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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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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2월 05일 (화) 00:20:44 [조회수 : 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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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에 고등학교 여학생 한 명이 요즘 유행한다는 평창 롱패딩을 입고 왔습니다. 속초 시내에도 서울 지하철 안에도 어디를 가나 무릎길이의 긴 패딩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제 기억 속에도 너도나도 롱패딩을 입고 다니던 시절이 있는데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지난 추석에 친정집에 갔다가 20년 된 체크 치마와 바지를 가지고 와서 근래 계속 입고 다니는데 어색함이 없고 편안합니다. 시골에서는 다른 사람이 무슨 옷을 입든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수수하게만 입으면 됩니다. 새로운 옷을 사 입지 않아도 되니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주중에 아이들과 함께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큰아이는 제법 커서 이제 만화영화가 아니어도 함께 시청이 가능합니다. 작은아이는 재미없다며 만화책을 들고 왔다 갔다 하더니 영화 중반쯤부터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어서 아이들은 깔깔대며 영화를 멈추고 재미있는 장면을 다시 돌려서 보기도 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무거워지는 것을 보고 큰아이는 “엄마 뒤쪽은 좀 감동적이네요.”하면서 이미 울고 있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작은아이는 “엄마 저게 그렇게 슬퍼요?”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위안부’가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적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올해 8얼 15일에 속초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후원금 모금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녀상이 건립되는 장소를 정하는 데도 논의가 필요했고 확정된 장소는 엑스포공원 분수대광장 좌측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설악산과 엑스포타워가 담아지는 햇살이 잘 드는 장소입니다. 추진위원회에서도 어렵겠다고 생각했던 건립금 모금이 지난 11월 26일을 기준으로 6천 7백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속초 평화의 소녀상은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제막이 됩니다. 속초를 찾는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족도 작은 정성을 모아 동참하였습니다.
 
   전쟁에서 무기도 들지 않은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를 한 사람들은 당당하게 이미 보상을 했다거나 자발적으로 따라왔다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반해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는 입막음 속에서 살아야 했으니 그 서러움을 누가 다 보상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은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에서 빚어진 일에서도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개인 간의 문제일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위안부의 존재를 수치로 여겼던, 그래서 상처 입은 우리의 누이들을 다시 한 번 짓밟았던 우리안의 부족한 인권의식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1970년 빌 브란트 총리가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이후 해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한 사죄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한 만행에 대해서 수치심을 느끼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그들의 사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다시 그런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강한 사람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습니다. 죄를 인정하지 못하면 거짓을 말하게 되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게 됩니다.

  거창한 문제가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잘못을 하고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자꾸만 일이 복잡해지고 관계가 나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근래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사죄하지 않는 일본정부를 욕하면서 저는 스스로 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저는 믿는 대로 사는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는 보고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수치스러웠지만 제가 먼저 연락을 취해서 사과를 하였습니다. 직접 말을 하고 나니 사람 앞에서의 수치감은 더 심해졌지만 적어도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살다보면 수치스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저 자신에게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 수치를 마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을 때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잘못을 인정함으로서 느껴지는 작아짐에 슬퍼하기보다는 능력주시는 하나님 앞에서 용기 있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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