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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걷는 길이 틀리면서도 맞는 이유[안면도 뒤안길] 순비기나무, 해당화 그리고 괭이갈매기 이야기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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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1월 10일 (금) 10:37:44
최종편집 : 2017년 11월 10일 (금) 10:46:44 [조회수 :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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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비기나무 꽃망울 타래에서 커피가 보입니다. 막 붉은색으로 터치고 나와 익을 커피콩이 보입니다.
   
▲ 해당화가 옆에서 분홍색 꽃 자랑을 합니다. 그렇죠. 순비기나무의 그것보다는 해당화의 꽃 색깔이 더 태가 납니다.

 

(이전 기사 : 안면도 밧개해변의 독살 맞은 ‘독살’)

이렇게 걸으면 끝이 있을까, 끝에는 정작 무엇이 있을까, 이리 쉽게 걸어도 되는 걸까, 이리 청승맞게 덤벼도 되는 걸까, 참 많은 생각들로 넘쳐납니다. 오늘 걷는 길은. 내가 걷는 길은 맞지만 틀립니다. 내가 서 있는 길은 정지되었지만 움직입니다. 나는 또 오늘도 부산하게 거기(안면도) 있는 길들을 섭렵합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이나 내가 걷는 오늘의 길이나 같습니다. 한 순간, 한 단락 그렇게 들어섰다 나온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서 있는 게 전진이고, 전진하는 게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익숙해진 경쟁논리에 휩싸여 움직이다 못해 뛰면서도 멈춘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주입된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 주는 예지요.

실은 걷는 이나 뛰는 이나 서 있는 이나 다 같습니다. 그저 한 지점에서 뱅뱅 도는 것일 뿐입니다. 독자들께서 뭐 이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어, 하실지 모릅니다. 거기가 거기 아닌가,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우린 어차피 거기가 거기인 세상에서 삽니다. 날마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뱅뱅 도는 것입니다.

뱅뱅 도는 것이니 움직인다 해도 맞습니다. 뱅뱅 도는 것이니 멈춘 것이라 해도 맞습니다. 그렇게 우리 삶의 모습은 정지와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그러니 정지했다고 틀리다 하고 움직이니 맞는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고요. 내가 걷는 길이 틀리면서도 맞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내가 오늘 걸으면서 서 있는 밧개해변은 또 어떤 이야기를 토해낼까요. 궁금증이 오늘도 나를 해변에 서게 만듭니다. 걷게 만듭니다. 앉아 쉬게 만듭니다. 이토록 마냥 노을길에 취하는 것은 실은 궁금증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지어내는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둘이 소위 ‘궁짝’이 맞는 거지요.

순비기나무와 해당화 꽃이 피었습니다

   
▲ 밧개해변의 바다쪽에서 육지쪽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렇게 밧개해변에는 고즈넉한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오늘은 파도가 좀 이네요. 하얀 파도의 날개가 이내 삭아들지만 끊임없이 또 일어납니다.

 

밧개해변에서는 순비기나무가 옹벽 밑으로 내려앉아 옹색한 살림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노을길(기지포해변에 가장 많음)을 걸으며 만났던 순비기나무들에 비하면 훤칠한 키를 자랑합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순비기나무는 역시 나무라기보다 넝쿨에 가깝습니다.

나름 자주색의 꽃을 피우고 자태를 뽐내는 게 밉지 않습니다. 밉지 않은 것과 아름다운 건 차이가 있죠. 내 눈에만 그런 거겠지만 미색으로 사람을 유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순수합니다. 막 멍울져 올라오는 꽃망울 타래는 그런대로 미색도 엿보이긴 합니다.

이거 꽃이라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 저쪽 동네 사람들처럼 좀 ‘거시기’합니다. 두 손을 겹쳐 모으고, 한 올 한 올 계단을 쌓아 올려 마지막 손끝에다 연한 자줏빛의 꽃잎을 수놓았습니다. 예외 없이 가장자리 끝에만 꽃을 놓아둡니다. 그래서 꽃인지 또 한 겹의 이파리 모음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꽃인 건 분명하니 아름다운 마음으로 봅니다.

누구는 낙엽 타는 냄새를 갓 볶은 커피 냄새가 난다며 미화했는데, 난 순비기나무 꽃망울 타래에서 커피가 보입니다. 막 붉은색으로 터치고 나와 익을 커피콩이 보입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커피 애호가의 눈이라 그런가 봅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상큼한 초콜릿 향을 가미한 깊은 바디의 쓴맛을 보여줄 것만 같군요. 하하하.

질투라도 하듯 해당화가 옆에서 분홍색 꽃 자랑을 합니다. 그렇죠. 순비기나무의 그것보다는 해당화의 꽃 색깔이 더 태가 납니다. 나뭇잎의 푸름도 순비기나무와는 비교가 안 되고요. 순비기나무가 희끄무레한 녹색이라면 해당화의 잎은 선명한 진녹색입니다. 해당화 예찬이라고요? 아닙니다.

해당화도 단점은 있죠. 그리 야문 꽃의 모습을 쉬 드러내지 못하는 게 흠입니다. 해당화 꽃치고 잎이 장미꽃마냥 한 잎 한 잎 여물게 망울져 있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계절 탓이거나 내가 본 것만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 어쨌든 내게는 그렇습니다.

둘을 보며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도 없고, 완전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는 거죠. 둘을 놓고 비교해서 그렇지 둘 다 있어야 할 식물인 거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다 가치가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자연의 이치는 곧 인간사의 이치 아닐까요. 그 어느 사람도 나지 않아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구원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존재자체가 거부되어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뜨겁게 사랑하며 살자, 다짐합니다.

괭이갈매기 무리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바닷가에 내려앉은 괭이갈매기 떼는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이리 이른 아침부터 무얼 그리 찾으러 나왔는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괭이갈매기가 지나간 자리에 작은 게들은 벌벌 기겠지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는 지금 살벌할 겁니다. 먹고 먹히는 세계겠지요.

오늘은 파도가 좀 이네요. 하얀 파도의 날개가 이내 삭아들지만 끊임없이 또 일어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파도는 없을 겁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요. 파도가 그걸 손수 보여줍니다. 이내 사라지는 파도도 또 일어나는데 우리도 실패 때문에 지레 겁먹지는 말자고요. 아자아자! 파도가 응원가를 부릅니다.

 

바닷가에 내려앉은 괭이갈매기 떼는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이리 이른 아침부터 무얼 그리 찾으러 나왔는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누가 줄을 세운 것도 아닐 텐데 바닷물이 닿는 곳에 일렬로 내려앉아 도열하고 선임병에게 칼 같은 인사를 올려붙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가면 어느 새 푸드득 날아올라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언제 그리 군호를 짰는지 일사불란합니다.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낙오병도 없고요.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작은 게들은 벌벌 기겠지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는 지금 살벌할 겁니다. 먹고 먹히는 세계겠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겉보기에 쉬어보이지만 속은 딴판이지요. 그러니 아귀다툼만 보지 말고 좋은 면을 보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바다에서 좀 떨어진 숲길은 여전히 고즈넉합니다. 곰솔은 곰솔 맞게 검프르게 하늘로 솟아있고, 목장 길처럼 만들어진 모래 길은 오늘도 두 팔 벌려 나를 맞습니다.

누가 내놓았는지 연두색 의자 두 개가 해변가로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며 힘겨울 오늘을 준비합니다. 의자가 삐그덕 댑니다. 호락호락한 게 없군요. 잠시만 엉덩이를 놓아보자는 건데...

거침없이 흔들리는 세상이지만 너무 다투지 말고 쉬어가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그 누가 흔든다 해도.

[안면도 뒤안길]은 김학현 목사가 안면도에서 목회하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안면도의 진면목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 누가 내놓았는지 연두색 의자 두 개가 해변가로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 곰솔은 곰솔 맞게 검프르게 하늘로 솟아있고, 목장 길처럼 만들어진 모래 길은 오늘도 두 팔 벌려 나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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