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남자가 자기 아내와 함께 창문 앞에 앉아 휘날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저녁 당신과 같이 교회에 가고 싶어요. 같이 가 주실 거죠?”

그러나 남자는 단호하게 거절해 버렸다.

“싫어, 난 크리스마스가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뭐? 하나님이 사람이 되었다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당신이나 다녀와요.”

아내가 혼자 교회로 떠난 다음 남자는 갑자기 창문 밖에서 무언가 내려앉는 걸 보았다. 자세히 보니 몇 마리 새들이 창문가에 앉아 재잘거리고 있다.

“저런, 저 새들이 밖이 너무 추우니까 창문으로 들어오려고 했나보군. 그래 우리 집 헛간이라면 저들의 추위를 막아줄 수 있겠지?”

밖으로 나간 남자가 헛간 문을 열어놓고 환하게 불을 켜 놓았다. 그리고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얘들아, 이리로 와. 이곳은 따뜻하단 말이야”라고 말했지만 새들은 움직이기는커녕 아예 관심도 갖지 않았다. 남자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잠깐이라도 저들처럼 새가 될 수 있다면 저들 모두를 설득해서 헛간 안으로 들일 수 있을 텐데.”

그렇다. 우리 주님께서도 바로 이런 생각을 하신 거다.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니까, 도저히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으니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잠시 그 하나님은 인간의 옷을 입고 오신 거다.

죄악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바깥세상에서 떨고 있는 우리 인간들을 따듯한 구원의 헛간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그렇지만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얼마나 답답하실까.

연말연시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싸여 예수님께서 오신 참 뜻을 저버린 채 거리로, 유흥가고 물밀 듯 밀려다니는 사람들, 그들 속에 예수님은 얼마나 더 추위에 떨고 계셔야 할까. 죄 가운데 떨고 있는 사람들이나, 구원의 주님을 몰라보고 있어 문밖에서 떨고 계신 주님이나, 이제는 그 추위에서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방안으로 들어와야 할 텐데.

역시 연말연시는 호화찬란한 불빛과 크리스마스 캐롤과 트리들, 그리고 산타클로스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 예수님은 안 계신 듯하여 마음이 쓰라리다. 이제 가는 해를 보내며 더 이상 예수님을 문밖에 내모는 홀대는 그쳐야 하리라.

참 지난한 한해가 물러가고 있다. 참 서글픈 한해가 물러가고 있다. 생채기 난 가슴을 내밀고 호들갑을 떨었던 한해가 이운다.

이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나님을 무시하고, 그저 그밖에 내버려둔 채 우리만 즐기는 그런 시대는 올해로 마쳤으면 한다. 그래야 내년이 더 희망 찰 게 아닌가. 내년엔 그분과 함께 즐거워하는 한해를 열어보자.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