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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밧개 해변의 독살 맞은 '독살'[안면도 뒤안길] 밧개해변엔 두 개의 세상이 있습니다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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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1월 10일 (금) 10:23:43
최종편집 : 2017년 11월 10일 (금) 10:31:02 [조회수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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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개해변의 한쪽 끝자락에 있는 '독살'로 사용하는 돌무더기입니다. 빨간색깔이 아침햇살을 받아 아름답습니다. 그 위로 갈매기 두 마리는 참 평화롭고요.
   
▲ 막 떠오르는 해가 밧개해변의 서덜길 위로 찬란합니다. 그 빛이 오늘 하루의 모든 인생에게 살맛을 제공하길 고대합니다.

 

(이전 기사 : 를 밟아도 된다고요? 두여해변에선 괜찮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끝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버거워만 하고 있으면 안타까움만 남겠지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요. 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멈추었다가 다시 가기도 하는. 멈췄다 가기에 새로운 행복이 기다리는 것이지요.

태안 해안길 글쓰기가 뜸했습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고 먼 나라 구경 좀 하고 오느라 그랬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약간 쌀쌀한 날씨로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해안길은 그곳에 그대로입니다. 조금은 섭섭한 생각입니다. 내가 없는데 이리 굳세게 버티고 있다니, 하고 말입니다. 당연히 어리석은 생각인 거 알죠.

자신이 없으면 세상이 다 망할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기 없는 나라, 자기 없는 회사, 자기 없는 교회, 자기 없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러나 그건 아주 상당히 건방진 착각이랍니다. 착각하니 인간이라고요? 그렇담 할 말 없고요.

나 없어도 자연은 여전합니다

   
▲ 바다고둥이 덕지덕지 붙은 서덜길의 돌무더기는 뾰족하여 방심하고 걷다가는 큰일 납니다.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을 수 있거든요.
   
▲ 밧개해변엔 두 세상이 있습니다. 돌무더기로 거친 세상과 모래로 잔잔한 세상이 그것입니다. 돌무더기로 가득한 해변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독살이 가능한 거지요.

 

이 세상 그 어느 존재가 의미 없는 존재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된 사람이겠습니까. 하지만 그 사람 하나 빠졌다고 지구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한동안 못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새삼 여전한 바다와 숲길, 바닷길과의 해후가 오롯이 간직했던 나의 건방짐을 버리라고 주문합니다.

네, 그래야지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그 건방짐 때문에 얼마나 무수한 생명들이 희생되는지 아십니까. 얼마나 많은 타인들이 주눅들어하는지 아십니까.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건방진 자아독식, 자아도취, 자기기만을 말하는 겁니다. 이젠 버려야하지 않을까요.

여전해 더 생경스런 바다가 나를 반깁니다. 가끔 큰 바람에 파도 날갯짓이 좀 넉넉해지기는 했어도 그만큼 품을 넓혀주는군요. 내가 변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숲길은. 내가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바닷물은. 왜 안 왔었느냐고 채근하지도 않습니다. 안면도 노을길은 그렇게 믿음직하게 손을 내미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옷깃을 여미고 오르막을 오릅니다. 두여해변의 머리맡에 있는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가 오늘도 여전히 바다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감시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얼핏 했습니다. 국정원이 감시하라는 데는 감시하지 않고 정치인이나 일반인을 감시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잖습니까.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는 그런 곳은 아니겠지요. 기후변화감시센터는 남산 꼭대기 탑하고는 비교가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안테나 하나 우뚝 세우고 바다를 24시간 내려다봅니다. 올랐으면 내려가야죠. ‘감시’라는 돼먹지 않은 단어를 묵상하며 토닥토닥 내려오니 독살로 유명한 밧개해변에 닿는군요.

독살 맞은 ‘독살’ 그리고 별자리 모래해변

   
▲ 모래 해변에는 하늘에서나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이 앙증맞게 펼쳐집니다. 전갈자리, 사수자리, 처녀자리... 물론 비슷한 거지 똑 같은 모양은 아닙니다.
   
▲ 내가 걷는 해변 인생길에서 만나는 작은 게들이 적어놓은 별자리 암호가 난해하기만 합니다.

 

‘독살’이 뭐냐고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쉽게 표현하면 ‘물고기 잡는 돌 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이 안 잡힌다고요? 돌을 그물처럼 둘러쌓아서 밀물 때 들어 온 물고기를 썰물 때 잡는 방법이죠. 밀물 때 독살 안에 갇힌 물고기는 썰물 때 나가지 못하고 돌 그물에 갇히게 됩니다.

이 어로방법은 밧개해변에서 지금도 행해지는 독특한 어로법이랍니다. 물론 항시 이 어로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곳 지형이 독살을 가능하게 한답니다. 남해에 가면 죽방렴(竹防簾)이라는 어로법으로 멸치잡이를 하는 걸 아실 겁니다. 그것이 대나무를 이용한다면 독살은 돌무더기를 이용한답니다.

그래서 독살을 석방렴(石防簾)이라고도 합니다. 독살은 ‘돌살’, ‘돌밭’이라고도 부릅니다. 밧개독살은 원형이 잘 보존 돼 있어 학계에서도 관심이 많답니다. 밧개독살은 그 길이(활가지)가 100m가 넘고 돌담 높이가 7-10m에 이릅니다. 독살로 고기 잡는 어부를 보았으면 좋을 텐데 아직 그런 행운은 없군요.

독살은 충청도 사투리로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와 대산면 독곶리, 기은리 등에도 있었고, 남해의 문항마을에도 있습니다. 충청도 외에서는 ‘쑤기담’, ‘원담’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참고). 독살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돌무더기가 많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밧개해변은 모래해변은 물론 서덜길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바다고둥이 덕지덕지 붙은 서덜길의 돌무더기는 뾰족하여 방심하고 걷다가는 큰일 납니다.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을 수 있거든요. 해안길이 때로는 위협을 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우리 인생이 다 그런 길을 가는 게 아닙니까. 위협하면 피하면 되지요.

조심스레 서덜길의 바위들이 깔아놓은 까칠한 길을 지납니다. 무사히. 그러며 오늘 하루 인생길에도 이런 길이 기다린다고 해도 조심스레 걸을 것이라 다짐합니다. 독살에 물고기가 아닌 내가 잡히면 안 되잖아요. 독살 맞게 덤벼드는 인생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모래 해변에는 하늘에서나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이 앙증맞게 펼쳐집니다. 독살의 독살 맞음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전혀 딴 세계가 한 해변에 공존하는 게 신비입니다. 전갈자리, 사수자리, 처녀자리... 물론 비슷한 거지 똑 같은 모양은 아닙니다.

내가 걷는 해변 인생길에서 만나는 작은 게들이 적어놓은 별자리 암호가 난해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그냥 뛰어넘고 걸으면 되는 거지요. 암호를 풀려다 인생 다 허비할 수는 없는 거지요. 인생살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너무 난해하고 힘든 걸 굳이 풀려다 시간만 허비할 수 있죠.

밧개해변에서도 인생을 다 산 조가비가 하늘을 향하여 노래를 부릅니다. 삶이란 이리 허망한 거라고 일러줍니다. 다 살고 나면 속은 텅 비는 거라고 말해줍니다. 오늘따라 조가비의 빈속이 왜 이리 황량하게 보일까요.

누구의 인생에도 비가 내리듯, 누구의 인생인들 허망함 남기고 가지 않을 인생이 있을까요. 조가비가 가르쳐주는 인생론에 마음 빼앗기는 사이 마주쳐 불어오는 바람은 어느 시인의 시구 하나를 머리에 스치게 하고 지나갑니다. 그래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다시 내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안면도 뒤안길]은 김학현 목사가 안면도에서 목회하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안면도의 진면목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 밧개해변에서도 인생을 다 산 조가비가 하늘을 향하여 노래를 부릅니다. 삶이란 이리 허망한 거라고 일러줍니다.
   
▲ 오늘따라 조가비의 빈속이 왜 이리 황량하게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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