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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에 서서
지동흠  |  dm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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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1월 27일 (월) 20:49:38
최종편집 : 2017년 11월 28일 (화) 15:58:17 [조회수 :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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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들에 서서...

 

매 주, 성서일과 공부하는 선, 후배 목사님들과 강화 선행리 밭에서 석 달 넘게 씨름했던 후작 농사(순무, 무, 배추)를 마무리하고 아직 추스르고 거두어 들여야 할게 이것저것 남아있기도 한데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서둘러 밭 정리를 했습니다. 다 거두고 정리하고 나서 밭을 한번 휘 둘러보는데 좀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더 달라, 더 달라 떼쓰는 아이에게 아낌없이 주고도 또 줄 것이 없나 호주머니를 뒤져보시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이 땅은 우리 같은 건달 농사꾼들에게도 감자, 고추, 옥수수, 무, 순무, 배추 등등을 다 내어주고 또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쓸쓸하고 황량한 빈 들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빈들에 설 때면... 퍼뜩 그분의 음성을 듣습니다. 넘치고 채워져 있을 때는 도무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주님의 마음이 늦가을 찬 바람결에 살포시 날아와 나를 안아주십니다.

거 뭐 별 것도 아니었는데, 낭패와 실망과 낙심과 후회 사이를 헤집고 다녔던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다 주고도 모자람 없는 신비를 맛 볼 수 있단다. 쓸쓸하고 황량해도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단다. 가난해도 행복 할 수 있단다."

"아니, 다 주어야... 쓸쓸해져야... 가난해야... 비로소 그때서야 진리에 이를 수 있단다."

이 쓸쓸하고 황량한 빈들에서... 귓구멍이 꽉 막혀 듣지도 않는 저에게... 오늘도 주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소곤소곤, 다사로이 말씀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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