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가 되면 으레 동일한 종류의 전화를 받는다. 지난해도, 올해도,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하다. 도와달라는 전화다. 어찌 알았는지 교회 전화는 물론 내 개인 휴대폰으로까지 전화가 걸려온다.

“담임목사님이십니까?” 어떤 이는 내 이름까지 알고 “김학현 담임목사님이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어디 있는 무슨 장애시설인데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을 사달라거나, 한 구좌에 얼마이니 한 구좌만 도와 달라거나…, 이와 비슷한 내용들이다.

나 말고도 아마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이와 같은 전화를 자주 받을 것이다. 그러면, 난 어렵사리 교회가 어려워 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전화로 사기 치는 이들이 있다는 뉴스를 접한 이후에는 직접 방문하여 선택한 곳이 아니면 돕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미안함은 전화를 끊고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고 또 그럴 것이다.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일 전화 저쪽 사람들은 교회가 빨리 부흥되기를 바란다며 전화를 끊는다.

물론 모두가 좋은 말로 끊는 것은 아니다. 큰 교회는 목사와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어 도움 요청이 어렵고, 작은 교회는 통화는 되는데 교회가 어려워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애로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참 감사하다. 전화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역으로 다른 목사님들에 비하여 그만큼 내게는 시간이 있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몇 가지만 빼놓고는 여러 가지로 여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부족한 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사람 앞에 서기만 하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이 그만 홍당무가 되는 부끄러움 많고 수줍음 많은 소년이 있었다. 이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그는 친구도 없고 남의 집에 가지도 못하며 늘 외롭게 지냈다. 그러나 소년은 “이렇게 소심하게 살면서 평생을 나약하게 보낼 수는 없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내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과감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했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었다. “당신은 참 멋있는 분이군요.”, “참 아름다우십니다.” 이런 말에 사람들은 그를 만날 때 마다 모두 행복해했고 그를 몹시 따르고 좋아했다. 마침내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모했다. 그가 바로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영국의 시인이자, 달변가요, 극작가인 버나드 쇼이다.

그의 부족하고 소극적인 성격은 차라리 잘 활용하였을 때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었다.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교회가 작고 여러 가지가 부족하여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도가 적으니 그만큼 목사의 시간이 많다. 요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또 성경을 묵상하고 공부하면서 참으로 행복하다. 전화 속 자원봉사자가 날 다시 행복하게 만들었다. 눈을 감고 외쳐 본다.

“부족해서 감사합니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