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주일은 추수감사주일이었습니다. 농번기가 끝나고 오랜만에 예배를 드리러 오신 집사님과 교회행사라고 생각하고 오신 부녀회장님, 그리고 군인친구들까지 모여 풍성한 추수감사주일을 보냈습니다. 떡, 과일, 닭볶음탕 등을 준비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저의 주일 아침은 여느 주일보다 덜 분주했습니다.

   얼마 전에 통장 개설을 위해서 농협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어디서 많이 뵌 분이 옆 자리에 앉아 계셔서 제가 인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도 얼굴은 낮이 익은데 누구신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일단 인사를 한 것이었는데 상대방도 제가 누구인지 확신이 없는지 “그래. 니(너) 여기 웬일이지?”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통장을 개설하러 왔다고 대답을 했고 상대방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기억이 안 나네. 나중에 또 보자.”하고 말을 했습니다. 어색한 인사 후 저희는 각자 볼 일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추수감사주일 아침에 그 분이 교회에 오셨습니다. 그 분은 바로 부녀회장님이셨습니다. 저희는 농협에서 서로 누구인지 몰라 어색하게 인사한 것을 이야기 하면서 웃었습니다.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저에게는 이런 해프닝이 종종 있는 일입니다.

   지난 토요일 한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저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통제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닌데 마치 제 가르침이 최선인양 이야기 하는 것은 제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어머니는 국립대학의 교수이자 상담 전문가입니다. 어디에 가도 자신이 내놓는 의견이 선진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자신의 현재 생각이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많은 책들은 미래에는 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이 남게 될 것이며 1인 창업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또 머신 러닝(스스로 학습하는 기계)과 로봇의 발달로 기술적 실업이 발생하게 되고 현재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기본소득을 보장받으며 새로운 일을 창조해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자녀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부모나 교수들도 현재에 닥친 상황만 알 수 있을 뿐 미래를 예측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방법을 미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어렵습니다.

   추수감사주일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명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한 명도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한 주 미루어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두 명은 각자 자신이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교나 취업하고 싶은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대학진학과 이후 얻게 될 대학생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면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진학은 곧 취업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취업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는 인식이 확연합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소출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추수한 곡식을 두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예배드리던 믿음의 전통은 점점 먼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수년 내에 공장 농업으로 고층건물 내 수직농장을 설치한다고 하는 시대입니다. 농부가 없어도 공장에서 로봇이 물을 주고 양분을 공급하여 식물을 생산하고, 배양기 안에서 필요한 부위의 고기를 배양해 낼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괴이한 생산방식이라 다가오는 미래가 낯설기만 합니다.

   더욱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030년이면 현재 일자리 중 50%가 사라질 것이고 미래 일자리의 60%는 아직 만들어 지지도 않았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기술 중심의 편리한 사회가 되어간다고 인간의 삶이 더 풍성해 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고독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고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 하나님의 숨결이 있기에 영적인 것을 무시하고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더 물질적으로 변할수록 사람들은 더 영적인 것을 찾아 헤맵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하나님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추수감사주일, 우리의 소출은 시대마다 그 모양이 다르지만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영성만은 변함없기를 기도합니다. 올 한해도 풍성하게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