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진부령은 지난 토요일에 눈이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법 눈이 쌓여있어서 아이들이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려고 벌써 첫눈이 오나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토요일에 남편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군인들도 산 정상에 쌓인 눈을 치우러 가야한다며 성경공부를 취소했습니다. 차에 눈이 쌓인 채로 속초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더니 사람들이 제 차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속초는 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일 년의 절반은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진부령입니다. 이제 정말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도 했고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서점에도 들리고 좋아하는 쌀국수도 먹었습니다. 근래 머릿니가 생긴 큰 아이의 머리도 단발로 잘랐습니다. 함께 저녁에 머릿니 약을 하고도 이가 없어지지가 않아서 큰마음 먹고 미용실에 간 것입니다. 자르고 보니 가볍고 산뜻해 보여서 아이도 좋아했습니다. 머리를 숙이게 한 후 큰아이의 머리를 참빗으로 빗어주다 보니 어린 시절에 세 딸의 머리를 참빗으로 빗어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긴 머리를 하고 싶은데 왜 우리 자매들은 모두 바가지 단발머리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세 자매가 흘리고 다니는 머리카락의 양만해도 일괄적으로 바가지머리를 잘라야 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속초에 함께 나가면 작은아이는 호시탐탐 마트에 가려고 합니다. 이유는 장난감을 구경하고 기회가 되면 사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엄하게 안 된다고 하는 편이어서 “엄마 장난감 구경만 할게요.”하고는 아쉬움이 뚝뚝 흐르는 눈으로 정말 구경만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는 날이면 꼭 “할머니 머리 깎으러 가요.”하고 마트 안에 있는 미용실에 갑니다. 그리고는 장난감 코너로 가서 장난감을 얻어옵니다. 조부모님이 사주시는 장난감까지야 엄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정말 인심이 좋으십니다. 운이 좋으면 장난감 2개도 한 번에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사고 싶은 장난감을 자다가 깨서도 3가지 이상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아이가 요즘은 남편에게 장난감을 주문합니다. 거리가 멀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잘 오실 수 없게 되자 인터넷으로 주문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새로운 장난감을 검색하면서 제게 보여준 것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연령이 14세 이상 사용하는 장난감 총 종류였습니다. “00이는 아직 8살이기 때문에 이 장난감은 위험해서 가지고 놀 수 없다.”는 말로 이제 다 되어가는 밥에 제가 코를 빠뜨리자 작은아이의 얼굴이 씰룩씰룩 하더니 이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남편은 작은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른 장난감으로 대체하는 대안을 내 놓았으나 저는 “안 돼”하고 말한 후 더 이상의 협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한동안 서럽게 울었습니다.

   울음 뒤에는 양보와 타협이 따라옵니다. 작은아이는 자신이 갖고 싶던 14세 이상 사용가능 장난감을 포기하고 다른 장난감을 남편과 함께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이건 8살이네. 내가 바로 8살이예요 8살”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나이제한으로 제동을 걸자 작은아이는 8살이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 안에서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골라도 제 생각에 선물 수령은 진부령 고라니가 썰매를 끌고 산타를 모시고 오는 크리스마스이브에나 가능합니다.

   왜 ‘14세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쓰여 있는 장난감을 작은아이가 사용할 수 없는지 설명하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떼쓴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구나. 나도 그런데 하물며 하나님이실까’ 눈에 보이는 것만 인식할 수 있는 우리는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성과를 놓고 하나님께 떼쓸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이제나 저제나 내 기도가 응답될까하고 기다립니다. 때로는 원하는 대로 응답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하나님이 묵묵부답입니다. 그러면 더 열심히 달라고 떼를 씁니다.

   아이들이 장난감가게 앞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며 자리에 누워서 울고 소리를 지를 때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아이가 ‘아 이건 안 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고 일어날 때까지 그냥 어른이 버텨주어야 합니다. 어른이 그냥 말없이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 바로 아이의 투정에 대한 응답이요 바른 가르침입니다. 빗대어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제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는다고 해서 제 곁에 계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원하는 것이 ‘14세 이상’ 사용이 가능한 어떤 것, 저에게 맞지 않는 것, 바르지 않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하나님의 무응답도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응답하지 않음으로 묵묵히 제 곁을 지켜주시고 계시는 하나님을 기억하고, 기도하되 제 뜻대로 응답받는 것만이 사랑의 증거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