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제 엄마에게 용돈을 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었다. 우리 집은 아내가 재무상인 탓에 난 그저 인자한 모습으로(?) 느긋이 지켜만 보곤 했다. 아예 교회에서 아내 명의의 통장으로 생활비를 넣어주니 지켜만 보는 왕일 수밖에. 그러나 어김없이 속으로 이런다. “내가 왕인 걸 잊지 마라! 얘들아.” 듣든 못 듣든…

그러면서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아버지의 기억은 없다. 그러나 그 가난한 살림살이로 그렇지 않아도 뻐근한 어머니께 왜 그리도 돈 달라는 소릴 많이 했던지. 하긴 돈이 궁하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당연한 듯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그때 나의 모습이다.

아들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부모에게 자식은 무엇인가? 미국 테네시 주의 한 작은 마을에, 벤 후퍼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날 때부터 아주 작은 체구였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벤 후퍼와 자기 자녀들이 노는 것을 원치 않았다. 친구들도 그를 놀리며 멸시했다.

벤 후퍼가 12살이 되었을 때, 마을의 교회에 젊은 목사님이 부임했다. 그는 그때까지 교회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 목사님이 가는 곳마다 분위기가 밝아지고 사람들이 격려를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교회에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에 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을 의식하여 늦게 갔다가 축도 시간에 빠져나오곤 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주일, 벤 후퍼는 목사님의 설교에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잠시 감동에 젖어 있는 사이에 예배가 끝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벤 후퍼도 사람들 틈에 끼어 나오면서 목사님과 악수를 하게 되었다. 목사님은 벤 후퍼를 보고, “네가 누구 아들이더라?” 하고 말했다. 모두가 목사님을 쳐다보고 숨을 죽였다.

그때 목사님은 환한 얼굴로 벤 후퍼에게 말했다. “그래, 네가 누구 아들인지 알겠다. 너는 네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어!” 목사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야! 네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거든!”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벤 후퍼의 등에 대고 목사님은 말했다. “하나님의 아들답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월이 흘러 벤 후퍼는 주지사가 되었다. 주지사 벤 후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때 그 목사님을 만나서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던 그날이 바로 테네시 주의 주지사가 태어난 날입니다.” 윤영준의 <신발 한 켤레의 사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들이 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것은 그냥 축복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 분명 신앙인은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녀로 사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아들이 된다는 것’의 행복에 잠겨 살아야 그리스도인이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