원한다. 마음이 저리게 아프다. 기대와 환상이 깨지면 주체할 수 없이 힘들고 자신을 원망스러워 한다.”

그러나 사랑 받는 사람은 이렇다고 한다.

“그 사람 때문에 재밌어 한다. 가끔은 짜증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콧대가 높아지고 쌀쌀하고 잔인해진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루 종일 맘 편하게 즐겁게 지낸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바보스럽다. 그러다가 단점이라도 보이면 너무 정이 떨어진다. 전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끔 생각이 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떡하면 떨쳐버릴지 궁리한다. 마음이 아플 리가 없다. 그 사람이 자신을 포기하면 홀가분하지만 왠지 조금 아쉬워한다.”

‘사랑’이라는 대전제는 같다. 하지만 ‘하’자와 ‘받’자만을 갈아 끼웠는데도 이리 다르다. 성도들 중에도 모든 신앙체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일 거란 착각에 빠져있는 종교인들이 많다. 맘 내키면 봉사한다. 맘 내키면 헌신한다. 맘 내키면 기도도 열심이다.

하지만 자신의 비위에 안 맞거나, 자신의 취미에 맞지 않으면 외면한다. 다른 이들이 안 알아주는 것 같으면 삐친다. 중심이 다른 이에게 있는 것 같으면 교회 가기를 거르는 일도 거침없이 단행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있다고 자신 있게 들먹인다.

그가 성숙한 신앙인인지 아닌지는 그의 신앙체계가 그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신앙체계는 누가 뭐래도 말씀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간다. 입장을 바꿔보면 모든 것이 널찍해진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